서남아시아/'2023.01-스리랑카

하푸탈레 돌아다니기-립톤스 시트Lipton's Seat,담배타나 티 에스타테 Dambathenna Tea Estate, 에디샴 방갈로 Adish

이치핏 2024. 6. 5. 01:09

 
하푸탈레 온지 삼일째
 
아침에 잠깐 개는가 싶었는데
조식을 먹고 나니 또 비가 오기 시작했다.
 
분명 1월이면 건기라
날씨가 좋을 시기일텐데
이 산동네는 해당사항이 없나보다.
 
일년 내내 날씨가 이러면
우울해서 어떻게 살까. 
 
그렇다고 숙소에만 쳐박혀 있을 순 없으므로
하푸탈레 명소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하푸탈레 최고의 명소는 단연
립톤스 시트 Lipton's Seat
 
홍차 브랜드로 유명한 립톤 그거 맞다.
 
리사라 베이커리 옆에
립톤스 시트 가는 버스정류장이 있는데
비오는데 거기까지 가기도 귀찮고 해서
릭샤를 대절했다.
 
립톤스 시트 다녀오고
에디샴 방갈로 갔다오는데
4000 스리랑카 루피
 이동네 물가 감안하면 바가지다. 
 

 
막상 가보니
거리가 생각보다 멀긴했다.
 
우릴 태운 릭샤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한참 달려 올라갔다.
 
날이 개었다 비가 왔다가 하더니만
꼭대기 갈수록 비가 쏟아졌다. 
 
 

 
가는길에 펼쳐진 차밭은
담배타나 티 에스타테
Dambathenna Tea Estate
 
경치야 두말하면 입아프지.
 
작년에 갔던 다즐링보다
훨 운치있고 깨끗한 느낌이다. 
 

 
구름 지나다니고 비가 오지만
그건 또 나름대로 멋이 있다. 
 

 
립톤스 시트는
이 차 농장이 있는 언덕 꼭대기에 있다.
 
릭샤왈라는 밑에서 기다리겠다 하고
우리만 전망대에 올라가라고 보냈다.
 
입장료 200루피 있음. 
 

 
어서 오시게.웰컴.
 
이분이 립톤 차 농장 초대 사장님
토마스 립톤 경이다.
 
립톤경은
스코틀랜드 출신 차 판매상이었는데
식민지 시절 스리랑카에 왔다가
하푸탈레에 부지를 사서
차 농장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여기 앉아
차 브랜드를 뭘로 할까 고민하다
자기 이름을 붙여 립톤 브랜드를 탄생 시켰다.
 
이전에는 찻잎을 대량으로만 판매 했는데
이사람은 소포장으로
자기 이름을 딴 브랜드 라벨을
붙여서 팔았다. 
 
한마디로
마케팅의 귀재였다고. 
 
 

 
립톤경이랑 인증샷 찍고 싶은데
바닥이 한강이네.
 

 
비가 점점 거세졌다.
 
저기 보이는 찻집으로
일단 피신하기로 했다.
 

 
홍차 2인분 시키니
홍차의 나라 아니랠까봐
한 주전자를 가져다 주었다.
 
이 갈색 덩어리는 뭘까?
 
달고나 같은 흑설탕 과자다.
 
홍차가 유독 진하고 쓴맛이 강해
이거랑 같이 먹어 줘야 계속 들어간다. 
 

 
난간 밑으로 보이는
경치가 까마득하구나 하면서
멍때리는데 멍뭉이가 얼쩡거린다.
 
알고보니 손님들한테서
설탕과자를 얻어 먹고 있었다.
 
나도 몇개 줬는데 하나 주기 시작하니
자꾸 달라고 조른다.
 
당뇨걸려 그만 먹어!!
 

 
내려올때는 차밭을 구경하면서 오라고
릭샤는 먼저 가 버렸다.
 
여기서 알바 하면 일당 주나요?
하고 우스개 소리로 물어보니
하루에 20kg의 할당량을 채워야 일당을 준단다.
 
켁..
 

 
그렇게 딴 차들은 대부분 다 수출이 되서 그런지
이동네에서 차를 파는 가게가 보이지 않았다. 
 

 

 
한참 내려가니 여기가 지름길이라고
릭샤왈라가 알려줬다.
 
버스로 온 사람들은
지름길로 가로질러 올라오고 있었다.
 
여기 경치 하나로도 하푸탈레는
꼭 와볼 가치가 있는거 같다. 
 

 
에디샴 방갈로
Adisham Bungalow는
립톤스 시트와는 거리가 좀 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서 한번 가 보았다.
 
여긴 주로 스리랑카 현지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다. 
 

 
성 베네딕트 수도원이라
되어 있는걸로 보아 수도원 건물이었나 보다.
 
1930년대에 지은 영국식 저택이다.
 
입장료는 100루피.
 

 

 
우중충한 날씨랑 영국식 건물은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내부는 옛날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놨는데
사진촬영 금지이다. 
 
크게 볼거리는 없음.
 
바깥 정원이랑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게 메인이다. 
 

 
에디샴 방갈로를 다녀와도
시간이 남아 기차 한번 타고 싶었는데
시골 촌구석이라 시간이 맞지가 않았다.
 
의외로 기차편이 별로 없다.

교통편도 불편하고
날씨도 우울하고
'이끼'같은 류의
스릴러물 배경으로 나오는
폐쇄적인 시골에 온 기분이다.
 
마을을 벗어나는건 관두고
돌아다니다 역 주변에
차를 파는 가게가 있어 들어갔다.
 
차를 사면서
멋도 모르고 5000루피를 내니까
사장님이 이렇게 큰돈 함부로 꺼내지 말라면서
다시 500루피로 받아가셨다.
 
좋은 분인듯.
 

 
아 내일이면
하푸탈레 떠나는데

마지막날 저녁이 되어서야
날이 개이기 시작했다.
 
나는 날씨요괴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