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2017·8-러시아 이르쿠츠크&바이칼

5일차)다시 이르쿠츠크로

이치핏 2018. 6. 6. 00:04



짧디 짧은 알혼섬에서의 날들은 지나가고 다시 이르쿠츠크로 돌아가는날. 섬에 들어올때 빼곤 날씨가 정말 좋았던게 행운이었다. 이르쿠츠크 숙소에서 미리 왕복으로 예약해둔 봉고차가 10시쯤 오기로해 그전에 아침 산책을 나갔다. 




안녕.부르한 바위야. 마지막으로 나에게 기를 팍팍 주렴~ 



알혼섬에서의 마지막 식사.정말 이집 까샤(каша)는 먹을때마다 넘 맛있는듯. 7시간이나 걸려 이르쿠츠크에 도착할걸 생각하면 든든하게 먹어야 하는데 그노무 화장실이 겁나 그럴수도 없었다. 


작년 몽골 홉스골에서 아침 먹고 차마시고 출발하는데 출발 30분도 안되서 신호가 오기 시작하는데 주변은 다 풀밭이고..올해도 이럴까봐 마시는건 거의 입에도 대지 않았다. 




니키타 홈스테드를 떠나기전 마침 그저께 투어를 함께 갔던 중국츠자가 이 스탭이랑 사진을 찍어달라길래 찍어주고 나도 찍음. 총각 잘있어~스빠시빠~





겉으로는 봉고차 내부로 보면 버스.봉고차안을 시내버스 좌석으로 촘촘하게 개조를 해놨다. 한명이라도 더 태우고 간다 이거지. 어디다 확 신고해 버리고 싶었다. 




선착장까지 오자 차가 장난 아니게 밀렸다. 배가 두대라 차들이 두줄로 서서 차례로 배에 올라타는데 문제는 한쪽줄은 그럭저럭 들어가는데 우리 줄은 아무리 기다려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도대체 왜 다른 줄에 있는 배는 움직이는데 우리 줄 앞에 있는 배는 움직일 생각을 안하는건지..결국 한시간 넘게 서있다보니 성격급한 러시아 언니 직원들한테 따지고 난리가 났다. 


나도 도무지 이유를 알수 없어 돌아다니다 직원한테 이유를 물어보니 선원들이 점심을 먹으러 갔단다. 점심시간 1시간은 칼같이 지킨대나? 



결국 들어올때와 마찬가지로 여기서 두시간 넘게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온통 땡볕이라 앉을곳도 마땅찮고 문제는 화장실도 제대로 없어 어디서 차나 음료를 마실수도 없었다. 


화장실이 있지만 죄다 퍼세식이었다. 것도 유료. 돈내고 퍼세식을 이용할 순 없어서 걍 참기로 했다. 



걍 기다리면서 하염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혼자온 중국처자랑 자꾸 마주쳤다. 



구이린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링. 남편과 휴가가 안맞아 혼자 베이징을 경유해 이르쿠츠크로 왔다고 한다. 돌아가서 이르쿠츠크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비행기로 바로 모스크바로 넘어간다고. 


대단한걸~  이사진도 나중에 이 처자가 보내줬다.게다가 신기하게도 숙소도 우리랑 같은 곳이었다.





2시간을 훨씬 넘게 기다린 끝에 선원 둘이 나타나자 겨우 배를 탈 수 있었다. 가봤자 겨우 10분 거리인데 다리라도 좀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쪽은 이쪽대로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했다. 


정말 이렇게 수요도 많은데 다리 좀 놓으라규!!





강건너 두시간을 달린끝에 휴게실에 도착..마침 혼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는 한국인 청년도 있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심심찮게 올 수 있었다. 


이미 도착했을때는 오후3시경. 뭘 먹기도 애매해서 난 빵이나 하나 먹고 이르쿠츠크에 도착해서 맛집가서 맛있는걸 먹고 싶다고 했더니 남편이 그져 먹는거 밖에 모른다고 핀잔을 주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살짝 빈정 상하기 시작했다. 



다시 이르쿠츠크로 돌아가면 이런풍경은 더이상 볼 수가 없어 열심히 담아두기로 했다. 역시나 광할한 러시아.





오후 5시경에 이르쿠츠크 도착! 중국처자는 시장에 볼일이 있다며 자기 짐을 숙소에 좀 옮겨 달라고 했다. 우리는 모둘에 다시 와서 체크인을 하고 130지구로 넘어가 저녁을 먹기로 했는데 뭔가 남편 심기가 불편했다. 




이르쿠츠크 젊음의 쇼핑거리 130지구, 밥먹을 데라니까 여기밖에 생각나질 않았다. 그나마 뭔가 현대화 되어있고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쇼핑몰인 모드느이 크바르탈(Modnyy Kvartal) 내 분위기 좋아보이는 식당으로 들어왔는데 남편은 또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 이런데 온게 맘에 들지 않았나보다. 


피곤한데 방에서 라면이나 끓여먹지 뭘 이런데를 오냐는 식으로 꼬라지를 부리기 시작한다. 뭐 먹을래 하길래 또 배안고프다를 외치길래 기분 잡치고 입맛 떨어져 갑오징어 샐러드랑 맥주 한잔으로 끝.


아침먹고 하루종일 뭘 제대로 먹지도 못해 맛집에 가자는게 그렇게 잘못인가 도대체 저인간의 비위를 어찌 맞출꼬. 


기분나빠서 쇼핑이고 나발이고 숙소로 돌아가자고 했더니 되려 나보고 왜 성질을 내냐고 지럴 거렸다. 결국 쇼핑몰 안에서 둘이 소리지르고 싸움. 지나가는 사람들 다 쳐다보고 이 좋은 쇼핑몰 안에서 뭔 망신인지 모르겠다. 어째 여행중 한번을 안싸우고 넘어간 적이 없는지...


그때부터 나도 입닫아 버리고 다 집어치라고 숙소로 돌아와 버렸다. 


샤워를 하는데 중국처자가 자기 짐 옮겨줘서 고맙다고 복숭아를 한봉지 사와서 우리방에 밀어 넣어줬다. 남편도 결국 배가 고팠던지 그걸 혼자서 다 먹어버렸다. 그리곤 사다 놓은 과자랑 소세지랑 보드카를 꺼내 먹고 마시기 시작했다. 


아우 꼴 뵈기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