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2016·8-몽골 홉스골,테를지,UB

몽골여행 7일차) 테를지 국립공원(Terelj National Park) - 아리아발(Aryapala) 라마교 사원&바양차강(Bayantsagaan) 동굴

이치핏 2016. 12. 18. 23:14



테를지에서의 이튿날. 산속이라 그런지 날씨가 제법 쌀쌀했다. 자기전에 마신 맥주 때문에 풀밭에 실례하느라 들락거린 바람에 잠을 제대로 못잤지만 추워서 정신이 금방 들었다. 홉스골에서는 잘만 잤는데 역시나 나는 쓸데없이 예민한 인간이다.


가이드는 아침을 먹고 걸어서 아리야발(Aryapala)사원을 다녀 오자고 했다. 거리가 한 1km 정도 밖에 안되니 충분히 걸어서 다녀 올 수 있다는 거였다. 가이드랑 차량은 왜 이때 안써먹는지 모르겠다. 졸지에 트레킹을 하게 된 우리. 우리만 고생할 수 없다!!


11시에 픽업 차량이 올때까지 빈둥거릴수 밖에 없는 자매교사를 꼬셨다. 자매교사는 그냥 가이드가 이 게르에 데려다주고 다시 울란바토르로 데리고 가는게 끝이어서 제대로 구경을 못했다고 했다. 기왕 걸어가는거면 같이 가자 그럤다.




날다람쥐 같은 가이드를 따라 출발!! 따라가는 나랑 자매교사만 헥헥 거릴뿐 가이드는 진짜 물을 마셔가면서 여유롭게 언덕배기를 올라갔다. 차로가면 한참 돌아가야 하는데 걸어서 언덕을 하나 넘어가면 아리야발 사원으로 갈 수 있었다. 말똥 소똥 조심!




아침에 보는 경치도 나쁘지 않군.




한 30분을 헥헥거리고 가니 저기 멀리 사원같은게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를 또 올라가야 한단 말이냣!!!




드디어 사원 도착!!


그러고 보니 라마교 사원은 처음 일세. 지금부터 또 등산 시작이었다.




올라가면서 지적 호기심 충만한 우리남편 사원에 대해 소개를 해달라고 했다. 그나마 가이드는 뭘 꺼내서 읽어주는데 청나라가 몽골로 쳐들어왔을때 칸이 공주를 위해서 지어준 피난처 같은 사원이란다. 어느시대때 무슨 칸이냐고 했더니 잘 모르겠다고..ㅜ.ㅜ 너 좀 너무한거 아니니?




됐고 우리는 힘들지만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뒤에 한국 아줌마 아저씨 단체 관광객들이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나중에 알게 된건 복원을 한거인지 현재 사원은 최근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올라오는게 힘들다고 포기했으면 큰일 날뻔 했다. so beautiful!!!




오호. 여기가 라마교 사원입니까? 분위기가 독특했다. 우리나라 무속인들 법당이랑 불교사원이 결합된 느낌? 절안에 들어서는데 앉아있던 비구니 스님이 갑자기 막 뭐라고 하기 시작했다.


 우리보고 뭐라는건가 싶어 어리둥절 해 있으니 가이드가 스님이랑 몇마디 주고 받더니 우리가 라마교 식으로 여기서 절을 해야 한다고 했다. 것도 웃긴건 남자는 앞에서 하고 여자는 뒤에서 절을 하라는거였다.


그리고 시계방향으로 법당안을 세번 돌아야 한댔다. 우리는 그렇다 치지만 자매교사들은 기독교랬는데..하지만 스님이 하도 무섭게 뭐라고 해서 얼떨결에 오체투지식으로 절을 하고 법당을 세번 돌았다.




이거 왜 도는겨.


영문도 모르고 같이 절을 한 몽골 아저씨가 법당에 절을 하길래 걍 따라 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제는 자리에 앉으라고 하더니 염주를 한바퀴 돌려야 했다. 한알 한알 돌릴때 마다 옴마니 밧메홈을 외면서 말이다. 몽골에 왔으면 몽골의 법도를 따르라고 했다. 하지만 모든 몽골인들이 다 라마 불교를 믿는건 아닐텐데 그럼 신자가 아닌 몽골인들요? 라고 하고 싶지만 관뒀다.




이 와중에 가이드를 데리고 온 서양인 아저씨. 역시 스님의 호통에 오체투지를 하기 시작했다.


염주가 생각보다 길이가 길었다. 이걸 다 돌리면서 옴마니 밧메홈을 외려니 시간이 애매했다. 자매교사를 픽업하러 오기러 한시간이 11시인데 이때가 벌써 10시 였다. 괜히 내가 오자고 했는데 픽업시간이 늦으면 안되므로 가이드한테 가야한다고 말하고 일어섰다.


스님이 돌리다 말고 어딜가냐고 소릴 질렀지만 그냥 무시했다. 와 살다살다 이렇게 무서운 스님은 첨일세.




돌아가는 길은 왔던길을 가는게 아니라 이 환생의 길? 새로 태어나는 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한번에 한명씩 지나가야 했다. 그냥 다리가 약해서 그런게 아닐까?




내려가는길에 경전문구들이 적혀 있는걸 보면서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 자매교사들은 시간이 애매해서인지 그냥 먼저 뛰어가겠다고 우리보고 천천히 내려오라고 인사를 했다. 결국 운전기사가 30분이나 늦게 나타나 그럴 필요도 없었지만.




내려오면서 중간중간 현지인들 게르를 엿볼 수 있었는데 죄다 한국드라마들을 보고 있었다. 가이드도 한국 드라마 이야기를 꺼내니 눈이 반짝 했다.


몽골은 겨울이 넘넘 춥고 길어서 사람들이 주로 집안에만 있는데 집안에서 즐길거리중 제일 큰게 한국드라마라는 거였다. 가이드는 한국이 너무 좋다며 언젠가 한국으로 돌아가서 시집도 가고 싶어했다.


같은 몽골 남자와 결혼하는게 좋지 않냐고 했더니 몽골 남자는 성질도 더럽고 술도 너무 많이 마시고 와이프를 패는 남자도 많다고. 한국남자도 사람나름이고 잘못만나면 그럴 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한국남자가 훨씬 낫단다.


그뒤로 필리핀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 여자들이 한국드라마 때문에 한국을 동경하는 케이스를 몇번이나 봤다. 다들 무슨 재벌 드라마만 본거 같다.




다시 게르로 도착. 자매교사에게 우리가 가진 커피랑 과자같은걸 쥐어주고 작별인사를 하고 우린 점심때까지 또 빈둥거렸다. 점심은 호쇼르라는 몽골 튀김만두 먹어본 만두 중에 가장 기름진 만두였다.


만두피자체로 튀긴거라 기름범벅인데 안에 있는 건 온리 기름기 번들번들한 고기 였다. 원래 육고기를 그닥 좋아하지도 않는데 이게 넘어갈리가 없었다. 가이드도 자긴 이거 별로 안좋아한다고 얼마 먹지도 않았다.


한국음식 좋아하는게 뭐냐니 삽겹살이란다. 몽골사람들 삼겹살 진짜 좋아한대나? 해산물같은건 전혀 못먹는다고 헀다. 넌 시집가려면 절대 서울이나 내륙으로 가야겠구나. 잘못해서 본가가 바닷가 동네인 남자랑 결혼했다간 음..-_-;;




점심을 먹고 테를지에서 한군데를 더 간다고 했다. 자야에서 준 일정표를 보니 바양차강 동굴(Bayantsagaan cave)이라 되어있었다. 여기가 또 신성한 곳이라 기도빨이 아주 좋다고 한다.




컥! 동굴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동굴이 아니었다. 전날 기어올라갔던 거북바위보다 난이도가 훨씬 더 높아보였다. 가이드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또 먼저 기어올라갔다.



이건 동굴이 아니라 그냥 바위틈새 아닌가효!!


 입구부터 거의 누운 자세로 내려갔다.



얼마나 기도빨이 좋으면 여기까지 와서 이렇게 돈도 놓고 기도를 하고 갔을꼬. 몽골사람들은 걍 힘든데 와서 기도를 하면 뭐가 잘된다고 생각하는거 아닐까?



나가는 것도 만만찮았다.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야 했으니. 이게 뭔 고생이여.




이제 테를지를 떠날 시간.



풀 조심!! 동굴 앞에 돌무더기가 있는데 가이드와 기사가 이게 어워라고 세바퀴 돌고 기도하고 가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가이드를 따라 도는데 돌무더기에 나있는 풀에 다리가 스쳤다.


맨살에 스친것도 아닌데 스치자 마자 따갑고 쓰리기 시작했다. 깜짝 놀라 이거 뭐냐고 무슨 독초냐고 했더니 한시간 정도 지나면 괜찮아 질거라 했다. 그래도 한 30분은 굉장히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