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2015·8-인니 족자카르타,까리문자와

8/7 다시 족자카르타로..고생고생 개고생~

이치핏 2016. 1. 2. 23:47

항상 여행을 하다보면 유독 개고생을 하는 날이 있는데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다. 그날이 바로 이날이었으니, 까리문자와로 가는것도 힘들었지만 오는거에 비하면 정말 양반이었다. 썰을 풀어보자면...

 

 

 

정말이지 짧디 짧은 섬에서의 3박이 끝나고 다시 족자카르타로 돌아가는 날이 왔다. 아침 9시 출발하는 배이지만 여기서 선착장까지 한시간 이나 걸리므로 일찌감치 일어나 서두르기로 했다.

 

 

 

아쉬운 마음에 해변으로 나가 한번 거닐어 주시고...

 

 

 

2층 프론트에서 체크아웃을 하는 동안 우리가 섬에 들어올때 숙소로 데려다 주었던 드라이버가 도착했다. 우리는 6시반에 나가기로 했는데 리조트 직원은 9시 출발인데 왜이렇게 일찍 출발하냐고 천천히 나가지 그러냐고 했지만 그래도 일찍 가는게 맘편할거 같다고 하자 친절하게 도시락을 싸주었다.

 

 그러면서 드라이버에게도 커피와 빵을 아침으로 대접하는거였다. 다 동네 사람이고 아는 사이라 리조트 애들과 한참 수다를 떨다가 식사를 다 마치자 바로 출발을 했다.

 

 

안에 뭐가 들었나 보니 나시고랭에다 과일까지...

 

도시락도 푸짐한게 맘에 들었다.

 

먹을 겨를이 없어 결국 과일만 먹고 다 버린게 정말 안타까웠다.

 

 

 

 표 두장 주이소~

 

배들이 번갈아가면서 운행하는데 돌아갈때는 KMC KARTINI 라는 배였다. 올때탔던  KMC EXPRESS BAHARI 2C 보단 배 크기도 작고 시간도 한시간이나 더 걸리는 배였다. 섬에 들어갈때는 두시간 나올때는 세시간 걸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가격은 인당 84,000 RP 로 올때 인당 150,000 RP 에 비하면 훨씬 싼 셈이었다. 것도 EXPRESS 는 일반실인데 KARTINI는 특실로 끊었다. 그래봤자 별 의미는 없지만...

 

 

 

특실이라 딱히 더 좋을것도 없었다. 2층이라서 오히려 배멀미만 더 심할 뿐. 9시 출발이라길래 8시쯤 멀미약을 먹으면 되겠지 하고 티켓을 끊자마자 약을 먹었는데 사람들이 또 배에 다 승선을 하는거였다. 불길한 예감이 들어 우리도 얼른 배에 올랐는데 이게 왠걸 8시 10분에 배가 출발을 했다. 우리가 시간을 잘못 맞춘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황당 시츄에이션인지...왜 9시 출발이라 해놓고선 8시에 배를 출발 시키는걸까?  뭐 일찍 가면 나야 좋지만 말이다.

 

까리문자와는 11월부터 3월까지는 우기라서 배가 운항을 안하는데다 건기라도 파도때문에 결항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다보니 그 이유를 알 거 같았다. 태풍이 오는것도 아니고 날씨도 화창한데 파도가 장난이 아니다. 그나마 멀미약이 효과를 발휘해서 속은 괜찮았지만 신경이 바짝 곤두서는게 느껴졌다.

 

한시간 반쯤 지났을까 여기저기서 꽥꽥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들도 예외없이 오바이트를 해대는데 그걸 쳐다보다간 나까지 오바이트를 할거 같아 애써 창밖만 쳐다 보다가  남편 핸드폰 지피에스로 배위치를 확인하면서 빨리 도착해라고 기도만 할 뿐이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가고 드디어 즈빠라 도착!! 이 배는 즈빠라를 거쳐 한시간쯤 더가 스마랑 까지 간다. 나는 배멀미가 싫어서 얼른 즈빠라에 내렸는데 지나서 생각해보니 차라리 스마랑 까지 갈걸 그랬다. 올때 선착장에 여행사 부스 같은게 있어서 거기다 족자까지 가는 버스를 알아보려 했는데 부스는 텅텅 비어있었다. 

 

 할수 없이 데이트랜스 사무실로 가기로 했는데 사무실은 선착장에서 1.4km가 떨어져 있건만 갑자기 남편(놈)이 속이 안좋다고 걸어가자는 거였다. 이때부터가 고생 시작이었으니...

 

 

속 안좋다는건 내가 보기엔 핑계고 그냥 이인간은 베짝이 타기 싫은 거였다. 첫날에 족자에서 베짝에 찡겨서 기사를 고생시켰다고 생각을 한건지(오토바이 베짝도 있는데 말이다) 아니면 바가지 쓰는게 싫은건지( 그래봤자 푼돈이야 -0-) 하여간 기어이 사무실 까지 걸어가겠다는 김모씨. 그래도 양심은 있는지 짐은 다 들고 가네. 이상태로 지피에스에 의지에 한 삼십분 넘게 걸어서야 겨우 물어물어 데이트랜스 사무실에 도착했다.

 

 

 

데이트렌스 사무실이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하지만 그것도 잠시. 즈빠라로 가는 버스는 3시반에 있는데 예약이 다 차버렸다는거다. 으아아악...이날은 이게다다. 아니면 스마랑으로 가서 거기서 차를 타야 하는데 그마저도 예약이 다 차버려서 방법이 없었다. 멘붕이 왔다. 아 올때는 예약을 했으면서 갈때는 왜 예약할 생각을 못했을까?

 

사실 오후 3시반에 차가 있다는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시간에 오게되면 하루를 다 버리게 된다는 생각에 오전중에 즈빠라에 도착하면 더 빨리 출발하는 대중교통을 알아보려 했었다. 나중에야 이 3시반에 출발하는 데이트렌스가 가장 최선의 방법이란걸 알았지만 말이다. 어떡하지 하고 당황하다 여직원에게 혹시 다른 차량 좀 알아봐 줄 수 없냐고 사정했다.

 

 

 

이 친절한 여직원은 귀찮을 법도 한데 다른 회사에까지 전화를 걸어서 빈자리가 있는지 확인을 시도 했다. 그러다 한 회사를 수배했고 4시 30분에 출발하는 차에 자리가 있으니 가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베짝을 불러주겠다고 했는데 이 남편(놈)이 또 걸어서 가겠다고 자기 핸드폰 네비 지도를 내밀더니 위치를 찍어 달라는거였다. 아 진짜 황당했다. 한번씩 이렇게 똥고집을 부리는데 여기서 태클을 걸면 또 싸움이 나므로 그냥 어찌하나 지켜봤다. 여직원은 보아하니 네비 지도를 잘 볼줄도 모르고 어떻게 하다 주소 적어주고 위치도 대충 찍어 주었다.

 

당연 그게 맞을리가 없지. 우리는 또 그짐을 들고 한참을 헤맸다. 돌아다니다 동네사람을 만나 물어보니 여기서 멀다고 베짝을 타라고 불러주겠다고 했는데 또 이인간이 버럭 하면서 부르지 못하게 했다. 도대체 저게 무슨 심보일까?? 속에서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저노무 핸드폰 네비가 화근이지. 또 한참을 헤매다 동네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어딘가를 가르쳐 주길래 가봤더니...

 

 

 

뚜둥~ 바로 즈빠라 시외버스 터미널이 나왔다. 족자로 간다고 하니 바로 여길 알려줬던거 같았다. 여행사 사무실을 거기 동네사람들이 굳이 알 필요가 있나.

 

 

 

일단은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런데 즈빠라 자체도 작은 동네인데다 족자카르타도 그렇게 대도시가 아니라서 그런지 족자카르타로 가는 버스 사무실은 보이지 않았다. 어떡하지 하고 헤메고 있는데 벤치에 앉아있던 현지인들이 우리가 신기 한지 여기저기서 말을 걸어왔다. 어디로 가냐고 하길래 족자카르타로 간다고 하니까 갑자기 버스 하나를 가르키면서 저걸 타라고 성화였다.

 

 

 

이런 시내버스를 타고 가라고?? 의아해 했지만 이게 스마랑으로 가니 거기서 족자로 가는 버스를 타면 된다는거였다. 그럼 한 다섯시간만에 족자로 갈 수 있다. 이거타고 스마랑 까지 두시간, 스마랑에서 족자까지 세시간..

 

좀 미심쩍긴 했지만 이때 시간이 12시 40분쯤이었고 지금 출발하면 그래도 4시반에 출발한다는 그 여행사 버스보다는 빨리 도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걸 타고가기로 했다. 나중에서야 그말이 순 뻥인걸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개고생 시작!! 살다살다 이런버스는 처음이었다. 에어콘 당근 안나온다. 그건 참을수 있다. 이 버스 정말 우리 나라 몇십년 전 털털거리는 그런 버스인데 문제는 완행중에 완행이라 조금 갈라치면 서서 누굴 태우거나 내리거나 아님 차장이랑 기사 볼일을 보거나 그런식이었다. 그와중에 티비에 뽕짝같은 뮤직비디오를 주구장창 틀어대는데 시끄러워서 머리가 지끈 거렸다.

 

이런 이슬람 국가에서 왠 섹시모드 언니들이 나와서 흔들어대는걸 틀어주다니.. 정해진 정류장도 없고..하여간 가다서다를 반복하면서 거의 4시간 반을 달려서야 스마랑에 도착했다.

 

스마랑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더니 우리보고 버스를 갈아타라고 가르쳐줬다. 처음에 50,000 rp를 걷더니 이번엔 75,000rp 를 걷어갔다.

 

 

 

이번엔 차가 좀 널널하네 라고 생각했지만 이것도 착각이었다.

 

 설마 이건 다이렉트로 고속도로 타겠지라 생각했지만 택도 없었다.

 

 

이버스 역시 똑같은 시골 완행 버스였다. 소음 열라 심하고 덜덜거리며 속도도 아마 시속 40km정도? 차장 아저씨가 달리는 차 한쪽에 서서 끊임없이 족자족자족자족자~~~~ 를 외치면서 호객행위를 했다. 그러다 손드는 사람 있으면 태우고 그런식으로 버스를 만원으로 만들었다. 문제는 도로가 안좋은건지 어쩐건지 가면서 차가 엄청나게 밀리기 시작했다.

 

 이건 뭐 길도 좁고 구불구불한데다 가만생각하니 이날이 금요일이라 차가 더 밀리는거 같았다. 새벽에 일어나 누룽지 하나 먹은게 다인데 허기는 지고 날은 덥고 정말 나중엔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그렇게 멘붕상태로 완전히 찡겨져서 가는데 족자카르타에 다와가니 또 버스를 갈아타라는게 아닌가. 이제는 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다시 버스를 갈아탔다. 다행히 그 버스는 차비를 따로 받지 않았다.

 

 

 

그렇게 즈빠라에서 출발한지 거의 11시간만인 밤 11시 경에서야 족자카르타 터미널 도착!! 이 터미널이 어디쯤인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말리오보로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있다는 것만 짐작할 뿐. 11시간동안 진동이 심한 차안에 갇혀있어서인지 몸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터미널을 헤메다 밴 기사를 만나 10만rp 라는 거금을 주고 속편하게 호텔까지 갔다. 도저히 베짝은 탈 자신이 없었다. 비싸긴 했지만 에어컨 빵빵한 최신형 차량을 타니 살거 같았다.

 

 

 

천신만고 끝에 마지막 숙소 도착!! Pyrenees Jogja 라는 비즈니스 호텔인데.. 방은 작지만 위치가 말리오보로 한가운데라 딱 좋았고 내부도 깔끔한 편이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뭐라도 먹으러 가면 좋겠건만 남편은 그냥 방에서 누룽지나 끓여먹겠다고 했다. 갈려면 나혼자 나가서 먹고 오래나? 이미 이때 서로 지칠대로 지쳐 빈정이 상해 있었다.

 

나는 저인간이 왜 베짝을 거부해서 이 개고생을 시켰나 그리고 새벽에도 먹은 누룽지를 또? 하는 생각에 짜증이 나 있었고 남편은 남편대로 좀더 알아보고 버스를 탔으면 될걸 왜 현지인 말만 듣고 덜컥 이상한 버스를 타서 이 고생을 했나 뭐 이런생각에 또 냉전이 시작되었다. 남편은 꿋꿋하게 누룽지를 끓여 잡쉈고 나는 걍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내가 잘못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