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2015·8-인니 족자카르타,까리문자와

8/5 Indonesian shark likes rice. - 까리문자와 스노클링 투어.

이치핏 2015. 11. 25. 23:55

 

 

 

이른 아침.출근을 위한 알람 음악에 눈을 떴다. 그런데 깨자마자 눈에 들어오는건 맨날 보는 내방 닫힌 창문이 아니라 바로 저렇게 돌아앉은 부처님과 바다였다. 아아..그래 출근안해도 되는구나.

 

휴가와서 이것 만큼 기분 좋은 순간이 또 어딨을까. 뭣같은 상사 땜에 한창 스트레스를 받는 중이라 기분 최고였다.

 

 

 

오늘은 스노클링 나가는날. 그런데 어차피 함께할 팀이 이숙소에 있는 투숙객들인지라 그냥 여기서 배로 바로 나가면 되었다. 고로 픽업이고 뭐고 다 필요없고 걍 아침밥 먹고 느긋하게 나가면 되었다.

 

 바람도 선선해서 기분이 좋아 휴대폰에 음악을 틀었는데 남편이 초를 쳤다. 다른 투숙객들한테 방해된다고 시끄럽다고 음악 끄라고 핀잔을 주는 거였다. 어찌나 배려심이 넘쳐나는지..아침에 바닷가에 아무도 없구만.

 

하필 이어폰을 안가지고 온지라 이렇게 구석탱이에 자리를 잡고 음악틀고 혼자 춤추고 별 오도방정을 다 떨었다. 뭐 어떠리 어차피 여긴 나혼자 밖에 없는데.

 

 

리셉션에 걸려있던 지도. 분홍색 화살표 있는데가 우리 숙소이면 빨간색 원안의 세 섬들이 스노클링 포인트이다. 지도 아랫쪽 배그림 있는데가 숙소들이 몰려있는 부두쪽인데 그쪽과 비교하면 아리스 라군 리조트는 스노클링 포인트 바로 앞에 있는 셈이다.

 

 

 

우리와 같이 스노클링 투어를 할 네덜란드 가족. 원래 스노클링 신청을 할때 비용이 550,000rp 였는데 이 팀 덕분에 스노클링 비용이 325,000rp로 확 줄었다. 사실 돈독 오른 곳 같았음 그냥 입 싹 닦을 텐데 그래도 여기 매니져는 착한 사람이라 저녁에 한팀 신청이 더 들어왔으니 그만큼 비용을 빼주겠다고 알아서 얘기를 해줬다. 구리지만 장비도 대여해주고 식사까지 포함 되어있었다.

 

 

 

그래도 나이많은 아저씨가 역시 붙임성이 좋은지 자기는 모리츠는 옆에 여자애는 아이리스 라고 소개를 하고 우리한테 이것저것 말을 걸어왔다. 인도네시아가 네덜란드 식민지 였던지라 네덜란드 사람이 많이 놀러 온댄다.

 

그냥 차량 픽업이고 뭐고 없이 숙소앞에서 바로 출발!! 이거 정말 맘에 들었다.

 

 

 

 

 

첫번째 스노클링 포인트 도착! 처음엔 소심하게 구명 조끼를 입고 들어갔는데 모리츠씨가 왜 스노클링 하는데 구명 조끼를 입냐고 학교 다닐때 수영 안배웠냐고 비웃는 거였다. 그야 물안경에 물만 새지 않으면 구명조끼가 필요 없지만 항상 빌린 장비의 물안경은 물이 줄줄이 새는지라 일단 테스트 부터 해봤다.

 

다행히 물이 새지 않아 구명조끼 없이 헤엄치는데 성공했다. 스킨스쿠버 자격증 딸때 느꼈던 거지만 가라 앉는게 뜨는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첫번째 포인트는 산호 밭이었다.

 

그런데 물고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그냥 산호밭 구경 하라고 풀어 놓은거 같았다.

 

 

 

 

스노클링을 하다보면 꼭 주변에 무인도가 있는데 나는 그 무인도 까지 다녀와야 직성에 풀리는 이상한 똥고집이 있다.

 

이번에도 무인도 한번 찍고 와야지 하고 열심히 헤엄쳐 상륙을 했다.

 

그리고 이런곳이 대체로 뷰가 끝내준다.

 

 

 

돌아오다가 드디어 물고기 발견!! 다들 산호속에 꼭꼭 숨어있나보다.

 

 

 

두번째 포인트.

 

스노클링 포인트는 아니고 점심식사와 상어양식장 구경을 위한 곳이다.

 

 

 

까리문자와에선 특이하게 군군데 이렇게 바다를 막아 놓고 상어를 기른다고 한다. 잡아먹을려고 하는건지 관광객에게 보여주기 위한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들 망설이고 있는데 배를 끌고온 애가 괜찮으니까 내려가 보라고 해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봤다. 상어들이 순해서 공격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지나가던 현지인이 쓸데없이 손가락을 내밀면 그걸 먹이로 인식하고 콱 물어버릴 수도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 한 소리를 했다.

 

 

 

상어라고 해봤자 그냥 귀여운 수준이다.

 

 

 

꼭 안에 상어만 있는건 아니다.

 

저 거북이는 어쩌다 여기 갇히는 신세가 되었는고.

 

이 섬은 거북이 생태보호구역이라고 군데군데 안내문이 있었다.

 

 

 

섬에 들어와서 점심을 기다리는동안 뒹굴뒹굴 하다가..

 

.이 와중에도 네덜란드 가족들은 열심히 독서 삼매경중.

 

서양 사람들 어딜가나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질 않는다.

 

 

 

식사란게 별게 아니다.

 

섬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코코넛과 코코넛 나무 줄기를 잘라와서 모닥불을 지피면..

 

 

 

 

 

준비해온 생선을 올려서 무슨 소스를 뿌려가면서 굽는게 다였다. 하지만 밥이랑 먹으니 정말 꿀맛이라는거. 네덜란드 가족은 입에 안맞는지 우리보고 남은거 먹으라고 주는데 체면상 걍 거절했다.

체로 유럽에서 온 애들이 해산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듯 했다. 밥도 제대로 먹지도 않는거 같고 구운생선도 먹는둥 마는둥.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만 나눴는데 뜬금없이 우리보고 빅보트 트립은 안하냐고 물어보는 거였다.

 

배타고 스노클링 투어를 하는데 빅보트 트립은 뭐지? 했다. 자꾸 빅보트 트립을 물어보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선착장 쪽에서 큰배로 섬 여기저기를 구경하는 투어가 또 있었다.

 

남은 밥이 아까워서 그거 달라고 저기 있는 상어한테나 줘야겠다고 했다.

 

" 뭐? 이걸 상어한테 준다고? 말도 안돼. 상어가 이걸 왜 먹어."

 

가족중 남자애가 말도 안된다고 한소리 했다.

 

" 상어도 물고기인데 잘 먹겠지. 모든 물고기는 다 밥 잘 먹어."

 

 

 

얘들아 밥먹자~ 

 

밥을 던져주니까 상어들이 벌뗴같이 달려든다.

 

 

 

삘받아서 아예 내려가서 밥을 나눠줬다.

 

상어는 물고기 아닌감?

 

이걸 보던 남자애가 " Indonesian shark likes rice!!! " 라고 썰렁하게 농담이랍시고 던지면서 혼자 막 웃었다.

 

얘야 너네 나라 네덜란드 상어도 밥 주면 좋아할꺼다.

 

 

 

밥먹고 세번째 스노클링 포인트로 이동했다.

 

여기가 진짜 물고기 천국이었으니...

 

 

 

보통 식빵을 들고 물속에서 뿌리면 물고기들이 식빵은 먹을지언정 사람은 알아서 피해가는데 여기는 그런거 없다.

 

식빵이고 사람이고 무차별 공격이다.

 

손이 따끔따끔해서 빵을 다 놓쳐 버리고 말았다.

 

그냥 빵을 안줘도 물고기들이 몰려들었다.

 

 

 

 

 

 

바다정원.

 

이래서 바다정원을 산책하네 어쩌네 하는 말이 나왔구나. 가도도가도 끝없는 산호밭에 중간중간 보이는 희안하게 생긴 물고기까지..여태껏 가본 스노클링 포인트 중 최고였다. 시야도 이런 똑딱이 카메라로 막 찍어도 좋으니 스쿠버 다이빙을 하면 얼마나 멋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실제로 까리문자와는 스쿠버 다이빙 천국이기도 하다.

 

 

 

 

기왕 왔으니 물고기들이랑 기념사진 한방 찍어주시고~

 

 

 

 

멀리 나가기 뭣하면 그냥 선착장 근쳐에서만 놀아도 상관없다.

 

 여기가 물고기가 가장 많이 돌아다니는 곳이니까.

 

 

 

이쯤 놀다보면 인제 나이도 있겠다.

 

슬슬 체력이 방전이 되기 마련..

 

네덜란드 가족들은 이미 섬에 나와 뒹굴고 있었다. 생뚱맞게 이 그네는 뭔가 싶었다. ㅎㅎ

 

 

 

별로 한것도 없는데 시간은 어찌나 잘 가는지.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빨래 대충하고 나니 벌써 저녁 무렵이었다.

 

 

 

   어차피 밥 시간이 아니면 저녁을 못먹으므로 할게 없었다.

 

또다시 숙소뒤에 나있는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걸어보았다.

 

 

 

길을 따라 중간중간 민가가 있는데 마당에서 놀고 있는 꼬마가 우리를 보더니 수줍게 인사를 했다.

 

핸드폰을 꺼내서 "포토~" 하고 외치니까 갑자기 지주변에 동생들을 다 데리고 와서 포즈를 취해주었다.

 

 그런데 얘들아 카메라를 안보고 어딜 쳐다보고 있는거니.

 

 

 

한참 걷다보니 저녁 6시..내 밤잠을 못자게 하는 주범인 아잔 타임이다. 나는 안에서 사람들이 예배를 드리고 절을 하고 할 줄알았는데 어디선가 오토바이를 탄 아저씨 한분이 들어가더니 혼자서 마이크에다 대고 한참 뭐라고 노래를 부르고는 그대로 가버리는게 다였다. 그래도 새벽이든 밤이든 가리지 않고 이걸 하는게 대단한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