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2013·10-스페인

10/12 그라나다의 흔한 주말풍경- 콜럼버스 축제&모로코 벼룩시장

이치핏 2014. 5. 24. 00:55

 

 

성당에서 나오니 언제 왔는지 전통복장을 한사람들에 카메라 기자들에다 경찰들이 좁은 구시가지 골목에 꽉 들어차 있었다. 안그래도 좁은 길목인데 축제행렬이 지나가야 한다고 행인들을 통제하니 발디딜 틈이 없었다.

 

 

 

 

대항해 시대 게임에서 보던 복장들을 입은 사람들이 퍼레이드 연습을 계속 반복 하고 있었는데 뭐하는거냐고 물어보니 콜럼버스 축제일이라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고 했다.

 

 

주말에 근무하느라 고생이 많소. 예행연습 내내 주변에 보초서던 경찰들은 스마트 폰으로 위안을 얻고~

 

 

 

드디어 퍼레이드 출발!

 

 

 

저 가녀린 여인네는 뭐 하는 사람인지 보기에도 무거운 깃발을 축제 내내 들고 다녔다. 옷차림을 보면 VIP같은데 보기완 다르게 힘이 좋은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잘만 들고 있었다.

 

 

 

정확히 무슨 축제인지는 모르지만 사람들 복장이나 콜럼버스 축제라고 말하는 걸 봐서 이곳에서 대항해 시대를 연 이사벨 여왕과 콜럼버스를 기리는 그런 축제가 아닐까 라고 내 맘대로 결론을 내렸다.

 

 

 

 

 

축제행렬은 그라나다 대성당에서 출발해 이사벨 라 카톨리카 광장까지 이어졌다.

 

 

 

이사람들은 스페인의 귀족? 이 아니라 이지역 국회의원들이 아닐까 싶다.

 

 

 

 

 

퍼레이드는 이사벨여왕과 콜럼버스 동상앞에서 끝났고 여기서 간단한 기념식을 가진뒤 해산했다. 그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거리. 뭔가 좀 허무했다.

 

 

 

 

이제 그라나다를 떠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럴때 하는건 역시 쇼핑!! 그라나다 대성당 앞 광장으로 가니 주말 벼룩시장 같은게 열렸는데 뭔가 좀 이국적이었다.

 

 

 

 

 

알고보니 모로코를 컨셉으로 한 전통시장 같은 거였다. 다 모로코에서 온 차나 장신구 별의별 잡화를 팔고 있었다.

 

 

 

 

 

대부분 상인들은 옷만 모로코 식으로 입은 짝퉁 모로칸이었는데 걔중에는  이렇게 레알 모로칸이 수공예 솜씨를 뽐내고 있었다. 근데 막상 보면 뭔가 좀 허접한 느낌이라 그리 썩 사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그래도 살만한 것들도 있었다. 차나 아로마오일 종류. 차의 출처는 쬐끔 의심스러웠지만 종류가 아주 많았다. 생전 듣도보도 못한 차들에 루이보스티만 해도 열가지가 넘었다. 우리는 주로 한가지 허브티를 마시지만 여기선 여러가지 허브티를 섞어서 새로운 티를 만들어 종류를 늘렸다.  그리고 절대 놓칠수 없는건 아르간 오일. 마라케시에서 가져왔다는 아르간 오일은 30ml에 15유로정도. 싼건지 비싼건지 감은 안오지만 집에와서 밤마다 크림이랑 바르고 자니 아침에 화장도 잘 먹고 괜찮은거 같다.

 

 

 

스페인 곳곳에서 보았던 짝퉁 가방을 팔던 흑형들..저렇게 바닥에 깐 보따리에 달린 긴 끈을 잡고 있다가 단속이 뜨면 확 땡겨서 들고 나르나보다. 나랑 비슷한 시기에 이태리를 여행했던 손희영양도 저런 흑형들을 만났다고 했다. 도대체 저런 허접한 가방을 사가는 사람이 있을까 했는데 독일어를 쓰는 모녀가 열심히 보더니 몇개 사가는 거였다.

 

 

 

 

 

모로코에 가려다 못간 한을 여기서 다 풀게 되었다. 이곳 이슬람 거리 내  시장 전체가 북아프리카에서 물건너 온 것들을 파는데였다.

 

 

 

 

하지만 딱히 살만한건 눈에 띄지 않는다. 그저 가죽 슬리퍼를 하나 샀을뿐..집에 와서도  몇달동안 슬리퍼를 신고 집앞 수퍼에 갈때마다  특유의 꼬랑내를 맡으니 그 유명한 페스의 테너리 냄새가 대충 짐작이 갔다. 모로코에서 왔다는 가죽제품들은 하나같이 다 그럤다. 가죽 가공을 할때 비둘기 배설물을 쓴다니 어쩔수가 없었다. 보통 1년은 되어야 냄새가 빠진다고 한다.

 

 

 

 

이슬람 시장을 돌다보니 이국적인 분위기에 제대로 필이 통해 점심도 모로코 식당에서 먹기로 했다. 그런데 그냥 분위기만 이국적이었다. 그게 다였다. 종업원들도 모로칸이었는데 스페인에 와서 가본 식당중에 제일 불친절했다. 불러서 뭘 물어봐도 퉁명스럽기 그지없었고 대놓고 듣던말든 투 치노~ 하면서 우릴 가르키면서 뭐라 쑥덕대고 있었다. 치노는 중국인을 말한다.

 

 

 

 

쿠스쿠스랑 무슨 고기완자 같은걸 시켰는데 우리 입맛엔 좀 아니었다. 그나마 레모네이드가 좀 특이하고 괜찮았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나는 바르셀로나로 돌아갔다 다음날 새벽에 귀국을 해야했고 동생은 바로 말라가로 넘어갈 예정이었다. 막상 헤어진다니 좀 아쉽기는 했다.

"그래 남은 여행 잘하고. 무사히 잘 돌아와라."

"그래 언니도..근데 언니야."

"왜?"

"돈좀 빌려줘. 유로화 많이 남은거 다 알고 있다."

9일이나 다닌다면서 겨우 300유로 환전해올때 알아봤어야 했다. 그래도 동생은 나보다는 훨씬 천하 태평이었다. 겨우 50유로를 꿔가서는 말라가에서 잘 다녔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잠깐 밥먹으로 나온 친구들 마냥 식당을 나와서는 미련없이 헤어졌다.

" 안녕~ 잘놀다가."

" 그래. 언니도 잘 들어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