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2013·10-스페인

10/10 누에보다리에서 찧고 까불다.

이치핏 2014. 5. 16. 01:09

사실 나는 론다에 갈 생각이 없었다.  세비야에서 좀 더 있다가 그라나다로 바로 넘어가려했는데 동생이 죽어도 하얀마을 이라는 것을 봐야한다고 여길 넣었다. 오바마도 여기서 휴가를 보냈다는 근거없는 주장까지 하는 바람에 반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반은 귀찮아서 일정추가를 했는데 결론은 가길 잘했다. 특별히 유명한 것은 없어도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다운 도시였다.

 

물론 론다에도 투우 외에 상징물은 있으니 바로 누에보 다리이다. 론다는 협곡위 깎아지른 절벽위에 세워진 도시이고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잇는 다리가 누에보 다리인데 그 높이가 100m 이다. 태어나서 본 가장 높은 다리였다.

 

 

 

18세기 이 다리가 완성되기 전엔 절벽위의 두마을이 어떻게 왕래를 했을까? 아마 한참을 돌아서 가야 했을것이다. 수에즈 운하가 생기기전에 배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는것 처럼.. 

 

 

 

저쪽이 구시가지. 동생이 그렇게 보고 싶어하던 하얀마을이었다. 그런데 산토리니도 그랬지만 여기도 거의 레스토랑과 호텔이었다.

 

 

 

 

 

다리 옆 절벽위에는 파라도르가 있다.파라도르란 스페인의 고성같은 걸 개조해서 운영하는 국영 호텔이다.  비록 여기에 숙박은 못했지만 호텔 한켠에 있는 스낵바에서 커피랑 아이스크림을 사서 자리를 잡고 앉아 느긋하게 경치를 즐겨보기로 햇다. 커피는 인스턴트 달디단 싸구려  맛이었다. 그러고 보니 스페인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셨던 기억이 없었다. 역시 이동네는 샹그리아 인가 보다.

 

 

 

다리 밑으로 한번 내려가 보려했는데 입구를 막아놓고 입장료를 받고 있었다.  일단 다른길로 가기로 했다.

 

 

 

 

 

사실 한낮이라 덥고 피곤하기도 해서 해질때 내려가기로 하고 한동안 파라도르 앞에서 멍때리기 모드로 들어갔다.

 

 

 

한참 경치 구경을 하는데 어디선가 은은한 노래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홀린듯 소리를 쫒아가보니

 

 

 

팬플룻이랑 하프 이인조로 구성된 악단이 명당 자리를 차지하고 공연도 하고 앨범도 팔고 있었다. 딱 이자리에 어울리는 사람들이었다. 계속 듣고 있으려니 기분이 묘했다. 나중엔 이래저래 힘들어서 그런지 눈물까지 나려는 거엿다. 오기전에 힘들었던 일이랑 이제 돌아갈날이 다되어가 다시 현실에 부딪칠  생각에 뭔가가 욱하고 치밀어 올랐다. 그러다 CD를 사겠다고 10유로를 들고 갔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나를 잡아 당겼다.

 

" 언니야. 정신차려라. 가자. 이 충동구매야!!"

 

동생이 내가 좀비처럼 돈을 들고 다가가는 걸 보고 얼른 뛰어왔던 것이었다. 이럴때 동행이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아마 여기서도 혼자였다면 뭔짓을 했을지 몰랐다.

 

 

 

 

 

다리를 건너 구시가지 쪽으로 넘어갔다. 하얀 마을이랬지만 거의 관광객용 이었다. 숙소,레스토랑,기념품 가게가 대부분이었다.

 

 

 

 

 

구시가지의 중심광장 까지 오니 산타 마리아 라 마요르 성당이 나왔다. 15~16세기의 이슬람 사원이 있던 자리에 지은 성당인데 론다의 수호성인을 제단에 모셨다고 한다.

 

 

 

광장을 지나면 마을 아랫쪽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그냥 계속 아래로 걸어가 봤다.

 

 

 

마을을 벗어나도 길을 계속 이어졌다.

 

 

 

절벽위에서 바라보던 들판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그냥 걸어오다 보니 그랬다.

 

 

 

하루종일 걸었더니 다리도 아파 그만 돌아가자고 말했는데 동생 이 왠수같은 것이 왔던 길로 돌아가지말고 이 절벽을 타고 올라가자는 거였다.

"야! 여기 길이 어디있냐?"

"있어봐봐. 내가 길 찾으면 되잖아!!"

 

 

 

그러더니 저기 멀리서 왠 커플이 보이자 쫒아가더니 길이 있는지를 물어봤다. 딴에는 내눈치가 보였는지 어떻게든 지름길을 찾으려고 뛰어다녔다.

 

 

 

커플이 길이 있다고 했다고 일단 계속 가보기로 했다.

 

 

 

길이 있긴 있었다. 가파르기가 장난이 아니어서 문제였지만..

 

 

 

하지만 덕분에 타호계곡과 누에보다리의 멋진 뷰를 볼 수 있었다. 돈안내고 이렇게 오니 트레킹도 가능하고 다리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슬슬 해가 지려 하고 있었다. 기왕 여기까지 힘들게 왔으니 일몰도 보고 가기로 하고 아무데나 주저 앉았다.

 

 

 

왠지 서글펐다. 이유는 내려놓질 못해서 였을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땅거미가 진 들판은 너무도 평온해 보였다. 한동안 저기서 텐트치고 캠핑이나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대로 숙소로 돌아가기에는 섭섭해서 절벽위 레스토랑에서 샹그리아를 한잔했다. 너무 피곤해서인지 식욕도 없었다. 그런데 의외로 야경은 그닥이었다. 게다가 자리값인지 절벽위 레스토랑은 광장쪽 보다 가격이 더 비싸고 퀄리티도 그닥이었다.

 

 

 

겨우 일박의 짧은 일정이라 아쉬운 론다..그냥 푹 쉰다 생각하고 좀 더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