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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레호수-산넘고 물건너 가는 낯선세상.

이치핏 2013. 3. 31. 00:09

 

 

어제 너무 빡세게 돌아 다닌 탓일까? 김모씨가 아침 일출을 보러 가자고 하는데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어 결국 김모씨 혼자 보내고 나는 계속 잤다. 일출을 찍겠다고 자신만만하게 길을 나선 김모씨..한참만에 들어오더니 바로 욕실로 직행하는 거였다. 뭐하는가 했더니 욕실의 샴푸랑 비누 샘플같은걸 챙겨서 들고 나가려고 했다.

 " 그거들고 어디가?"

영문을 몰라 멀뚱멀뚱 쳐다봤더니 그제서야 한다는 말이 일출을 보러가기는 가야하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어떤 현지인이 나타나서는 길을 안내하면서 기념품을 팔길래 사줬다고..무슨 힌두교 신을 장식한 조그만 돌맹이같은건데 그걸 16,000짯을 주고 샀다는 거였다. -_-;;; 거기다 샴푸 샘플이 호텔에 있으면 그거 좀 달라고 해서 가져다 주기로 했다는 거였다.

 

분명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가 없어 한소리 하고 싶었지만 어차피 싸움만 날거라 그냥 입을 다물기로 했다. 내가 화가나는건 기념품이나 차비 그까이거 큰돈도 아니고 얼마든지 바가지 쓸 수 있다. 그런거에 일일이 신경쓰면 무슨 재미로 여행을 하랴. 그런데 이 김모씨 꼭 여행만 오면 세상에서 제일 알뜰한 자린고비로 돌변한다. 여행경비는 무조건 자기가 다 쥐고 있음은 물론 매일 밤마다 1원어치까지 정산을 하면서 가계부를 쓰고 내가 뭔가 살까봐 전전긍긍하다가 돈이 남으면 얼른 출국장에가서 도로 환전을 해버린다. 딱히 알뜰하지도 않으면서 왜 나한테만 이렇게 짜게 구는걸까?

 

 

 그나마 찍어온다고 찍어온 일출사진...

 

 암튼 이번에도 아침 비행기라 조식은 못먹고 이번에는 도시락을 싸 달라고 해서 공항에서 조식을 해결했다. 미얀마 일정은 이게 안좋은거 같다. 비행기는 다 아침비행기니 일정이 빡빡하면 매일 새벽같이 일어나 움직여야하는 나같이 저녁형 인간인 경우는 제일 피곤한 일정이 되어버리는 거였다.

 

 

 양곤에서 넘어온 비행기가 손님을 다 내리고 난 후 우리는 좌석번호도 없는 티켓을 받아 탑승을 했다. 양곤에서 혜호로 넘어가는 손님들은 그냥 타고 대기중..바간-혜호 구간은 짧아서 40분 정도 걸렸던거 같다. 이 구간은 빵같은건 나오지 않는다.

 

 

 

드디어 혜호공항 도착!! 불과 며칠뒤 이 공항에서 추락사고가 일어난다. 이동네 특유의 아침 안개 때문에...

바간의 낭우공항보다 더 열악하고 그리고 바간보다 훨씬 더 쌀쌀하다. 이곳도 지역 입장료 5000짯을 냈다. 호수 입구에서 줬던걸로 기억한다.

 

 여기 내려서 택시로 들어가는 길에 어디 들러 투어라도 하고 싶었지만 딱히 갈만한 곳도 없고 부르면 또 추가 비용이라 바로 숙소로 가기로 했다.

 

말로만 듣던 수상 리조트 한번 가보자고 잡은 곳 슈에 인타 플로팅 리조트라고 하는데 공항에서 낭쉐선착장까지 택시로 한시간 선착장에서 배타고 또 한시간을 들어가야 한다.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가 힘든 곳이라..차라리 그냥 낭쉐쪽에 숙소를 잡을걸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우리를 태우고 가던 택시 아저씨가 그냥 곧바로 가기엔 뭣했는지 중간에 차를 세우고 여기서 사진을 찍으라고 했다. 저기 가는 기차가 뭐냐고 물었더니 양곤으로 가는 기차라고 한다. 진짜 우리나라 70년대 통일호 같이 생긴 기차인데 저거 타고 양곤까지 가려면 아마 1박2일은 각오해야겠지?

 

 

 

또 우리를 태우고 한참을 달리던 택시는 한군데 더 차를 세웠다. 수도원인데 어린 동자승들이 공부도 하고 수도도 하면서 머무는 학교 같은 곳이었다. 불경읽는 소리가 웅성웅성 입구까지 들렸다.

 

 

 

아마 얘네들 무슨 시험공부를 하는 분위기였다. 사진을 찍다가 눈이 마주쳤는데 내가 사진을 찍어 불쾌했나 싶어 뻘줌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니까 수줍게 웃으면서 어쩔줄을 모르는 거였다. 완전 귀여운 애들이었다.

 

 

 

택시가 도착한곳은 여기가 선착장이 맞나 싶을 정도로 썰렁한 곳이었다. 알고보니 자기와 연계가 되어있는 여행사(?) 보트 회사(?)에 우리를 데리고 간 거였다. 여기서 우리는 다음날 하게될 인레 호수 투어랑 리조트까지 왕복 보트 그리고 선착장에서 공항까지 택시까지 같이 예약을 했다.

 

 

 

선착장부터 숙소까지 왕복 30000짯을 부르길래 눈이 휘둥그래 졌지만 화살표가 출발지점이고 동그라미가 도착지점인걸 감안하면 우리 숙소가 한참 안쪽에 들어가 있는지라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원데이 투어는 25000짯에 예약..택시 왕복25000짯..바간보다 훨씬 물가가 비싼느낌이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차라리 바간 일정을 더 늘리던가 하고 숙소는 낭쉐에다 잡는 편이 훨씬 나았을거 같다.

 

 

 

결국 배는 출발을하고 한참을 이런 수로를 따라 들어가다 물길이 점점 넓어지더니..

 

 

 

이런 표지판을 만나면서 광활한 호수를 만나게 되었다.

 

 

 

 

인레 호수의 상징인 서서 노젓고 고기잡는 어부들. 이들이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게 이노무 호수가 워낙에 넓어서 앉아서 노를 젓다보면 어디가 어딘지 방향구분이 안가서 이렇게 발로 노를 저으면서 다닐 수 밖에 없다고 한다.

 

 

 

호수를 지나 한시간 넘게 들어오니 수상 리조트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드디어 우리도 숙소에 도착..그야말로 배 없이는 바깥으로는 절대 나갈 수 없는 곳이었다. 그냥 오늘은 리조트에서 쉬는 수 밖에...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그런지 아고다 사이트에서 저렴한 숙소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예약한 쉐 인타 플로팅 리조트 일박에 대략 12만원이 좀 넘었던거 같다. 그런데 가격 대비 시설은 그닥이다. 한참 자고 난뒤에 저녁 8시쯤 샤워를 하려보니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리셉션에 물어보니 이미 그날의 온수를 다 썼다며 보일러를 가동해 물을 데우려면 2시간이 넘게 걸린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꼭 오늘 저녁에 샤워를 해야 겠냐고..내일 그냥 샤워해라고..-_-;;; 이게 말이여 당나귀여..게다가 인레호수는 낮에는 따뜻하지만 겨울이라 밤이랑 새벽에는 기온이 0도가까지 떨어져 상당히 춥다 방은 널찍한데 난방 시설은 그냥 벽걸이 에어컨 같은 히터가 다다. 그나마 고스톱용 담요같은거라도 있어 옷 다 껴입고 그거 두개씩 덥고 그렇게 자야만 했다. 이게 리조트의 시설이란 말입니까!!!

 

 

 

한참 잠이 들었을까 어디선가 동남아 특유의 음악소리가 들리길래 내다 봤더니 사람들이 모여 있는게 뭔 일이 있나보다. 얼른 저쪽으로 넘어가 보았다.

 

 

 

무얼 하는건지 한쪽에선 풍악을 울리고 한쪽에선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신이나서 난리다. 객실의 손님들도 다 나와서 사진찍느라 정신이 없고..

 

 

 

알고보니 보트 레이싱..배 세대가 이렇게 출발을 해서 장거리 코스를 돌다가 돌아오는 그런거 같다. 출발하면서도 배에 있는 사람들은 아주 신이 나 있었다.

 

 

 

수영을 할 정도로 더운 날씨는 절대 아닌데 제법 사람들이 풀장에 나와있었다. 그냥 일광욕을 즐기려 나온건지..

 

 

 

 

인레 호수가 산정호수라 그런지 해가 제법 빨리 떨어졌다. 어쨌거나 미얀마에 도착한 후 그나마 처음으로 여유를 즐기며 쉴 수 있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