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2011·6- 태국 치앙마이,코창&방콕

코창- 뒹굴거리다가 막차를 놓치다.

이치핏 2011. 7. 21. 15:09

 

 

어제 너무 힘든 하루를 보내서였을까. 그냥 오늘 하루쯤은 빈둥거리면서 쉬기로 했다. 이 좋은 리조트에 머물면서 수영장도 안써보는게 왠지 아깝기도 하고 날씨는 이렇지만 해수욕이라도 하자 싶어서였다.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바닷가로 나와보았다. 밤새도록 뭐가 떠밀려왔는지 직원들이 청소를 하느라 분주하다.

 

 

 

 아침이 되니까 썰물이라 건너편에 있는 작은 무인도 까지 걸어 갈 수 있을정도였다. 백사장이 끝도 없이 넓어졌다는 이야기..날씨 좋을때 왔으면 정말 환상적이었을텐데..

 

 

 

 바닷가에서 직원들이 치우고 있는건 바로 이것!! 도대체 이것의 정체는 생긴거는 똥같이 생겼지만 만져보면 재처럼 부스러진다. 남편이 보더니 아마도 밀물동안 조개같은것들이 먹이를 먹고 뱉어낸 부산물 같은거라고 한다. 한마디로 조개똥??

 

 

 

 

 

 아침인데다 날씨가 어제보다 더 안좋아서인지 바닷가에 나온사람은 거의 보이질 않았다. 그나마 어제라도 나갔으니 스노클링을 할수 있었지 오늘은 아예 배도 못뜰거 같은 느낌이다.

 

 

 

 섬에 가까이 갈수록 물도 많아지고 바닥이 온통 바위투성이라 걷기가 힘들었다. 바람도 장난이 아닌데다 괜히 물이 막 차오르는거 같은 기분이라 그냥 다시 돌아왔다. 알고보니 건너편 섬으로 가는 길은 따로 있었는데 말이다.

 

막상가도 바위틈에서 조개같은걸 캐는 현지인들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조그만 해변이 있지만 날씨도 이래서 별로 메리트도 없다.

 

 

 

전망대 위에 올라가보니 날씨가 더 암울했다. 비도 쏟아질거 같고..결국 크롱프라오에 있는 코끼리 식당에 가서 점심이나 먹기로 했다.

 

 

 

 겨우 찾아간 코끼리 식당..송태우 기사에게 엘러펀트 레스토랑,까올리 레스토랑, 창 레스토랑 아무리 말해봤자 어딘지 알아듣지를 못하신다. 그냥 코키리 레스토랑이라고 할껄.. 크롱프라오 리조트에 세워달라고 하면 바도 맞은편에 있다고 한다. 엘러펀트나 창 어쩌고 이러면 코끼리 트레킹하는데로 데려다 준다고 한다.

 

 

 

 토요일이 되어버려 환전소가 다 문을 닫아 전전긍긍했었는데 크롱프라오 리조트안에 환전소가 있다고 하길래 겨우 환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환율은 아주 나쁜 편이다. 왜 진작에 죄다 환전을 해버리지 않았을까 짜증난다.

 

 

 

 

 

 크롱프라오 비치는 카이베 비치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넓다는 느낌이었다.

 

 

이런 경고문이 있는걸 보니 수영하기도 꺼려진다. 이안류 같은걸까?

 

 

 

나오는길에 코끼리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코창 내에 유일한 한인 업소라는데 꽤 젊은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었다. 식당분위기도 한인 식당 같지 않아 서양 사람들도 와서 먹는 분위기였다. 여기서 내일 방콕으로 가는 픽업봉고를 예약해놨기 때문에 확인도 할겸 찾아간거였다. 이동네는 왠지 약속에 대해 믿음이 안가서 재차 확인을 했다. 투어 할거 없냐고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코끼리 트레킹같은건 치앙마이에서 했고 반딧불투어나 그런건 날씨가 이래서 힘들어 보였다.

 

 

 

그래도 리조트 수영장은 함 이용해 봐야지 하고 궃은 날씨지만 꿋꿋하게 수영장으로 고고씽~ 날씨가 이러니 물이 제법 찼다. 하지만 오늘 아니면 시간이 더이상 없으므로 꿋꿋하게 수영장을 독차지 했다.

 

 

물이랑 별로 친하지 않은 선영이는 그냥 앉아서 쉬고 있었고 나혼자만 물장구 치고 놀려니 영 재미가 없었다.

 

 

 

 

 

여긴 마운틴쪽 수영장 날씨가 맑은 날이면 여기서 수영을 하면서 일몰을 바라볼수 있다. 그나마 물미끄럼틀이 있어서 그거라도 타고 놀수 있었다.

이렇게 할일없이 수영장에서 걔기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하루 시간 보내는건 정말 일도 아닌가보다.

 

 

 

 

 

 

 저녁이 되어서 대충 씻고 송태우를 빌려 번화가로 나왔다. 세상에 이제서야 날이 개다니..처음으로 섬으로 온 선영이는 못내 아쉬워했다. 왜 실컷 구리다가 떠나기 전날이 되니까 날이 개는것이야.ㅠ.ㅠ

 

 

 돌아다니가 발견한 싼집..해물 부페같은것인데 130바트라고 한다. 국물엔 해물을 넣어 수끼처럼 해먹고 불판위에는 돼지갈비 같은걸 구워먹을수 있도록 해놨는데 처음엔 싸고 양많아 실컷 먹겠다고 좋아한게 실수 였다. 이더운 동네에서 에어콘도 안나오는 야외식당에서 불판 얹어서 연기 날려가면서 먹으려니 땀이 줄줄 흘러내렸고 고기가 아니라 내가 익어버릴 지경이었다. 나만 힘들었나 주위에 서양 사람들은 꿋꿋하게 잘만 먹던데..그 와중에 선영이는 멋도 모르고 고기를 계속 날라왔다. 불판은 절대 갈아주지 않는다.

 

 "선영아 왠만하면 그만먹자"

" 왜요? 언니 벌써 배불러요?"

"아니. 쩌죽을거 같어..ㅠ.ㅠ"

 

이렇게 코창에서의 마지막 저녁을 먹고 타이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그래도 태국에 왔으니 마사지라는걸 받아봐야지. 의외로 중국 단체 손님이 많았다. 러시아 사람들도 간간히 보였었고...200바트에 한시간 이라길래 싸다고 생각하고 맛사지를 받았다.

맛사지를 받고나니 9시가 넘어서 인제 슬슬 돌아가야지 하고 송태우를 잡으려고 했는데 이게 왠일 아무리 기다려도 송태우 비스무레 한것도 보이지 않는다. 헉...

거리를 왔다 갔다하면서 길가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는 현지 아저씨들에게 여기 택시 없냐고 물어보았다. 기다려 보라고만 하더니 말도 안되는 영어로

 

" 지금은 비수기라 송태우 기사들이 일찍 들어가 버려. 화이트 샌드 비치에서 술마시다 들어오는 기사들이 있긴한데 한시간에 한대 지나갈까 말까야."

 

허걱...갑자기 머리가 띵 해졌다. 여기서 리조트까지 송태우로 가면 10분이면 갈 거리지만 걸어서 가기엔 위험한 길이었다. 옆에 아저씨들이 자기 사촌이 송태우기사인데 기다려보라면서 어딘가로 가더니 그 사촌도 벌써 자러 들어갔단다. 

" 씨뷰리조트까지 걸어가는건 위험해. 8년전에 어떤 여자가 혼자 걸어가다가 강도를 만나서 저세상으로 가버렸어,"

선영이는 그사람들이 더 못미덥다며 딴데로 가자고 했지만 이 촌구석에 가서 물어볼만한데도 없었다. 마사지 샾에가도 기다려보라고만하고 씨뷰 리조트 전화번호도 모르겠고..편의점으로라도 가야 하나 하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 동네아저씨랑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뭔가 알아낼수 있는게 있나 싶어서...

 

"우린 여기서 가게 하는 사람들이야. 이상한 사람 아니니 안심하라구..정 송태우가 없으면 우리가 오토바이로 너네를 데려다 줄꼐. 돈같은건 필요없어,"

 

속으로 정 안되면 이렇게라도 신세를 저야 했지만 선영이는 절대 안된다는 눈치였다.

그렇게 이런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가 한국 사람이라고 한국 이야기를 하다가 아저씨가 이런말을 하는것이었다.

 

" 사실 여기에도 한국여자가 살고 있어"

 

그 말은 정말 구원의 소리였다 그말을 듣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 나 그분 좀 만나게 해주면 안될까?? 플리즈~~~"

 

그러자 그 아저씨는 흔쾌히 어느 옷가게로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한국여자인데 여기 현지사람과 결혼해서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곤 옷가게 아저씨에게 뭐라고 한참 사정 설명을 하니까 옷가게 아저씨가 가게 뒤로 가더니 한참 후에 자기 부인을 데리고 나왔다.

 

무슬림 복장을 한 피곤한 표정이 역력한 여자분이었는데 임신중이라 많이 힘들어보이셨다.  우리는 그분을 붙잡고 미친듯이 사정 설명을 했다.

 

"저희가요. 씨뷰 리조트에 머물고 있는데 마사지를 받고 나오니까 송태우가 끊겼대요. 주위에 도움을 청할 곳도 없고.. 방법이 없을까요?"

 

"지금이 비수기라 송태우는 빨리 끊어지는데 모르셨나보네요. 간혹가다 한대 씩 지나가는데 언제올지 몰라요."

 

그러면서 이집 부부가 우리를 태워주겠다고 하셨다.

 

"아..정말 구세주가 따로없네요. 고맙습니다."

 

그저 그순간은 몇번이나 고맙다는 인사외엔 할게 없었다. 그분은 국제결혼을 해서 무슬림으로 개종후 여기에 정착해 사신다고 했는데 한국인들과는 거의 교류를 안한다고 하셨다. 코끼리 식당을 알기는 하는데 일년에 한번 볼까 말까라고 하셨다. 여기 한국사람 보기 참 힘든데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왔냐고..씨뷰리조트가 위치가 그래서 밤늦게 돌아다니기엔 위험하다고 이런저런 말씀을 해주시며 데려다 주셨다. 다음날 섬에서 바로 나오는 바람에 인사를 하지 못한게 너무 아쉬웠다.

 

계속 패닉 상태에 있던 선영이도 그제서야 표정이 밝아졌다. 괜히 의심한 동네아저씨한테도 좀 미안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찔한 경험이었는데 그래도 고마운 사람들 때문에 무사히 숙소로 돌아오는거 보면 내가 분명 운이 좋긴 한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