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2008·10-터키&그리스지중해,에게해

11일- 셀축으로...예상외로 괜찮았던 시린제마을

이치핏 2008. 11. 16. 22:40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앞이 어질어질 하다. 어제먹은게..아침에 초코바 한입,점심때 밥이랑 야채조금,저녁에 컵라면..부실하긴 부실하군,그래서인지 평소에 입에 맞지않던 터키식 아침식사를 아주 맛있게 먹었다.

 

첨엔 빵한조각도 억지로 먹던 내가 이젠 두세조각은 가볍게 먹고 절대로 먹지 않던 삶은달걀(노른자의 텁텁함이 싫어서 나는 삶은 달걀을 아예 안먹는다)도 넘넘 맛있게 먹었다. 아니 왜 내가 그동안 삶은 달걀을 안먹었을까.따땃한게 맛만 좋은데...그리스에서 부실한 아침을 생각하니 간만에 넘넘 맛있게 먹을수 있었다.

 

 

내륙으로 들어와서 그런가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버스가 아침에 숙소로 와서 일찌감치 체크아웃을 하고 1층 식당에서 노닥거리고 있었다. 돌무쉬보다 조금 더큰 미니 버스가 왔는데 파묵칼레에서 바로 셀축까지 간다고 한다.예약한 숙소 곳곳에 들려 손님을 태우고 간다.

 

 

데니즐리 오토갈에서도 손님을 태우고 10시정각에 출발..대략 3시간 정도 걸렸다. 그런데 큰일이다. 어지럼증 증세가 점점 더 심해진다. 중간에 가이드북이라도 읽으려고 했지만 글자를 하나도 읽을수 없었다. 글자가 확 퍼져보이고 글자를 보니 더 어지럽고...이거 어디다 이야기도 못하고..그동안 뭘 제대로 못먹어서일까.

 

며칠만 참으면 집에 갈텐데 집에가면 된장에 열무넣고 밥비벼서 쌈도 사먹고..매운 아구찜도 먹고..이런 생각을 하면서 버텼다.(생각만해도 행복하다.ㅋㅋㅋㅋ)

 

 이럴떄 남편이 보고 싶었다. 매일매일 전화와서 괜찮냐 이동할때마다 숙소 연락처 문자로 보내라. 몸은 어떠냐.또 수시로 문자도 보내주던 남편.같이왔더라면 적어도 먹는건 제대로 먹고 다녔겠지 아마도 워낙에 대식가인 남편 굶고는 못사니.

 

셀축에 도착하니 역시나 나를 정열적으로 반기는 터키남자들 . 숙소팜플렛을 보여주면서 침튀기면서 설명을 한다. 인터넷 까페에서 하도 왈라비스가 좋다길래..왈라비스를 찾으니 왠 양아틱한 삐끼가 악수를 청한다.

 

바로 한다는 소리가 다음 까페아냔다. 거기 추천으로 왔다니까 땡큐를 연발하면서 막 자기 숙소 설명을 하면서 걸어갔다.

 

 

 

방은 그럭저럭 깨끗하고 그런데 솔직히 여기가 왜 강추인지 모르겠다.

 

주인장 제프란 사람은 체크인하고 아웃할때 빼고 볼때마다 항상 로비소파에서 잠만자고 있고 양아틱한 삐끼는 볼때마다 컴터앞에 앉아서 여자사진만 들여다보고 있고 2박을 묵었는데 중간에 팁까지 놔뒀건만 방안 정리도 안해놨다. 

 

뭐 혼자서 침대두개인방을 써서 상관없지만 보통 수건같은거 교환때문이라도 방정리를 해주는건 아닌지... 맘에 드는 사람은 이집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주 친절하고 다정다감한 분들이었다.

 

 

 

창밖 풍경참..독특하다. 만약에 방밖에 이런 광경이 보인다면 방바꿔달라고 하는게...왜냐면 이 흉가에는 엄청난 세떼들이 사는데 아침에 어찌나 시끄럽게 떠들어대는지 첨엔 까마귄줄 알았는데 까마귀는 아니고 새들이 방앞까지 날아와 부리로 창문을 막 두들긴다. 새벽에 딱딱거리 소리땜에 그리고 창바로앞에서 울어대는 소리땜에 몇번이나 잠에서 꺴던거 같다. 하여간 웃기는 녀석들이다.

 

 

 

그럭저럭 오후도 되어서 시린제 마을로 가보기로 했다. 제2의 샤프란볼루 어쩌고 하는데 그리 큰기대는 안했다. 그냥 시골동네에 사람들이 좀 오니까 관광지화 되어서 싸구려 와인가게가 주르륵 널려있다는 이런 이야기만 들어서...그냥 시간은 남으니 가보지 모 했다.

 

돌무쉬가 가려면 30분은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차이한잔 사들고 벤치에 앉았다. 저앞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의 처자도 나처럼 혼자 여행하는 사람인거 같은데 뭔가 모를여유와 포스가 느껴진다.

 

 

차이를 마시면서 멍때리고 앉아있으니 책상앞에 앉아 무슨일을 하던 남자가 나를 보더니 "너 시린제 가지? "이러더니 시간되었다고 돌무쉬 타란다. 시간표보니 30분의 배차간격..내가 3시차를 놓친게로군.

 

 

역시나 관광지답게 입구에 와인가게랑 기념품가게가 쫙 늘어서 있었다. 세간다 책을 보니 예전에 그리스인들이 살던 마을인데 터키와 전쟁후 주민교환으로 터키사람들이 살게 되었다고...예전엔 여자들이 이방인이 지나가면 얼굴을 가렸다는데 지금은 뭐...어딘가 알려지지 않은 정말로 이방인을 보면 여자들이 얼굴을 가리고 숨는 그런 마을이 아직 터키에 남아있을까.

 

 

 

뭐야 산동네였어? 계속 오르막길이다. 내가 싫어하는 오르막길

 

 

 

그래도 애들이 보이는거 보니 완전 노인네들만 사는 그런데는 아닌 모양이다.

 

 

 

오스만스타일의 집? 창부분이 불쑥 튀어나온 그런집이 오스만스타일의 집이라고 들었는데...

 

 

 

돌담과 넘 잘 어울리는 냥이..느긋하게 일광욕중..밥은 먹었냐.

 

 

 

아 계속 오르막길이네..도대체 뭐가 나올줄 알고 계속 걸어가고 있는지. 

 

 

 

건물에 가려서 보이지 않지만 저 할아버지 앞에 동네 할머니들도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관광객들 상대로 하는 장삿꾼이 아닌 진짜 시골 노인네들..소심한 성격에 용기를 내면서 메르하바~하니 이빨이 다빠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활짝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며 메르하바~라고 인사해준다. 괜히 기분이 좋다.

 

 

 

제법 올라온거 같다.

 

 

드디어 고지가..

 

 이집이 마을에서 제일 높은데 있는 집...짐들고 올라가려면 힘들겠다.

 

 

 

 

 

 

마을의 꼭대기에 올라오는 순간..닥치고 올라오길 잘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 그림같이 펼쳐진 마을 정말 그림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거기다 배경음으로 멀리서 들리는 모스크의 은은한 확성기 소리. 잘떄 들리는 새벽의 확성기 소리는 글케 짜증나더니만 오늘은 정말 내가 올라오는 타이밍 잘 맞췄네.ㅋㅋㅋㅋ 게다가 마을 꼭대기에는 아무도 없다. 조용한 가운데 혼자 서있으니 넘넘 기분이 좋다.

 

 

 

 

 

 

 

그리고 시린제 마을에서 또 맘에 들었던건 길이다. 햇빛받으면서 아무도 없는 길을 음악들으면서 여기저기 쏘다니는 기분이란.. 물론 중간에 길을 잘못들기도 하지만 이런 작은마을에서 뭘 그렇게 헤매일 일도 없고 그냥 느긋하게  아무생각 없이 돌아다니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는 말도 행복해 보인다. 니가 무슨 근심걱정이 있겠니. 문득 말뒤로 교회같은걸로 보이는 건물이 보여  가보기로 했다

 

 

 

헥헥..다시 계단을 올라가서.

 

 

 

 

 

 

 

완전 폐허가 된 교회였다. 예전에 그리스인들이 살았다는거 보니 그리스 정교회의 교회였나보다.

 

 

분수대엔 성모상이 있는데 놀러온 터키애들이 여기다 동전을 집어던지면서 지들끼리 낄낄거리면서 머라 하면서 간다. 야 이것들아...ㅜ.ㅜ

 

 

게다가 이 주위엔 좌판하고 레스통랑 이다. 하긴 무슬림들에게 성모님이 뭐라고...

 

 

내려오는길에..길 곳곳마다 마을 여자들이 열심히 뜨게질을 하고 있었다. 임신해있는 근처사는 동생생각이 나서 아줌마에게 아기신발을 하나 샀는데 5리라나 내라고 한다. 저런 천쪼가리 레이스는 누가 사가는걸까.

 

 

 

이것저것 막 사가야지 하고 갔는데 뭐가뭔지 몰라서 그냥 와인만 사갔다. 차라리 견과류나 건과일종류나 실컷 사갈껄 그랬다.. 아몬드는 정말 맛있다. 와인은..비추다. 시럽탔다는 말도 있고....와인에 대해 문외한인 내가 마셔도 이건 뭐..걍 장미쨈이나 꿀이 오히려 나을거 같다.

 

정산:

방값(무스타파 펜션) 15리라

버스비(파묵칼레-셀축) 15리라

화장실 0.5리라

차이 1리라

셀축-시린제 돌무쉬 왕복: 5리라

물 0.5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