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2008·8- 터키 이스탄불,카파도키아

마지막날-미니아투르크&슐레이마니에 자미

이치핏 2008. 8. 15. 22:49

4일씩이나 이스탄불에 있기가 뭣해서..하루쯤은 근교로 한번 나가보자고 해서 선택한곳이 에디르네 시난의 최대 걸작이라는 셀레미에 자미도 보고 이래저래서 가려고 했는데 오마이갓!! 아침에 일어나자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전날 마치 술을 잔뜩 마셔서 숙취에 쩔어버린거 같은 몸상태였다. 어깨위로 온몸이 지끈거렸다. 그래도 가야지 하고 옷을 입고 밥을 먹는데 김모씨는 영 냉담한 상태다. 어제 카메라를 뺏었다고 아직도 삐져있는거 같았다. 밥을 먹다가 도저히 상태가 안좋아 일정을 바꾸자고 그냥 이스탄불에 있어야겠다고 말했다.

 

"그러든지 말든지. 어차피 니가 일정 다 짠거고 니가 하자고 한거니까. 니 맘대로 해라. 나야 따라만 다니면 그만이니까."

 

분위기 썰렁했다.

 

그냥 방으로 내려와 다시 한잠을 들었는데..잠을 잘수도 없었다. 열이 온몸에 채인건지 온몸이 지끈거리고 나중엔 속까지 울렁거리고 어지러운데 잠은 들지 않고 딱 미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런데 김모씨 옆에서 코골고 티비보고 그러더니 12시쯤 되자..

 

"밥먹으로 가자"

 

이러는거다. 억지로 몸을 일으켜서 밖으로 나갔다.

 

"어디로 갈까?"

 

"니 가고 싶은데 가! 왜 물어보고 그래?"

 

아 짜증나..심사가 뒤틀려도 단단히 뒤틀렸는데 왜 하필이면 이럴때 저러는지....

걷기 시작하니까 본격적으로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는데 이럴땐 죽에다 간장이나 먹으면 먹었지 이동네 고기요리는 도저히 먹을수가 없었다.

 

"미안한데 속이 안좋아서 밥은 도저히 못먹겠다.너라도 혼자 먹을래?"

 

"됐다. 나도 안먹을랜다"

 

할수 없이 수퍼에가서 바나나 두개랑 복숭아 두개를 사들고 왔다.

방에서 좀 더 누워있을래니까 김모씨 혼자서 지도랑 지갑을 챙기더니 나가려는 것이다.

 

"어디 가려구?"

 

"나혼자 박물관이라도 다녀올란다"

 

앉아보라구 왜이렇게 또 화가 났냐고 해서 앉혔다. 한참 말을 시키니까...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어제 카메라를 휙 뺏은것부터 카파도키아에서 자기가 술먹었다고 한소리 한것도 불만이고 아니 비싼 돈 들여서 여행 오자고 한것부터 불만이란다. 앞으론 너혼자 가라..부터 시작해서 너는 인생의 목표가 없고 어쩌고...불만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인간의 주특기가 싸우기 시작하면 관련없는 옛날일 까지 줄줄이 끄집어 내기 시작하는거다.

 

나는 싸울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몸 상태는 완전 말이 아니고 앞에서 사람 몰아부치고 지칠대로 지쳐서 걍 울기만 했다.

 

"그래 다 내가 잘못했다. 내가 다 고칠께"

 

걍 싸우기도 귀찮고 힘도 없고..만사가 다 지쳤다.막 울고 있으니까 그제서야 눈치를 본다.

 

"그만해라.울기는 또 왜울고 그래?"

 

이러더니 시간이 지나니까 미안하다고 달래기 시작한다. 됐다고 그냥 몸이 안좋아서 그런거라고 그냥저냥 넘어가고 하루종일 방안에만 있기도 뭣하고 오히려 실컷 울고나니 몸이 지끈거리는 증상이 사라져서 나가기로 했다.

 

이때 방안에 있던게..미니아 투르크라는 곳의 광고 팜플렛이었다. 버스번호는 적혀있는데 사람들도 위치를 잘 모르는지 제각각 서로 가르쳐 주는 버스번호가 다 달랐다. 2시에 나왔는데..에윱까지 갔다가 다시 택시로 바가지까지 써가면서(웃기는 택시기사 탈때는 분명 10리라 라더니만 내릴때 되니까 20리라 내라고 우긴다.안줬다간 쌈날거 같아서 먹고 떨어지라고 줘버렸다) 4시 다되가는 시간에 도착했다.

 

미니아 투르크는 터키내에 유명명소나 건축물등등을 다 축소해서 만들어 놓은 공원이었다. 터키 전국 일주를 한다면 뭐 굳이 갈필요 없겠지만 나처럼 터키를 간만 보는 사람들은 아쉬움을 달래기엔 괜찮은 장소 같다.

 

 

 

 

 

 

 

 

 

 

 

 

 

 

 

 

 

아니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기능 커녕 아쉬움만 더해온곳이다. 이렇게 터키에 볼곳도 많고 갈곳도 많았다니..저인간을 떼놓고 혼자 왔으면 하는 후회까지 드는 곳이었다. 기회가 올지 안올지 모르지만 만약에 또 기회가 온다면 이즈미르와 넴롯산은 꼭 가보리라..

 

 

 

옆에는 이렇게 터키가 전쟁중인 상황을 모형과 아타투르크의 사진과 명언들을 전시해놓은 방들도 있었다. 원래 이나라도 아랍글자를 썼는데 아타투르크에 의해서 라틴어 글자를 쓰게 되었다지. 크리스탈 박물관이라고 조그만 박물관도 있는데 사진촬영은 금지 되어있다.

 

 

어차피 셀리미에 자미를 못봤으니 시난의 다른 작품이라도 보러 가자고 해서 간곳이 슐레이마니에 자미..에미노뉴에 내려서 위치를 못찾아 지나가는 청년에게 물어보았다. 친구와 같이 가던 이 청년은 자기를 따라오라고 하더니 중간에서 친구와 헤어지고 계속 오르막길로 샛길로 올라갔다. 그러면서 자꾸 흘끗 흘끗 보는거였다.

 

" 저자식 왜 자꾸 기분나쁘게 쳐다봐"

 

김모씨가 한마디 했다.

 

"잘 따라 오나 싶어서 보는거겠지"

 

혹시 돈달라거나 뭐 그런거 아냐.이런말도 나왔지만 정말 부끄럽게도 15분정도를 오르막길로 한참 힘들게 올라가서 정확히 우리를 슐레이마니에 자미 정문앞까지 데려다 주더니 여기라면서 왔던길로 다시 돌아가는거였다. 아하..일부러 우릴 데려다 준거였구나..넘 고마워서 사진이라도 한방 찍는거밖엔 별로 인사할게 없었다.

 

 그제서야 김모씨 멋쩍은지..

 

"참 착하네"

 

이러고 만다.

 

 

 

미마르 시난이 오스만 투르크 최전성기때인 슐레이만 1세때 술탄을  위해 만든 모스크...블루모스크보다 훨씬 아름다운 모스크라 생각되지만 유감스럽게도 공사중이었다. 2007년에서 2008년까지...이동네 유적지들 대대로 공사중인거 같다.

 

 

 

 

슐레이만 1세의 관이 모셔져 있는 자미는 내부가 정말 화려하고 아름다웠다. 사진기가 후져서 이렇게 밖에 안나오는게 안타까울 따름..실제로 보면 장난 아님..

 

 

 

 

슐레이만 1세의 관이 모셔진 작은 자미옆에 또 다른 관이 모셔진 더 작은 자미가 있는데 이렇게 입구에 고양이가 뒹굴거리면서 떡하니 지키고 있다.

 

털이 굉장히 부드럽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게 왠지 예사 고양이가 아닌듯...만질때는 만사 귀찮은지  눈감고 가만있다가 사진기를 들이대니까 눈을 뜨고 막 째려본다.(누가 남의 사진 맘대로 찍으랬지? ㅋㅋㅋㅋㅋ)

 

 

 

언덕 꼭대기에 있는 슐레이마니에 자미를 나와서 조금 내려오니까 술탄베야짓2세의 자미라는곳이 나와 한번 들어가봤다.나름 조용한 곳인거 같다 맞음편엔 이스탄불 대학이 있는데 오후 5시이후로는 관광객들 입장을 제한한다고 해서 들어가보진 못했다.

 

 

 

뒷북치는 김모씨 돈이 많이 남았다면서 그제서야 사고 싶은거 막 사라는데 이미 시장 문닫을 시간이다 잉가나..ㅜ.ㅜ 지나가다가 사과를 특이하게 깎아서 설탕을 뿌려서 팔길래 사봤다. 뜯어서 먹는데 맛이 완전 신 풋사과맛..역시 사과는 우리나라 사과가 최고!!!!!

 

 

인제 슬슬 아쉬운 여행을 마무리 할때...집에 와서도 에미노뉴 광장의 해질 무렵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광장에서서 멍하니 예니자미와 분주하게 오가는 사람들 그리고 석양을 바라보고 있으니 기분이 참 그렇다..

 

 

 

 

다시 탁심으로 넘어와서..내일 새벽같이 나가야 하기 때문에 일찍 들어가야만 했다. 김모씨는 어제 탁심에서 사진을 제대로 못찍어줬다면서 다시 찍어주겠다며 사람많아 가기 싫다는 이스티크랄 거리에도 친히 가주는 친절을 베풀었다.-_-;;;

 

 

 

돌아오는날...공항에 도착하니..이런 루프트한자가 파업이다. 터키항공으로 알아서 뮌헨으로 가라고 한다 혹시 인천으로 바로 가면 안된다니까 짜증을 팍 내면서 안된단다. 뮌헨에서 다시 표를 끊어야 하기에 어쩔수 없이 면세 구역 밖으로 나올수 밖에 없었다. 덕분에 여권에 기념 스탬프는 찍었다. 짐검사도 아주 꼼꼼하게 받고..(사정없이 막 헤집어 놓는다..폴리짜이들도 들어오자 마자 또 나가니  뭐 이런것들이 다있냐는 식으로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난리였다)공항밖은 날씨가  쌀쌀한데도 비치발리볼 대회가 열렸다. 비맞으면서 웬 비치발리볼..

 

암튼 루프트한자가 파업하는 바람에 잠시나마 독일땅을 밟아보고 여권에 도장도 찍어봤다. 또 언젠가 로만틱 가도를 여행하는 기회가 있기를 희망하면서...

 

정산(2인기준)

버스비-9리라

택시(에윱-미니아투르크) 20리라

미니아투르크 입장료-20리라

저녁 23리라

과일 11리라

기념품 39리라

물 1리라

 

뮌헨공항- 기념품 7.5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