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라바드 일기

'22-10 디왈리 축제에서 남편과 싸운 썰

이치핏 2024. 3. 30. 23:09

 

 
1년 내내 축제인 인도
 
그 중 3대 축제가 있는데
홀리,두세라,디왈리 이다.
 
홀리는 봄에
두세라와 디왈리는 가을에 있다.
 
디왈리는
부의 여신인 락슈미를 숭배하는 축제로
일명 빛의 축제라고 한다. 
 
빛은 선과 지혜를 상징 하는데
불이나 폭죽으로 부정적인 기운을 다 물리친다.
 
힌두력 에서는
디왈리를 새해 시작으로 친다. 
 
인도에 와서 두번째 디왈리를 맞이했다.
 
첫번째 디왈리는
이사 오자마자 정신없이 지나갔다.
 
그래서 이번에는 제대로 즐겨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남편과 말다툼만 벌이다 끝나버렸다. 
 

 
남편이 첸나이로
며칠 출장을 다녀왔다.
 
첸나이는
하이데라바드보다 훨 큰 도시라
한식재료를 비롯해 사올게 제법 있다.
 
나는 남편한테 깔롱지 라는
브랜드 가방 하나 사달라고 했다.
 
깔롱지는 인도의 보테가 베네타라고
가죽 질이 좋아  한국 마담들한테
인기가 많은 브랜드다.
 
천연 가죽인데도
10만원 정도면 살 수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매장이 첸나이에만 있다.
 
그래서 남편에게 부탁을 했다.
 
경상도 남자 남의편
"내가 그런거 사러 갈 시간이 어딨노!"
단칼에 거절했다.
 
일하러 가는 사람한테
무리한 부탁인가 싶어
어쩔수 없지 하고 말았다.
 
그런데 남편이 첸나이 공항에서
깔롱지 매장을 발견했다고
매장 사진을 찍어 보냈다.
 
그럼 적당한 가격의 가방 하나 사봐
라고 했지만 그 뒤로 카톡은 답이 없고...
 
집에 도착한 남편은
깔롱지 쇼핑백을 식탁에 올려 놓았다.
 
어머나 그래도 마누라 생각을 해 주긴 했구나
싶어 쇼핑백을 열어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알고 보니 본인 지갑을 샀는데
그 쇼핑백을 쓰레기통도 아니고
식탁에 덜렁 얹어 놓은 거였다.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일차전 시작.
 
매장에 갈 시간도 있고
가방을 살 수도 있었는데
어떻게 본인것만 덜렁 사고
쓰레기만 치우라고 올려 놓은거냐
라고 따졌다.
 
내가 사봤자
니가 마음에 들지 안들지 우째 아노!!
 
니가 비행기 타고
첸나이 가서 하나 사던가!!
 
이딴 소리로 응수 했다.
 
가방 그거 사려고 비행기 타고
나혼자 첸나이로 가라고?
 
말인지 당나귀인지...
 

 
웃긴건
그와중에 걸어 걸어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는거.
 
밥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식당에는 아무도 없고
첫 손님인 우리는 말 한마디도 없이
찬바람만 불었다. 
 

 
서로 딴데 쳐다보고 있으니
시키지도 않은 초밥이 나왔다.
 
이거 뭐냐니까
서비스로 주는 거란다.
 
공짜 초밥이니 감사하게 먹었다.
 
그리고 또 싸웠다.
 
내가 사와봤자 니가 맘에나 드냐
라고 같은말만 하는 남편,
 
사오기나 해보고 그런소릴 해라
라는 나.
 
계속 도돌이표 결론도 안났다. 
 

 
그 와중에
무료 초밥이 또 나왔다.
 
그리고 또 싸우는데
자꾸 눈치 없이 끼어든다.
 
"Sir. 우리 초밥 괜찮아? 맛이 어때?"
 
"어 굿이다 굿이라고!!"
 
괜히 웨이터한테 신경질을 낼 걸 뭐람. 
 

 
그렇게 남편은
혼자 집으로 가버렸다. 
 
나 혼자서 사람들
폭죽 터트리는걸 구경했다.

 
왜 남의 가족들은
다 화목해 보일까?
 
괜히 서글프고 별별생각이 다 들었다. 
 
 

 
그냥 멍때리고 있는데
남편한테서 안들어오냐는 카톡이 왔다.
 
찾기는 뭐하러 찾누. 
 
결국 어떻게 되었냐면
일주일 뒤 남편은
다시 첸나이로 출장을 가게 되었다.
 
그래도 양심이 있는지
공항 깔롱지 매장에서
가방 사진을 이것저것 찍어 보내 고르게 하더니
하나 사왔다.
 
엎드려 절받기지만 성의를 봐서 잘 메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