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시아/'2016·8-몽골 홉스골,테를지,UB

몽골여행 4일차) 홉스골(lake Khovsgol)->어디선가 말을타고 차탕족(Tsataan) 가정방문.

이치핏 2016. 11. 19. 22:39

처음 온날 부터 이곳 캠프 가족들이 자꾸 우리보고 북쪽으로 숲을 따라 가보라고 그러면서 손가락을 머리에 붙여 뿔을 만들면서 rein deer 라고 했다. 차탕(Tsataan)을 말하는 거냐니까 그렇다면서 꼭 가보라는 거였다.


오오 말로만 듣던 차탕족.차탕은 순록과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란다. 먼옛날 아메리칸 인디언의 조상이기도 한 이들은 순록을 키우며 타이가 숲에서 살아가는 몽골 소수민족인데 지금은 250명 정도만 남아있다. 워낙에 산골짜기 깊은곳에 외부와 단절되어 살다보니 근친혼이 많아 유전병 때문에 그렇대나?


길쭉한 홉스골 호수의 서북쪽 끝에 차탕족의 공동체 마을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런 차탕족이 어떻게 이렇게 호수 남쪽까지 내려왔을까?


처음에 남편은 4km 정도니까 걸어가자고 했는데 영어잘하는 몽골아줌마랑 영국인 남편이 멋도 모르고 걸어갔다가 식겁했다고 해서 내가 말타고 가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어차피 몽골에 왔으면 말한번은 타줘야지.




가기전에 배를 든든하게 채워야지. 국수가 있어서 얼른 가져왔건만..정말 입에 안맞았다. 양고기육수의 그 특이한 향이 가뜩이나 입짧은 나한텐 맞질 않았다.



나름 서양사람들 입맞에 맞게 만든 식사라 그나마 먹을 수 있었다. 몽골여행 제대로 하면 정말 살이 쪽 빠질거 같다.




점심을 먹고 우리를 인도할 가이드가 도착. 차탕족 사는 집까지 왕복 3시간이라 했다. 말을 빌리는 비용은 하루종일 타는데 일인당 15,000 투그릭이지만 가이드거 까지 우리가 다 내야 했다.




말탄다고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자외선 그런데 종아리 보호대랑 모자는 캠프에서 빌려줬다. 준비해야 할게 있다면 목장갑같은거랑 선글라스 정도? 반바지에 샌들은 절대 금지다. 다리안쪽이 막 쓸리기 때문.


얼굴탈까봐 자외선 차단 마스크까지 준비하고 보드탈때 쓰는 엉덩이 보호대까지 완전 오바의 극치였다. 엉덩이 보호대는 있으나마나 였다. 해도 엉덩이 아픈건 마찬가지였다.









가는동안 경치가 아주 멋졌지만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내 고삐는 가이드가 쥐고 끌고가고  남편은 그래도 남자라고 가이드가 고삐를 남편에게 쥐어줬다. 처음에 가이드가 두마리 다 끌고 갈때는 잘 따라가던 말이 남편이 고삐를 쥐기 시작하자 남편이 타는 말은 그때부터 가다가 서서 풀뜯어 먹기 바빴다. 이 놈도 만만한 사람을 알아보는 거였다.




바짝 긴장해서 한시간 반 정도 가니 차탕족 오르츠가 나왔다. 차탕족은 게르가 아니라 위가 뽀족한 오르츠라는 천막을 치고 산다. 그리고 순록이 먹는 허부츠라는 이끼 때문에 한 몇주는 여기서 머물다 또 이동해서 몇주 머무는식으로 생활한다.


 한군데 계속 있어서 순록이 이끼를 다 뜯어먹으면 곤란하니 말이다. 그래도 집이 몇채는 있을 줄 알았는데 한채만 있고 딱히 관광객을 상대로 기념품을 파는것도 아니라 뭐지? 했다.




가이드가 들어 오라고 손짓을 하길래 실례를 무릅쓰고 들어갔다. 젊은 엄마랑 아기가 있는데 신발을 벗고 있어 나도 신발을 벗으려니 가이드가 괜찮다고 그냥 들어오라고 자기도 신을 신은채로 들어갔다.


그러니 이집 엄마도 따라 신발을 신었다. 처음엔 가이드가 너무 자연스럽게 내집에 온것 마냥 행동하길래 자기집에 우리를 데려온건가 했는데 아니었다. 이집 아빠는 다른천막에 누워있었다.


우리가 들어가자마자 이집엄마가 수태차를 한잔씩 따라줬다. 그냥 몽골에선 누구든 손님이 오면 보리차 한잔 내오듯이 주는구나 했다. 느끼할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괜찮았다. 아침햇살 같은 쌀음료에서 단맛을 뺀 그런 맛이었다.


몽골에 가면 어린이들한테 줄 선물같은걸 준비해 가는게 좋다는 말을 들어 초콜렛이랑 캬라멜 같은걸 왕창 준비해 갔는데 이집 아기에겐 대형 마이쮸 한봉지를 선물했다. 엄마가 까서 하나 줬더니 쪽쪽 잘 빨아먹었다.


몽골 사람들 사탕이나 초콜렛 같은거 엄청 좋아하므로 한국 과자나 그런거 사들고 가 선물로 주면 참 좋아라 한다. 워낙 한국제품이 인기가 좋다.




미쉘이라는 이름의 4살배기 아기.딸내미라 그런지 4살답지 않게 제법 영리했다. 미쉘어딨지? 어?미쉘 안보이네..이러니 쟁반으로 얼굴을 가리다 짠 하고 까꿍놀이를 했다. 한국말을 어떻게 알아들은건지 모르곘지만 어느나라 아기나 까꿍놀이를 좋아하는건 다 같은건가 보다.


그러다 천막 기둥에 꽂혀있는 스마트 폰에 절로 눈이 갔다. 저걸 무선통신을 여기서도 잡을 수 있나? 차탕족을 무슨 원시인 취급한 내가 부끄러웠다.




수태차를 한잔하고 순록을 보러갔다. 타이가 순록이라는 종인데 멸종위기라고 한다.


 자연개발때문에 먹고 살기가 힘들어진 차탕족들이 순록을 잡아 먹기도 하고 또 늑대들한테 공격을 받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중국인들이 녹용이랑 얘네들의 성기를 한약재로 쓰면서 이제는 많아야 700마리 정도가 남았다.


 내가 늙어 80대가 되어있을때 진짜 사진을 보면서 이런 사람들과 순록이 있었단다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보다 덩치는 작네? 했다. 그리고 날이 더워 모기가 많아 그런지 옆에서 불을 피워 연기를 내고 있었는데 왠지 순록들도 괴로워 보였다. 이렇게 더운데서 살면 안되는거 아닙니꽈!!!




순록이 우리를 잔뜩 경계하자 요 잔망스러운 미쉘이 다가오더니 순록 다루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자 아줌마 나하는거 봐! 하더니 순록에 올라타고 만지고 하면서 나를 슥 쳐다보는 거였다. 그래 너 대단하다.




그래 덕분에 사진하나 건졌다.얘.




허허벌판에 달랑 집한채지만 나름 문명의 이기는 다 갖춘듯.





너무 오래 머무는 것도 예의가 아니므로 다시 출발했다. 헤어질때 이집 아빠한테 그냥 한국말로 감사했습니다. 안녕히계세요 해도 다 알아 듣고 손을 흔들어 주셨다.




돌아갈때는 지름길로 갔는데 숲길에다 경사로라 진짜 간이 쫄깃해졌다. 더군다나 곳곳에 나무가 쓰러져 있어서 말들이 그걸 넘어다니다 성질을 피웠다.


그럴때 가이드가 내려서 말이랑 기싸움을 하는데 눈빛이 순식간에 변했다. 그냥 있을때는 순박해 보였는데 말이랑 기싸움할때는 와 이사람도 성질 있구나 싶었다.


진짜 유목민들이 말이나 소나 가축을 길들이면서 살려면 순하면 안되겠구나. 돌아오는 내내 남편이 타고 가는 말은 잘 가지도 않고 애를 먹였다. 그리고 가이드랑 씨름하고..말세마리 기선제압을 하는 가이드가 대단했다.


진짜 가는동안 걸어왔음 어쩔뻔 했나 싶었다. 타이가 숲이 생각보다 만만 찮았다. 왜 중간중간 나무를 쓰러뜨려놔서 다니기 힘들게 만들었는지 원..


돌아와서는 가이드가 고생한게 고마워서 작은 선물이 주고 싶어졌다. 난 남편을 독촉했다.


" 면세점에서 담배 산거 한갑 꺼내봐라."


남편이 담배피는게 꼴보기 싫어 한갑이라도 덜피게 하려고 담배를 내놔라고 했다. 처음엔 안줄려고 망설이다 빨리 갖다 주라고 다그치니 쭈뼛거리면서 담배한갑을 가이드에게 갖다주었다. 가이드는 좋다고 꺼내서 동료들과 나눠 피웠다.


애기들한텐 사탕이나 초콜렛,여자들한텐 화장품류 남자들한텐 담배..몽골에서 선물주려면 이렇게 주면 되겠구먼.



딱히 한건 없지만 긴장을 해서 그런지 힘들구먼. 멍때리고 컨셉놀이나 해야지.






아..왠지 며칠만 더 타면 나도 잘 탈수 있을거 같은데 아쉽다.




해가 지고 나니 보따리 상인들이 나타났다. 이날 오후에 프랑스인 단체 여행객들이 대거 들어왔는데 그걸 연락을 받았나 보다. 와서는 모자랑 머플러같은걸 펼쳐보였다. 주변에 집이라곤 안보이더니 어디 사는 사람들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