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2017·8-러시아 이르쿠츠크&바이칼

2일차)바이칼 알혼섬 가는길-두발로 출발해서 네발로 도착.

이치핏 2018. 4. 24. 16:43



바이칼 알혼섬 가는날.


아침부터 날씨가 좋다. 



체크인 할떄 미리 예약 해둔 차량이 숙소 앞으로 와있었다. 


9시쯤 숙소를 돌면서 예약한 사람들을 태우고 자리가 남으면 중앙시장에서 나머지를 태우고 출발한다. 


보통 중앙시장에서 10시쯤 출발한다고 보면 된다. 



차량 상태가 나쁘네 어쩌네 하는 소릴 들었는데 뭐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 


그냥 일반적인 봉고차였다. 


돌아올때가 대박이었지만...


중국인 가족이랑 프랑스인 부부가 먼저 타고 있었다. 



중앙시장에서 타는건 다 러시아인들이었다. 러시아인 커플 한팀 이랑 아줌마 두명이 탔는데 이 아줌마 두명이 정말 화근이었다. 


처음에는 앞자리에 앉겠다고 중국인 가족들에게 뭐라고 자리를 바꿔달라고 했지만 그중 가장인듯한 중국인 아저씨가 유창한 러시아어로 뭐라뭐라 대꾸하니까 궁시렁 거리면서 뒷자리로 옮겼다. 


우리는 한자리씩 앞뒤로 된 자리에 앉았는데 하필 이 러시아 아줌마 둘이랑 러시아커플 옆자리라 가는 내내 그사람들 떠들어 대는 소리에 시달려야 했다. 




광할한 러시아 대지를 달리고 달려~~ 성수기 기준으로 이르쿠프크에서 알혼섬 까지 대략 7시간 잡으면 된다. 


이르쿠츠크에서 선착장까지 4시간 선착장에서 대기하는게 2시간 선착장에서 숙소들이 몰려있는 후지르 마을까지 1시간. 


그래서인지 러시아 아줌마들은 가는내내 술을 꺼내서 러시아 커플한테 먹이며 떠들어댔다. 






중간에 휴게실에 한번 들른다. 


여기서 식사도 하고 화장실도 가고 하는데..


여기서 화장실은 무조건 해결해야한다. 


도착할때까지 더이상 화장실은 없으니깐~


화장실땜에 마실거는 포기 그냥 빵쪼가리나 하나 뜯었다. 





역시 시베리아인가. 


햇살은 따가운데 바람은 쌀쌀했다. 


뭐라도 걸치고 있어야 함. 



정신없이 졸다보니 바이칼호수 선착장에 도착했다. 봉고차를 세우고 다 내리라고 하길래 멋도 모르고 내렸는데 인파랑 차량이 장난이 아니었다.


 극성수기라 관광객들이 몰려들었는데 배는 꼴랑 두대라 배랑 사람들 다 태우려면 기본 한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했다.


 것도 점심시간이 걸리면 시간은 더 걸린다. 선원들은 사람들이 기다리든 말든 배를 세워놓고 지들 점심시간은 칼같이 지킨다. 



기다리는동안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사진이나 찍었다. 


우리차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아마 나름 순서가 있어서 어딘가 줄을 서러 간 모양이었다. 



여기가 말로만 듣던 바이칼 호수 입니까?





도대체 이 많은 관광객들이 다 어디서 온걸까? 누가 바이칼 호수를 오지라고 했는가!!! 땡볕에 기다리다 지쳐서 차에 잠깐 앉아서 쉬려고 들어갔는데 그게 실수였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술을마시며 떠들던 러시아인 4명은 기다리는 동안 한쪽에 퍼질러 앉아 본격적으로 마시기 시작했다. 


그냥 술도 아니고 그 독한 보드카를 몇시간 동안 마셔댔으니 제정신일리가 있겠는가. 그 4명이 봉고차로 기어들어오더니 앉아 있는 우리랑 프랑스인 부부에게도 술을 권하기 시작했다. 아줌마 하나가 나한테도 보드카를 마셔보라고 것도 원샷으로 마시라고 종이컵에 따라줬는데 마시는 순간 속이 타는것 같았다.


 그걸 본 러시아 커플 중 여자애가 나한테 먹으라고 사과를 건넸는데 술을 준 아줌마가 안된다고 "다바이!! 다바이!!" 하면서 자꾸 술을 따라주는 거였다. 두잔 마시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차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한참이 지나도 조용 하길래 다시 들어가봤더니 남편은 물론 프랑스인 아저씨까지 꽐라가 되어 있었다. 특히 이 남편 프랑스인 아저씨가 나이가 많다고 자칭 흑기사가 되어 그아저씨 술까지 다 받아 마셔서 완전히 맛탱이가 가버렸다.  


프랑스 아저씨는 필립이고 러시아 남자는 바실리인데 바실리한테 필립이라고 부르고 필립한테 바실리라 부르고 옆에 중국인 가족이 있는데 아이 헤이트 차이니즈를 외치고 한마디로 지대로 미쳐 있었다. 



문제의 세명.. 


뚱떙이 바실리는 계속 횡설수설하고 필립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질 못했다. 


일흔살 할배한테 도대체 무슨짓을 한건지..




할배 괜찮으셈? 프랑스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횡단해서 블라디보스톡 까지 간 후 일본으로 넘어가 후지산 등반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는 필립과 카트린느 부부. 


장거리 여행인데 중간에 이래서 무슨 여행이 될지..


배타고 넘어가는건 고작 10분인데 하필 날씨가 확 바껴 비가 쏟아지는데다 필립씨는 멀미까지 했다. 



프랑스인 부부랑 우리가 배를 놓치는 바람에 다음배를 타고 들어갔는데 바실리가 기다리고 있다가 필립을 업겠다고 진상을 부렸다. 그러다 둘 다 흙탕물에 슬라이딩을 하고..정작 이사단의 원인인 아줌마 둘은 안보이고 남자 셋이서 온갖 꼴불견 쇼를 벌이고 있었다. 


거기다 남편은가는내내 아이 헤이트 차이니즈를 외치면서 사람을 환장하게 했다. 




알혼 섬으로 들어와서는 비포장 도로다. 게다가 희안하게 바이칼 지역은 오전에는 날씨가 좋다가 꼭 오후만 되면 날씨가 흐려지고 비가왔다. 비포장 도로에 비까지 쏟아지니 술 좀 마신 사람들은 멀미 제대로 했을 것이다. 오후 5시가 다 되어서야 우리 숙소인 니키타 홈스테드에 도착했다.


러시아 아줌마들이 선물이라면서 과실주 같이  담근술을 통채로 주었는데 짐도 많은데다가 남편이 이미 꽐라가 되어버려 도저히 그거 까지 들고 올 여력이 없었다. 지나고 나니 좀 아쉬웠다. 



겨우 니키타 홈스테드 도착..알홈섬에서 가장 큰 숙소인 니키타 홈스테드는 처음에는 작게 시작하다 장사가 잘되어 계속 숙소를 또 짓고 하다 보니 무슨 리조트같은 규모였다. 


우리방으로 가는동안 스태프 하나가 짐을 들어 주었는데 가는 내내 니 친구 괜찮아? 하면서 몇번이나 뒤를 돌아보았다. 남편이 거의 네발로 기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카트린느한테 같이 찍은 사진을 보내 줬는데 구구절절 답장이 왔다. 19세기 수준에 머물러 있는 야만의 러시아 어쩌고 하면서...어지간히 디였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