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충남

홍성 천년여행길- 전통시장에서 보물찾기.

이치핏 2014. 4. 30. 00:05

1943년에 처음 문을 연 후로 71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홍성 전통 시장은 지역주민들의 역사이자 자부심이었다. 인근 6개 군에서 활동하던 보부상 단체인 '원홍주육군상무사'가 바로 이 홍성시장에서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단체장인 접장님이 이곳에서 '서울누비'라는 이불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이 홍성전통시장에는 비밀아닌 비밀이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시장내 구석구석 숨겨진 10 가지 장터보물이다. 홍성시장이 아니면 절대 볼수 없는 이 보물들을 찾아 시장을 돌아다니는 재미는 제법 쏠쏠하다.

첫번째 보물: 대교리 석불입상.

불교문화가 쇠퇴한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석불이라 화려하거나 정교한 맛은 떨어지지만, 현재까지도 민간신앙의 대상으로 그 영험함을 인정받으며 충남 문화재 자료 제 87호로 지정돼있다. 천년 역사길 코스를 걷다 보면 시장 초입에서 만날 수 있다. 현재도 마을과 시장 사람들은 이 불상에게 소원을 빈다. 불상 옆에 있는줄에다 소원을 종이에 적은 후 작은 나무 통 안에 넣어 매달면 모아뒀다가 정월 대보름때 한꺼번에 태운다. 시장 상인들의 말로는  해마다 오일장이 설때마다 비가와서 불상에 소원을 빌고 정월대보름때 행사를 열었더니 신기하게도 재작년 부터 장이 설때 날씨가 좋았다고 한다. 또 어떤집 아들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더니 바로 그해에 떡하니 합격을 했다고 한다.

시장 중앙에 있는 '문전성시'라는 카페 겸 안내센터에서 소원종이와 나무를 사서 소원을 빌 수 있다.

두번째 보물: 홍성대장간의 모루와 나무통

석불입상을 지나 시장으로 진입을 하니 어디선가 뚱땅뚱땅 쇠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따라 가보니 홍성시장의 두번째 보물 '홍성 대장간'을 만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이 일대에 대장간이 네곳이 있었으나 현재는 이 홍성대장간 한 곳만 남아있다. 홍성의 마지막 대장장이인 모무회 씨는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보유자시다.

모루란 달궈진 쇠를 두들겨 펼때 받침대 역할을 하는 것이고 모루에서 펴진 쇳덩이는 나무통의 물에 담궈 식힌다. 나무통에는 물이 마를날이 없는데 그래야 나무통의 모양이 틀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얼핏 보기에는 잡동사니같지만 모루는 예전에 쌀 4가마를 주어야 살 수 있었던 고가의 물건이었고 나무통은 장인이 남긴 마지막 작품이다.

지금은 값싼 중국산 농기구에 밀려 대장간이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하지만 아직도 홍성의 많은 농부들은 이곳을 찾을 것이다. 농번기를 앞둔 시기라 그런지 제법 더운 날에도 대장장이는 구슬땀을 흘리며 쇠를 두들기고 있었다.

네번째 보물: '사롱'을 아시나요?

시장을 거닐다 보니 안쪽에 달랑 솥 하나가 보이고 그 곁에서 동네 아주머니들이 수다를 떨고 있는 가게가 눈에 띄었다. 이게 뭘까? 밖에서 서성거리고 있으니 얼른 들어오라고 손짓을 했다. 가게에 팔고 있는 물건이라곤 커다란 솥에 잔뜩 삶아지고 있는 달걀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홍성전통시장 네번째 보물 보신알, 사롱이다. 곤계란, 곤달걀, 사롱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달걀은 일반 시중에 파는 것과 달리 흰자와 노른자의 구분이 없었다.껍질을 벗기면 연노랑의 알맹이가 나왔다.  심지어 달걀안에 부화되기 직전의 병아리가 그대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있는데 이것을 '생긴것' 그리고 알만 있는것을 '안생긴것' 이라 부른다. 노화방지와 신경통에도 좋고 스테미너 식품으로도 알려져 어르신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실제로 맛을 보니 퍽퍽한 노른자와 심심한 흰자가 잘 섞여 한결 부드러운 계란의 속살이 입에서 살살 녹았다. 마치 에그타르트의 속에서 단맛을 뺀 듯한 느낌이었다.

열번째 보물 : 대승철물의 돈괘

철물 골목을 거닐다 보면 한눈에 오래 된 철물점이  눈에 띈다. 바로 홍성시장의 터줏대감 대승철물이다. 주인 할머니가 12살때 시작한 이 가게는 세월이 흘러 76세 할머니가 되도록 64년째 영업을 해오고 있다. 한마디로 시장의 산역사인 셈이다.  이 가게에 숨겨진 보물은 가게의 역사와 함께 해온 손때로 반들반들한 돈괘이다. 지금이야 철제로 된 튼튼한 금고가 보편화가 되어있지만 옛날에는 그런게 있을턱이 없었다. 수없이 많은 날을 여닫고 땜질에 수리를 거듭하면서 할머니와 함께 늙어가는 보물이다.

마무리는 한우 갈비탕으로.

홍성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또 하나 있으니 바로 홍성한우다. 홍성은 전국에서 한우가 가장 많은 지역이으로 이곳 전통시장 한 골목이 다 한우 전문점이다. 시장을 돌아다니다 출출하고 다리가 아프면 한우전문점에서 갈비탕 한그릇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워보자. 가격도 저렴하거니와 질긴 수입소고기를 넣은 갈비탕과는 맛의 차원이 다르다. 육질이 연하고 기름기가 많아 치아가 좋지 않은 노인들도 부담없이 드실 수 있다. 기름기가 흐르지만 국물은 전혀 느끼하지 않고 오히려 개운하다. 게다가 살코기도 밥도 아끼질 않는다. 홍성 사람들의 인심이 이 한그릇에도 제대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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