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2012·8-말레이시아 쁘렌띠안

정글트레킹&작은섬 롱비치에서 또 스노클링

이치핏 2013. 1. 6. 20:46

이전같으면 쁘렌띠안에서 2박 3일 있다가 그냥 바로 쿠알라룸푸르로 넘어가 거기서 하룻밤 자면서 구경도 하고 쇼핑도 했겠건만 이제 나도 늙어서인지 대도시를 돌아다니며 발품팔고 헤맬 엄두가 나지 않아 여기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자고 일어나니 컨디션도 그럭저럭 괜찮아 져서 아침 먹고 천천히 리조트 주변을 어슬렁 거렸다. 쁘렌띠안 리조트에서 선착장쪽으로 걸아가다 보면 조그맣게 Jungle Trekking라고 써있는 팻말이 있다. 스노크링은 전날 지겹게 했으므로 우리는 그냥 그 팻말을 따라 가 보기로 했다.

 

 

 

딱히 경사는 없는 이런 숲길이 이어져 있었다. 이날따라 날씨가 흐려서인지 숲길을 걷기에 그다지 덥지 않아 좋았다. 간간히 길을 가는 서양인들이 보였다.

 

 

 

숲길에 들어서자마자 주먹만한 달팽이 발견..주워다가 삶아 먹었다간 난리 나겠지?? 워낙에 환경을 중요시 하는 곳이라..

 

 

 

또 가다가 반가운 녀석 발견!! 엊그제 숙소까지 우르르 내려와 있다가 직원에게 쫒겨난 원숭이이다. 이녀석은 좀 어린 녀석 같았는데 무리는 어디로 갔는지 혼자서 이러고 있다. 가다보니 제법 많은 원숭이들이 여기서 살고 있었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리얼 야생 원숭이를 여기서 보게 된 것이다.

 

 

 

 

경사가 별로 없어 힘들지는 않았지만 워낙에 숲이 울창하고 그래서인지 길은 좀 그랬다. 이거 뭐 잘 알지도 못하고 무작정 가다가 길 잃어 먹는거 아닌가 해서 쬐끔 겁이 났지만 오가는 여행자들이 제법 있어서 돌아 오는 사람들에게 끝까지 가려면 얼마나 더 가야하냐고 몇번이고 물어보았다. 그때마다 뭐 돌아 오는 대답은 뻔했지만..

 

" 10분만 더 가면 돼." " 거의 다왔어" " 조금만 더 가면 돼"

 

뭐 이런 대답들...근데 그건 사실이었다.

 

 

 

한시간 정도 걸었더니 어이 없게 정글이 끝나고 이런 풀밭이 나오기 시작했다 뭔가 안심이 되면서도 허무한 느낌??

 

 

 

 

지저분한 물 너머로 리조트 같은 것들이 보이자 정말로 허무해졌다.

 

 

 

이곳도 나와보니 섬의 여느 해변이나 다름 없는 곳이었다. 알고보니 우리는 섬의 서부쪽에서 섬을 관통하여 섬의 남쪽 해변으로 내려 온 것이었다. 알고 보니 쁘렌띠안에는 구석구석 해변에 숙소들이 많이 있었다. 그냥 우리가 잘 몰랐을 뿐...

 

 

 

 

어느 숙소 앞의 표지 판을 보고 서야 아하! 하고 우리가 어디서 어디로 왔는지 알게 되었다. 동그라미 친 곳에서 하얀 하얀 동그라미가 있는곳으로 낼온것..그때서야 이섬에는 거주지가 없다는걸 깨달았다. 그저 해변을 따라 다이버들과 관광객을 위한 숙소나 식당들이 있을뿐 섬 안은 정글이라는거..

 

 

 

 둘다 저질 체력인가? 전날 물속에선 하루종일 지칠줄도 모르고 물질을 해댔건만 겨우 1시간 남짓한 트레킹으로 지친 친구와 나 쉐이크를 각각 시켜머었는데 이 양 좀 보소.. 이런 극성수기에도 사람이 없어서인가 주인이 사정없이 얼음을 갈아준다. 게다가 친절하게 와이파이 비번까지 알려주기 까지..가격도 무척 저렴했다.

한시간 가량 퍼질러 노닥거리다 이노무 가스나가 내 맘을 읽었기라도 했는지 말을 꺼낸다.

 

" 야 같은 길을 뭐하러 또 다시 걸어가냐? 걍 배타고 돌아가자."

 

나도 두말않고 오케이..여기에도 택시는 어김없이 있었다. 일인당 20링깃이라는 다소 비싼 가격이었지만 사실 이 섬에서는 그다지 돈 쓸일이 없어 아낌없이 교통비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또 섬 주변을 투어하게 되었다. 이날은 날씨가 제법 흐려 파도도 좀 있는 편인데도 먼바다까지 카누를 즐기는 사람도 꽤 보였다.

물론 우리는 오후에 또 물질을 나섰다. 이번엔 작은 섬 롱비치 쪽으로 가보기로 했다. 배낭여행자들이 많으니 해변에 훈남도 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같은게 없다고는 말 못하겠다..*-_-*

코랄베이 리조트쪽으로 와서 택시를 잡았는데 일인당 30링깃을 부른다. 가격이 적혀 있는지라 그냥 가기로 했는데 택시 청년이 몇시에 데리러 올까 시간을 정해라 막 그러는 거였다. 그래서 얼떨결에..6시에 가겠다고..왜그랬을까? 바보같이 왜그랬을까? 작은섬에도 택시는 얼마든지 있는데 말이다.

 

 

 

선착장 바로 앞에 있는게 작은섬에서 가장 좋다는 숙소인 bubu resort 이다. 처음엔 이 숙소를 예약하려고 했으나 5달 전에 시도를 했음에도 이미 만실이었다.

 

 

역시 이름에 걸 맞게 해변이 정말 컸다. 사람들도 제법 북적이고.. 기념품 가게도 몇개 보이고 그나마 쁘렌띠안에서 가장 관광지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여기 와서 유일하게 훈남 비스무리한 사람을 보았다. 혼자서 진지하게 요가를 하고 있는데 가까이서 본다면 글쎄....

 

이곳의 스노클링 포인트는 부부리조트 앞의 선착장 다리 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린 도착하자마자 스노클 장비를 빌리러 돌아다녔다. 여기서는 핀도 빌려준다.

 

 

 

 

선착장 밑으로 가자마자 허리 높이인데도 이렇게 물고기 떼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전날 처럼 또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 울렁거림의 정체는?? 그렇다. 수압과 함께 구명조끼가 명치를 압박하니 가뜩이나 안좋은 속이 더 안좋은 것이었다. 결국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구명조끼 없이 스노클링을 시도해보았다. 어차피 섬을 따라 죽 도는 것이라 헤엄을 치다 지치면 도로 바위쪽으로 올라와 쉬면 되니까 배타고 멀리 나가 하는 것보다 훨씬 부담없었다. 수심도 기껏해야 2~3m라 초보 다이버들도 바닥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롱비치 앞바다도 코랄베이 앞바다 못지않게 상태가 굿!!! 이었다. 특히나 저 대왕조개가 곳곳에 보였는데 색깔이 완전 환상적이었다. 물속풍경에 반한 울 지으니 잠수해서 기념으로 가져가려고 돌멩이 하나를 주웠더니 주위에서 스노클링 하던 유럽인 아저씨들이 몰려와서 알아 들을수 없는 말로 뭐라고 난리가 났다. 제자리에 도로 갔다 놓으라고..ㅋㅋㅋ 게다가 해변에서는 독일 꼬마들이 물통으로 새끼 물고기를 잡았는데 엄마한테 끌려가더니 된통 혼이 나는거였다. 아 이렇게들 환경에 대한 의식이 철저 할수가..뭔가 괜히 부끄러운 느낌이었다.

 

 

 

헤엄치다 지치면 이곳에 기어올라오세요~ 세이렌이나 인어공주가 따로 없네 그려..노래라도 잘했음 지나가는 배들과 관광객들을 어떻게 했을라나?

 

 

 

밤에도 머물면서 저녁식사도 하고 싶었건만 바보같이 택시기사에게 낚이는 바람에 그냥 돌아오고 만다.

 

어쨌거나 쁘렌띠안에서의 마지막 저녁이고 다음날 귀국이라 오늘 저녁은 거하게 먹기로 했다. 샤워하고 걍 편하게 나가려 했는데 지으니 그와중에도 디너라며 화장과 예쁜 원피스를 챙겨 입었다. 이럴줄 알았음 나도 이쁜 옷 좀 더 챙겨 올걸..-_-;;

 

 

 

막판이라 미친 짓을 좀 해봤다. 쁘렌띠안 리조트 식당말고 야외의 바베큐 겸 부페..인당 28링깃이란 거금을 내고 우아하게 차려입고 둘이서 미친듯이 갖다 먹었다. 생선이나 고기는 접시에 담아 직원에게 주면 즉석에서 숯불에 구워 가져다 준다. 우리 외에 이런데서 먹는 팀은 딱 두팀이었는데 딱 봐도 신혼여행객들이었다. 한팀은 중국 한팀은 울나라.. 

먹는 도중에 천둥소리가 울려 내심 불안했지만 희안하게 비는 오지 않았다. 글케 우리는 쁘렌띠안에서 마지막 밤을 아쉬워 하면서 숙소로 다시 돌아와 캔맥주를 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