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를 떠나 과나후아토로 출발하는날. 퀘사디아랑 무슨 콩빵은 더이상 질려서 못먹겠으므로 여기서 팔고 있는 머핀을 달라고 하니 주인장 할아버지가 흔쾌히 내주셨다. 속이 안좋지만 빈속이면 더 그럴것 같아 억지로 꾸역꾸역 먹었다.
숙소에서 불러준 택시를 타고 북부터미널(autobuses del norte)로 향했다. 요금은 135페소. 택시를 타고 가다 센트로를 지날때 멋진 탑이 보여 나도모르게 사진을 찍었다. 알고보니 멕시코시티의 상징 천사의 탑( El Ángel de la Independencia )이었다.
레포르마 대로쪽으로 오질 않았으니 그동안 못봤나보다. 이주변으로 멕시코 시티의 금융가랑 특급호텔들이 다 모여 있다. 근데 저기 천사 정말 금으로 만든 것일까?
한 30분쯤 달려서 북부 터미널 도착! 아저씨는 어느 버스 회사를 이용하는지 물어보시곤 정확하게 그 회사 버스 데스크 있는곳에 내려주셨다.
생각보다 멕시코 시티 택시기사들 친절했다. 폭스바겐 택시가 위험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그런택시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 주로 저렇게 분홍색으로 된 택시랑 약간 촌스런 빨강 금색으로 칠한 택시가 다였다. 택시에 죄다 CDMX라 적혀 있었는데 멕시코시티의 스페인어인 La ciudad de mexico 의 약자가 맞을것이다.
참고로 여기서는 멕시코시티를 el Distrito Federal를 줄여 DF(데페) 라고 부른다.
과나후아토로 가는 버스 회사 ETN 과 Primera plus. 가격은 primera plus가 100페소 정도 더 싸다. 538페소인가 그럤고 ETN은 645페소였다. 나는 그냥 빨리 출발하는걸 타기 위해 ETN을 타기로 했다. 시설좋기로 유명하다는데 얼마나 좋은지 함 보자라는 마음도 있었다.
좌석도 내가 그자리에서 지정할 수 있고 게이트도 따로 있었다. 꼭 비행기 티켓 끊는거 같았다. 우등 고속버스처럼 2,1 배열이었는데 어차피 평일이라 널널한거 그냥 2열 좌석으로 끊어갈걸 그랬다.
게이트도 회사별로 다 따로 되어있다.
터키처럼 버스 시스템이 잘 된 나라다.
기다리고 있다가 출발 10분전 쯤 되니 보안검색대 앞에서 과나후아토~과나후아토~ 하면서 부르기 시작했다. 보안검색하고 지나가면 된다.
내가 지나가니 동양인이 신기한지 어디서 왔냐 여행왔냐 물어보다 스페인어 할 줄 아냐니까 모른다 하니 급 어색..멕시코 어딜가나 사람들이 스페인어 할줄 아냐 라고 물어왔다. 이럴때 스페인어를 좀 할 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버스에 타기전 앞에서 음료수랑 크리스피 크림 도넛을 나눠주었다. 터키보다 서비스가 떨어지네.ㅋㅋ 거긴 안내군들이 돌아다니면서 차도주고 물도주고 과자도 이것저것 주는뎅. 심지어 전화통화하는 사람 있음 바로 쫒아와서 주의도 주는뎅. 서비스는 터키가서 벤치 마킹 좀 해야겠어요.
버스는 뭐 이게 최고급 버스란걸 감안하면 쪼매 실망이었다. 우리나라 고속버스보다는 못하다는 느낌? 맘에 드는건 뒤에 문을 열면 화장실이 있는데 남녀 칸이 구분되어있고 중간에 차를 마실수 있도록 커피포트랑 커피가 비치 되어 있었다.
그리고 앞에 모니터가 있어서 가면서 영화나 티비드라마 같은걸 볼수 있다.
스페인어를 모르는 나한텐 무용지물.
멕시코시티에서 과나후아토까지는 5시간 정도 걸렸다. 다섯시간까지 안걸려도 될것 같은데 왜이렇게 걸리나 했더니 버스가 속도를 못낸다. 우리나라 버스랑 달리 1층이 짐칸이고 2층이 객실인데 버스 높이가 상당히 높아서 그러나보다.
그런데 버스가 높다보니 승차감이 상당히 나빴다. 도로도 그닥 좋지 않은데다 높은데 앉아있으니 꼭 배탈때 꿀렁거리는 것처럼 기분나쁜 진동이 왔다. 전날 급체해서 속이 안좋은데 진동이 오니 멀미가 나기 시작했다.
여기가 길이 상당히 좋은 편인데도 이정도면 나중에 와하카 산크리스토발은 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야간버스를 비행기로 바꿀까 고민해오다 그냥 바꾸기로 결정했다. ADO 앱이 있어서 그걸 깔아 38000원 정도 금액으로 예약을 해뒀건만 그냥 과감하게 표를 날리기로 했다.
오후 네시가 다되 가서야 과나후아토 버스 터미널 도착. 과나후아토주의 주도라는데 터미널이 작은 편이지만 상당히 깨끗했다. 여기서는 그냥 택시를 타고 숙소 주소를 보여 주었다.
5페소 내고 콜렉티보 같은걸 타고 가도 되지만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는데 이 짐들을 들고 헤멜 생각에 엄두도 나지 않아 그냥 택시를 타고 갔다. 그래도 택시비는 50페소로 싼편이었다.
문제는 택시기사와 진짜 영어가 한마디도 통하지 않는다는거..심지어 숫자도 다 스페인어라 알아 듣지를 못하는게 속터졌다. 바보같이 1부터 10까지만 외워갔었던 것이다. 정작 많이 쓰이는건 10부터 100까지인데 말이다.
하지만 길이 이따위라 택시도 별 수 없었다. 다른 곳처럼 숙소 앞에 정확하게 내려다 주는게 아니라 그냥 근처 어느 지점 까지만 데려다 주는 것이다.
결국은 짐을 이고지고 낑낑거리면서 구글 맵을 켜서 숙소를 찾아 다녔는데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이사람 저사람에게 물어물어 다니기로 하고 골목길에 들어서자 왠 총각이 하나 지나가는데 붙잡고 주소를 보여줬다.
약간 동네바보 삘이 나는 이 남자애는 첨에는 자꾸 엉뚱한 호텔 이름을 말하더니 내가 아니라니까 어떤 집 문을 두드렸다. 그 집에서 왠 아주머니가 나왔는데 영어가 좀 되시는 분이셨다. 내가 숙소 바우처를 보여줬더니 친절하게 자기옆집으로 가서 벨을 눌러주면서 이집이라고 알려주셨다.
여기가 바로 내가 그렇게 찾던 숙소 Casa Los Tepozanes 였다. 간판도 하나 없으니 누가 여길 숙박업소라 하겠는가. 주인장은 젊은 남자애였는데 흥얼흥얼 알수 없는 발음으로 나한테 뭐라뭐라 하더니 객실을 안내했다.
보아하니 동네 주민이 사는 집 지하는 이렇게 개조해서 민박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객실도 4개 밖에 없었다. 근데 지하라는게 좀 그랬다. 방이 두개가 남아서 둘중에 맘에드는 곳으로 하라고 보여줬는데 난 어차피 혼자라 제일 작은방을 선택했다.
방이 코딱지만했지만 아기자기하게 나름 신경써서 꾸며놓은 것 까진 좋은데 여기도 난방시설이 없었다!!! 게다가 지하라 햇빛도 안들어오는데..젠장 또 껴입고 자야겠구먼 하는 생각만 들었다.
오후 다섯시는 되었을까 급체에다 멀미까지 겹쳐 결국은 시원하게 오바이트 한번하고 그냥 뻗어버렸다. 밤문화고 뭣이고 다음날 열심히 돌아다니고 잠이나 푹 자야겠다는 생각에 씻고 일찌감치 자리에 누웠다.
그런데 몇시간 지났을까 밖에 시끌시끌하더니 내가 양보한 넓은방에 커플이 들어왔다. 밖에 대화하는 소리가 다 들렸다. 문제는 대화소리만 들리는게 아니라 사랑을 나누는 소리까지 다 들린다는 거였다.ㅜ.ㅜ 것도 새벽 두시에..
아무리 과나후아토가 낭만의 도시 사랑의 도시라지만 생라이브로 들리는 야동소리는 너무한거 아닌가효..아마 나말고 나머지 방의 여행객들도 다 듣고 있었을듯. 한참 여자가 뭐라고 수다를 떨더니 30분이 지나야 잠잠해졌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 새벽 다섯시에 또 야동소리가..좋겠다 니들은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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