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치 구경도 실컷 했으니 다시 마을쪽으로 슬슬 내려왔다. 멀리서 보는 풍경은 멋지지만 막상 골목안으로 들어오니 그닥 아릅답지만은 않았다. 길도 좁고 지저분하고 개똥이 굴러다니고 꼭 몇십년전 우리나라 달동네를 보는 느낌이었다.
한참을 내려갔을까.골목길에 왠 아저씨들이 나보고 저쪽으로 가보라고 손짓을 하길래 가보았다.
앗 여기는!! 그 유명한 키스의 골목(callejon del beso)이다. 의도치 않게 와버렸다. 여기 계단에서 키스를 하지 않으면 헤어진다고 해서 수많은 연인들이 여기와서 키스를 하고 간다.
여기에는 전설이 있는데 저기 맞닿은 집들이 한쪽은 완전 부잣집,한쪽은 가난한 광부의 집이었다. 그런데 부잣집 딸과 광부집 아들이 사랑에 빠져 매일 같이 저 발코니로 나와 키스도 하고 사랑을 속삭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사랑은 오래못가는법,테라스에서 키스를 하던 연인들은 여자쪽 아버지에게 들켜버리고 순간 빡쳐버린 아버지가 딸을 칼로 찔러 죽이는 바람에 그들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래도 이동네는 부자와 가난한자가 골고루 섞여서 한동네에 같이 살았나 보다. 좀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다.
어디가 부잣집이고 어디가 광부의 집일까? 그리고 저기 발코니서 키스를 하는게 가능할까? 쓸데없는 호기심만 생겼다.
각도상으로 보나 거리로 보나 저기서 키스는 상당히 불편할거 같은데.. 키스 하다 아버지한테 찔려죽기전에 추락사해서 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시장으로 갈수록 점점 번화가가 나왔다.
걷다보니 여기가 유럽어느 소도시인지 멕시코인지 구분이 안가는 느낌이었다.
다니다 보면 군데군데 이런 컵 과일 가게가 있는데 가격도 10페소 정도로 완전 싸고 양도 많다.
멕시코시티에서 거의 못먹었던 과일을 여기선 원없이 먹을 수 있었다.
과일 먹으면서 설렁설렁 걸어가다 보니 이달고 시장(Mercado Hidalgo)이 나왔다.
스페인 독립전쟁 100주년 기념으로 1910년에 개설한 나름 오래된 시장이다.
시장안 규모는 그리 큰편은 아니었다. 1층 중앙 쪽은 주로 먹거리,식장 위주고 2층 사이드는 기념품이나 옷가게였다.
여기서 점심이나 먹을까 했는데 하도 뭘 잘못 먹으면 설사한다는 말에다 스페인어 메뉴 밖에 없어서 그냥 구경만 하고 나왔다.
이달고 시장을 나와 Jardin Reforma 앞에 한국식당이 눈에 딱 띄였다.(nosotros) somos coreanos 우리는 한국인 이라는 특이한 이름이었다. 대낮부터 앰프를 꽝꽝 틀어대고 있길래 한번 들어가봤는데 아직 오픈전이란다.그때가 오후한시였는데..
아마 주로 밤장사를 하는 곳이려니 하고 아쉬운 맘으로 돌아섰다. 과나후아토에도 한국식당이 있다는게 신기헀다.
그래서 대안으로 간 곳이 La carreta 라는 전기구이 통닭집이었다. 그냥 전기구이 통닭이 빙글빙글 도는걸 보고 들어갔을 뿐인데 완전 맘에 드는 집이었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제법 있었다.
나같이 양이 작은 사람은 1/4 de pollo 를 시키면 되는데 처음에 밥을 추가로 시키려니까 아줌마가 시키지 말라는거였다. 보니 그냥 밥이랑 또띠아가 다 포함되어 있었다.
속만 괜찮았어도 접시를 싹 비웠을텐데..빈속이면 더 속이 좋지 않을거 같아 억지로 먹었다.
하지만 누군가가 과나후아토를 여행한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집이다. 아줌마도 되게 친절했다. 콜라 포함해서 89페소.
돌아다니다 보니 동네가 작아서인지 다시 라 꼼빠니아 데 헤수스 교회가 나왔다.
아침엔 문이 닫혀 있었는데 지금은 문이 열려있어 들어가 보았다.
외부도 공사중이더니 내부도 공사중이네.
과나후아토 성모교회보다는 소박한 편이었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과달루페 성모님이 모셔져 있었다. 멕시코 성당이 좀 특이한점은 제단 중간에 예수님이 아닌 성모님이 모셔져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인 카톨릭 교회라면 예수님상이나 십자가가 정 중앙에 오는데 멕시코인들은 성모님에 대한 신앙이 더 깊어서인지 성모님이 정중앙에 모셔져 있는 경우가 많았다.
성당을 나와 디에고 리베라 박물관을 찾아갔다.
과나후아토는 디에고 리베라의 고향으로 여기는 그의 생가를 개조해서 박물관으로 만든 곳이다.
전형적인 멕시코 아저씨. 프리다 칼로는 도대체 이아저씨의 뭐가 좋아서 일생을 바쳤을까?
작품전시 해 놓은 곳은 촬영 금지이지만 이런건 상관없겠지하고 찍어봄.
디에고리베라와 프리다칼로의 인형이 우습다. 척봐도 위기의 부부같아 보이는데 그도 그럴것이 디에고 리베라는 와이프를 놔두고 온갖 여자와 염문을 뿌리다 못해 프리다의 여동생과도 바람을 피웠으니 사이가 좋을리가 없지.
과나후아토를 돌아다니다 보면 이런 조그만 광장 같은걸 종종 만날수 있는데 광장에 대한 안내나 오디오 가이드도 잘 되어있다.
오래된 소도시의 내력을 읽으면서 돌아다니는 것만큼 재밌는게 있을까? 스페인어를 몰라 그냥 다녀야한다는게 아쉬웠다.
오후가 되니 우니온 정원의 풍경이 확 달라졌다. 아침에는 조용하더니만 오후가 되니 여기저기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길거리 좌판들,거리의 화가들 그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중에 제일 눈길을 끄는건 마리아치들이었다. 여기저기서 공연을 하는데 노래가 다 밝고 신나는 곡들이라 좋았다. 원래 결혼식 연주를 맡아서 했던 악단이니 곡들이 다 경쾌한게 당연할 것이다.
도대체 이사람들이 다 어디서 나타난 걸까? 저녁으로 접어들수록 사람들이 점점 더 몰려들기 시작했다.
후아레즈 극장 앞도 어느새 공연장으로 변해 있었다. 뭔가 싶어 앉아서 봤더니 광대아저씨랑 어린애가 꽁트같은걸 하고 있었다. 개콘에서 개그를 하는 것과 유사했다.
중간중간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뭔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하는 나는 그냥 멍때릴수 밖에 없었다.
해질 무렵이 되자 까예호네아다를 하는 악단이 등장했다. 과나후아토 대학생들로 이루어진 악단 여러팀이 각각 샌디에고 성당앞에서 공연을 하고나면 관객들을 데리고 도시 곳곳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도 들려주고 노래도 들려준다.
근데 이들을 따라다니려면 티켓을 구입해야 한다. 어차피 난 따라다녀봤자 무슨이야기를 하는지 알아듣지도 못할거라 그냥 여기서 구경만 하기로 했다.
뭔가 상당히 낭만적이었다.
과나후아토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인데 정말 잘 만들어진 관광상품이었다.
성당 앞에서의 공연이 끝나고..
악단은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관객들을 데리고 도시 뒷골목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런게 오래된 도시의 낭만아닐까?
또 다른 팀이 와서 공연 준비중.
밤늦도록 공연은 끝날줄을 모르고..
나는 다음날 과나후아토를 떠나는게 아쉬워 늦게까지 배회했다.
그 분위기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괜히 신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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