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너무 피곤해서였을까. 오전 내내 일어나기가 싫었다. 게다가 생각보다 날씨가 추웠는데도 숙소에 난방 시설이 전혀 없어서 한쪽 구석에 있는 담요를 죄다 거내서 덮고 자느라 잠을 푹 잘 수가 없었다. 나중에 다른 숙소도 그렇지만 멕시코가 애매하게 추운 지역이라 난방시설이 없었다.
원래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코요아칸의 프리다칼로의 푸른집을 보고 와서 차풀테펙 성이랑 국립 인류학 박물관도 보고 이게 계획이었지만 피곤해서 늦게 일어나 꿈지락거리다보니 거의 11시가 다되어 가는지라 거리가 먼 프리다칼로의 집은 포기하고 차풀테펙 성이랑 국립인류학 박물관만 보기로 했다.
내가 묵는 숙소인 any's hostal(hostel 아니었음) 은 작은 동네카페인 any's cafe도 같이 겸업을 하고 있었는데 출근하는 사람들이 오가면서 간단하게 커피나 빵을 먹고 가는 곳이었다. 아침식사는 이 퀘사디아랑 무슨 콩소스를 바른 빵이었는데 자꾸 먹다보니 짠맛때문에 거부반응이 일어났다.
이상하게 나는 해외만 나오면 속이 안좋아 뭘 제대로 먹질 못했다. 한국이었음 이까이꺼 오분만에 다 먹어치우고 다른빵도 먹었으련만 속이 너무 안좋아 하나만 겨우 먹었다.
숙소에서 10분정도 걸어가니 세비야 역이 나왔다.
차풀테펙성이랑 공원이 있는 차풀테펙 역이랑 두코스였다.
멕시코시티에서 돌아다니기엔 지하철만한게 없었다. 교통체증이 장난이 아닌 동네라 차타고 돌아다니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치안이 불안하다는 말은 여러번 들었지만 솔직히 여느 동네 지하철이랑 다르지 않았다.
가격도 환승관계없이 무조건 5페소로 우리돈으로 350원정도? 완전 저렴하다. 그냥 티켓을 사서 개찰구에 넣으면 끝. 나올때는 Salida 표지판만 찾아서 그냥 나오면 된다.
가격이 싼 대신에 지하철 후진건 어쩔수가 없다. 창문을 열어놓고 다닌다. 공기는 그냥 포기였다. 재미있는건 지하철 노선도가 저렇게 그림 같은 기호로 되어있었다. 문맹률이 높아서 그랬다는데 솔직히 내입장에선 저게 더 보기 불편했다.
그리고 지하철 안내방송도 없으므로 정신바짝 차리고 내가 내릴 역을 잘 봐 두어야 했다.
(멕시코시티 지하철 노선도는 파일로 첨부)
차풀테펙 역에서 나와 차풀테펙 공원으로 슬슬 걸어올라갔다. 참고로 차풀테펙은 이동네말로 메뚜기란 뜻이다. 지하철 마크에도 메뚜기 그림이 그려져있다. 공원이 워낙에 넓어서 물어물어 가야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여기는 스페인보다 스페인어를 더 심하게 쓰는 곳이란걸.도무지 영어라곤 통하지 않았다.그래도 만국공통어인 바디랭귀지와 눈치빨로 공원을 헤집고 다니면서 차풀테펙성 쪽으로 올라갔다.
사람들 가는데로 쭉 따라 올라가니 나오는 소년 영웅들의 기념비. 1847년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에서 미국이 여기까지 쳐들어와 차풀테펙성이 거의 함락당하게 되었을때 멕시코의 사관생도들이 항복할 수 없다며 투신을 했고 그들을 위한 기념비가 공원 입구에 세워졌다.
왠 건물 앞에 초딩들이 이렇게 바글바글 하나 했더니 역사박물관 견학을 나온 거였다.
나는 여기가 역사 박물관인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침.
역시박물관 오른쪽으로 해서 오르막길을 따라 한 20분 정도 가니 차풀테펙 성이 나왔다.
차풀테펙 성
차풀테펙 언덕 꼭대기에서 멕시코시티를 지켜보고 있는 차풀테펙 성은 12㎞ 길이로 곧게 뻗은 파세오 데 라 레포르마 거리 한쪽 끝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성은 숲과 호수, 기념관, 박물관으로 구성되었으며, 4세기경에 정착된 차풀테펙 공원을 이루는 일부이다. 자연적인 위치가 상당히 좋은 이곳은 콜럼버스의 미 대륙 발견 이전, 현재의 성 전부터 계속해서 성이 지어지곤 했던 장소였다.
스페인 총독 베르나르도 데 갈베스가 1785년에 이 호화로운 바로크 풍 성을 짓도록 명했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맡았던 기술자가 사망하고, 다른 복잡한 이유들이 겹쳐 결국 이 건물은 나중에 1806년 멕시코시티 측에 팔리게 되었다. 멕시코 독립전쟁(1810~1821)이 일어나는 바람에 성은 한동안 방치되어 텅 빈 채 서 있었으나, 1833년 개조되어 사관학교로 문을 열었다. 1846년에서 1848년에 걸친 멕시코-미국 전쟁 동안 여섯 명의 젊은 생도들이 미국 해병대에 맞서 이곳을 방어하고 장렬하게 전사했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1847년 이 학교는 국가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들의 영웅적인 행동을 기념하는 대리석 기념비가 성 근처에 서 있다.
1862년, 나폴레옹 3세 통치하에서 프랑스가 멕시코를 침공했고, 2년 후 합스부르크의 막시밀리안이 아내인 황후 카를로타와 더불어 막시밀리안 멕시코 황제로 등극한다. 이 부부는 성을 개조했는데, 세부적인 면에서 유럽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신고전주의풍으로 마무리했다. 1867년 제국이 몰락하자 차풀테펙 성은 군사 부지가 되었고, 이후에는 대통령 거주처가 되었다가 1939년에는 국립 역사박물관이 되었다.
멕시코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지켜보아 온 격동의 역사를 지녔으며 아름답게 복원된 차풀테펙 성은 지금 박물관이라는 역할을 맡아 역사 그 자체를 보존하는 데에 쓰이고 있다.
- 출처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 리처드 카벤디쉬 외 공저, 2009. 1. 20., 마로니에북스
[네이버 지식백과] 차풀테펙 성 [Chapultepec Castle]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 2009. 1. 20., 마로니에북스)
멕시코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인 베니토 후아레스 대통령. 디에고 리베라의 벽화에도 나오고 왠만한 유적지 벽화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분이다. 멕시코 최초 원주민 출신 대통령 이라고. 유럽제국의 지배를 받는 멕시코 제국에서 멕시코 공화국으로 바꾸는데 일등공신이라고 하는데 아는게 그다지 없었다.
유럽에 있는 궁전들이랑은 구조가 좀 다른 차풀테펙성.
상대적으로 유럽보다 따뜻한 곳이라 그런지 실내가 다 밖을 향해 있었다.
문이 열린곳을 들여다 보면...
문마다 이렇게 방이있었다.
날이 좋으면 바깥 전망을 보면서 식사를 하든 차를 마시든 하겠지?
추운 지방 같음 절대 나올수 없는 구조였다.
출입제한 구역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보는데 시간이 제법 걸렸다.
이동네 학생들의 단골 체험학습 코스인듯.
꼬맹이들이 신기한듯 나보고 뭐라고 말을 걸지만 얘들아 난 스페인어는 젬병이란다.ㅜ.ㅜ
여기와서 처음 알았다.
멕시코에도 황제가 있었다는걸.
보고 있으려니 여기가 멕시코인가 유럽인가 나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런 독특한 벽화들 덕에 그나마 멕시코의 느낌이 살아나는것 같았다.
일종의 옥상정원 같은곳.아기자기하니 마음에 드네.
정원을 거닐다가 이렇게 멕시코시티 전망한번 구경하니 세상 부러울게 없었을 것이다.
메인 정원은 출구쪽에 있었다. 시간이 여유로우면 정원에 앉아 유유자적 하겠지만 설렁설렁보는데도 시간은 벌써 오후1시가 지나가고 있었다. 진짜 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인류학 박물관 때문에 마음이 급해져서 대충 사진만 찍고 이동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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