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너무 피곤해서 저녁에 그냥 퍼질러 쉬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동생이 바르셀로나에서 꼭 FC바르셀로나 경기를 봐야한다고 해서 예매한게 이날 밤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경기가 10월 6일 일줄 알았던 동생은..5일날이 경기인거 보고 멘붕..5일날 밤 12시 바르셀로나에 도착이기 때문이었다. 표를 팔아볼려고 별 짓을 다했지만 레알 바야돌리드라는 하위팀과 경기라 그런지 팔리지 않았고 결국 표값 20만원을 날려버렸다. 어이없게도 별로 축구를 보고 싶지 않았지만 동생이 하도 졸라대서 표를 예매한 나 혼자 경기를 보러 갈 수 밖에 없었다.
http://www.fcbarcelona.com/info-tickets 에서 구매 가능하다. 좌석지정도 할 수 있는데 골대뒤 제일 윗자리가 45유로 정도. 나는 앞쪽이라 150유로 정도 줬었다. 그나마 하위팀과 경기라 이 가격이지 10월 26일 레알마드리드와 경기는 같은 자리가 거의 100만원 돈에다 이미 몇달전에 다 매진이었다.
밤 열시 늦은 시간에 시작하는 경기인데다 캄프 누 스타디움은 카탈루냐 광장에서 전철로 30분 정도 가야하는 신시가지 쪽이라 좀 걱정이 되었지만 막상 지하철 역에 오니 기우였다. 어마어마한 인파가 축구경기를 보러 가려고 지하철 역을 꽉꽉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보니 스페인 사람들 보다 주말여행을 와서 경기를 보러가는 유럽 다른 나라 사람들이 더 많은거 같았다.
캄프누는 지하철 3호선 maria cristina 역에 내려서 가면 되는데 그것도 제법 걸어가야 한다. 돌아올때는 좀 더 걷더라도 종점인 zona universitaria 역에서 타고 가는게 낫다. 그래야 앉아 갈수 있으니 말이다.
지하철 역에서 15분 넘게 걸어야 한대서 어떻게 찾아가나 했었는데 역시나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인파에 묻혀서 사람들을 따라가면 되는거였다. 모든 사람들이 한방향으로 무엇에 홀린듯 걸어가고 있었는데 아무생각없이 따라가니 캄프 누 가 보이기 시작한다.
표를 보면 게이트 번호가 나와있는데 그거 보고 해당 게이트로 들어가면 된다.
오오 여기가 바로 유럽 최대 축구장이라는 캄프 누 ..9만 8천명을 수용 하는 크기라고 한다. 이날은 6만 9천명 정도의 관중이 모였다. 다 차지는 않았지만 6만 9천명..이 밤중에 축구 경기보러 이만한 인원이 모인것도 놀랍다. 역시 FC 바르셀로나. 집근처에 월드컵 경기장이 있어도 한번도 축구장에 간 적이 없는데 태어나서 처음 보는 축구장과 경기가 캄프누에서 FC바르셀로나 홈경기라니..감개 무량하다. 크흑~
자리는 상당히 앞쪽이었다. 엉뚱한 사람이 내 자리에 앉아있어 표를 보여주니 자꾸 자기자리라고 우기니까 옆에 가족단위로 온 아저씨가 확인을 해주더니 내자리가 맞다고 해주니 그제서야 자리를 옮긴다. 친절한 아저씨 혼자 왔다고 사진도 찍어주고 부디 즐기다 가라는 말까지..공항과 마드리드에서 기분나쁜 일이 좀 있었지만 이 뒤로 다 만회가 되었다.
드디어 선수들 입장!! 우뢰와 같은 함성이란게 이런거구나..7만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바르사!! 바르사!! 를 외칠땐 온몸이 찌릿 했다. 그리고 알수 없는 구호를 외쳤는데 옆에 관중이 영어로 이게 무슨 의미냐고 하니까 카탈루냐 독립을 외치는 거라고 한다.
경기 시작!! 메시를 가장 기대했건만 하필이면 이누마가 탈세 혐의로 한참 재판을 받는 중이라 이번경기에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에 네이마르가 골을 넣어주셨다는.
초반에 레알 바야돌리드 쪽에서 선제골을 넣어 저런..했지만 곧바로 바르사 쪽에서 역전!
골 들어가니 관중들 반응 장난 아니다. 사실 경기보는것 보다 관중들 보는게 더재밌다. 이사람들은 바르사가 반칙 할때는 잠잠하더니 상대팀에서 좀만 반칙하면 벌떼 같이 일어서서 손수건을 흔들며 뭐라 소리를 질러댄다. 왜 이렇게 손수건을 흔들어 대는지..나름 응원도구인가 보다.
중간 15분 쉬는 시간에는 스타디움 밖으로 나갈 수 있다. 나갈때 티켓을 보주면 무슨 표를 는데 나중에 들어올때 다시 그걸 주면 된다.
후반으로 갈 수록 실력차이가 확 드러난다. 축구 문외한인 내가봐도 싱거울 정도였다.
이날 경기는 4 대 1로 바르사 승!!!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산도 안들고 온지라 그냥 열나게 뛰었는데 길도 모르고..도로를 가득 메운 관중들을 따라 한 30분 가다보니 3호선 종점인 zona universitat역이 나왔다. 뭐 12시가 넘어서도 지하철은 운행을 했다. 경기 때문에 심야운행을 하나보다.
나는 한편으론 동생이 걱정이 되었다. 바우처에 숙소 주소도 맞지 않아 내가 숙소를 찾느라 생고생 했는데다 전화도 분실해 동생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밤늦게 짐 바리바리 들고 도착한 동생이 숙소나 제대로 찾을까해서 서둘러 카탈루냐 광장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동생은 내리지 않았다.
1시 반쯤 거의 막차 비스무레 한 버스가 와서 내리는 사람들 보고 혹시 러시아 항공 타고 왔냐고 물었다. 동생이 러시아 항공으로 오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거의 새벽2시까지 기다리다 숙소로 돌아왔더니..이 뇬이 숙소에 온짐을 널부러 놓고 대자로 뻗어 자고 있었다.
" 야!!!"
기가차서 소릴 질렀더니 자다가 깬 동생뇬은 멍하니 나를 쳐다본다.
" 어 왔어?"
" 너 어떻게 된거야! 내가 너 걱정되서 공항버스 정류장가서 얼마나 기다렸는줄 알아?"
" 뭐래? 내가 바보야? 숙소도 못찾아오게"
"바우처에 주소가 잘못되었으니 글치"
" 홈피 다시 들어가서 주소 확인했지. 글고 짐끌고 걸어오니까 왠 일본 남자애가 도와주더라구. 별걱정을 다해. 씻고 잠이나 자."
진짜 길고 긴 하루였다. 핸드폰 부터 시작해 숙소 찾느라 생쇼에 동생뇬 땜에 그 새벽에 공항버스에서 떨면서 기다린거 하며...더이상 이런 개고생은 없기를. 어쨌거나 이렇게 나홀로 여행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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