씻지도 못하고 옷도 못갈아 입었지만 어찌어찌 잠이 들다 일어나니 벌써 아침이었다. 뒹굴거리다 아침식사가 7시반부터 제공된다는 말에 일찍 아침먹고 돌아다녀야지 하는생각에 주방으로 갔다. 근데 아무것도 없었다. -_-;;
나중에 생각해보니 아마 주인 아주머니가 계셨더라면 아침식사를 준비해 줬을텐데 기존사장은 이미 정리하기로 하고 마음떠난 사람이라 신경쓸 이유가 없을 것이고 새로운 사장은 아직 어린 아가씨라 그런걸 크게 생각하지 않는 듯 했다. 그래도 주방이 있어 그동안 아껴왔던 라면과 죽들을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대체로 이 숙소는 장기여행자들이 묶는 곳이라 밤에 늦게까지 어울려 놀고 아침에도 늦게 일어나는 분위기였다. 내가 머무는 동안은 그랬다.
술좋아하는 남편 데리고 왔으면 아마 끝내주게 놀았을텐데..
어느 호스텔을 가든 빠질 수 없는 게스트들 사진. 나도 시절 잘 만나 어릴때부터 여행했다면 이런데다 뭐라도 적어 붙였겠지?
대충 밥을 먹고 나니 화장도 지우고 세수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한참 있으니 식빵과 계란,시리얼이 준비되었고 마침 밥을 먹으로 나오는 아가씨 둘이 있어서 근처에 수퍼같은게 있냐고 물었다. 마침 근처에 제법 큰 수퍼가 있다고 하길래 눈꼽도 안떼고 밖으로 나갔다.
낮에는 무척 더운데 일교차 때문인지 아침엔 제법 선선했다. 초가을 날씨? 남미를 가면 항상 있다는 구두닦이가 여기도 있네 그려.
숙소는 하딘 꼰사티(Jardin conzatti) 라는 작은 정원 바로 앞에 있는데 관광중심지에서 살짝 벗어난 곳이라 조용했다. 택시나 콜렉티보를 탈때 주소를 보여줘도 잘 모르는 경우가 있었는데 차라리 하딘 꼰사티를 말하면 다 알아 들었다.
수퍼가서 샴푸랑 비누 치약,칫솔등 세면도구를 사고 돌아와 샤워를 하고나니 사장을 만날 수 있었다. 짐 찾는건 멕시코 애들이 하도 일처리 하는게 느린지라 오늘도 올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는 거다.
문제는 내가 내일 모레면 여기를 떠난다는건데 언제 짐이 올지 모른다는게 답답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숙소에 앉아 짐만 기다릴 수는 없으므로 사장님에게 잘 부탁드리고 일단은 돌아다니기로 했다.
어차피 여기도 큰 도시는 아니라 걸어서 왠만한데는 다 갈 수 있었다. 집들이 컬러풀 한건 과나후아토와 비슷한데 여기는 도로가 네모 반듯 직선이었다.
과나후아토는 달동네마냥 길들이 구불구불해 차가 다닐 수 없는 길들이 많았다. 게다가 하늘도 맑고 날씨도 따듯해 와 이런데면 살만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또 과나후아토와 다른건 사람들 외모였다. 북쪽인 과나후아토는 백인외모의 사람들이 많이 돌아다니는데 여기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이곳 원주민들 외모가 더 눈에 띄었다.
속소에서 소깔로 광장 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멋진 성당이 나왔다. 산토 도밍고 성당(iglesia de santo domingo) 이다. 굳이 우리말로 하자면 성 일요일성당? 1608년에 완공되었는데 멕시코 바로크 건물의 정수를 보여준다고 한다.
성당에 질릴만도 한데 이성당 너무 멋있다. 저녁에 와서 또 열심히 찍어댔다.
건물 자체도 멋지지만 내부는 더 멋졌다.
안이 온통 금으로 되어있는데 정교함으로 치자면 이슬람 사원 문양에도 뒤쳐지지 않는 정도?
천장이 그야말로 화려함의 극치다.
이건 정말 실제로 꼭 봐야 한다!!!
산토도밍고 성당 옆에 와하까 문화박물관이 있다는데..이상하게 아무리 물어봐도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베니토 후아레즈 대통령의 생가라는 후아레즈의 집도 문이 닫혀있었다.
결국 시간만 허비하다 계속 아래로 내려오니 소깔로 광장이 나왔다. 어느동네나 있는 중심광장. 나름 아기자기하고 예쁜 광장이었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있는 거리의 악사들.
오랫동안 연주해온 장인과 그 제자가 같이 연주를 하는 모습이 왠지 보기 좋다.
한참 아래로아래로 내려가니 시장이 나왔다. 후아레즈 시장(Mercado Benito Juraez) 이다. 와하까에 대표 시장이 두개 있는데 후아레즈 시장과 11월 20일 시장(Mercado 20 Noviembre)시장이다. 이 두개의 시장은 서로 이어져 있다. 후아레즈시장은 기념품이나 옷 생필품이 위주고 11월 20일 시장은 먹거리가 위주다.
몰레라는 전통 장류인데 생긴게 꼭 춘장같이 생겼다. 초콜렛이 원료인 와하까지방 특산물이다. 공항에서도 팔았다.
이걸 물에 살짝 개어서 전분가루 녹인물을 좀 부은다음 끓인후 고기에 얹어서 밥이랑 비벼 먹으면 그럭저럭 먹을 만 하다. 나도 한통사서 집에 가져와 해먹어봤는데...
대충 이런 비쥬얼이 나왔다.
와하까에서도 주로 닭가슴살,닭다리 스테이크에 이렇게 얹어서 밥이랑 먹는 식이었다.
약간 달달한 맛과 뭔가 좀 독특한 향이 느껴지는데 좀 특이한 음식이구나 정도?
환장하게 맛있다 그런건 아니다.
역시 와하까의 명물 와하까 치즈. 무슨 붕대감은 공처럼 생긴건데 뜯어서 먹으면 된다. 이건 와하까에서 다 먹을게 아니면 들고다니다 상해서 버릴 확률이 높아 걍 포기했다.
이것도 와하까에서만 본건데 말린메뚜기 스낵이었다. 우리나라에도 예전에 메뚜기 잡아서 볶아서 먹었었는데...그냥 말린새우에 매운 양념친 맛을 생각하면 된다.
먹는것만 구경하다 문득 오늘도 짐이 안오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동네 옷을 사 보았다. 나름 자수가 어떻고 염색이 어떻고 하는 아줌마말에 넘어가 바가지를 쓰고 전통옷을 샀는데...
당장 농촌으로 달려가고 싶은 패션이었다.
물빨래하니 물빠짐도 장난 아니었다.
가족과 지인들의 온갖 놀림을 산 뒤로 집안에서만 잠옷으로 입는걸로 결정.
먹자 천국 11월 20일 시장.
들어오자 마자 눈에 딱 띄는 저것은!!! 와하까에서만 살 수 있다는 그 술 메즈깔(Mezcal) 이다. 용설란으로 만든 술이고 데킬라와는 뭐가 좀 다르다는데 어차피 나는 다음날 투어를 가서 살 예정이라 이건 패스하기로 했다.
먹거리 시장이라 그런지 시장은 꺠끗했다.
우리나라 전통시장보다 더 나은거 같다.
돌아다니다 주스도 한잔 마셔주시고..
째째하게 한가지 주스로 팔지 않았다. 몸에 좋은건 다 섞어주는 건강주스 같은건데 경찰들도 와서 사 먹길래 나도 한잔 주문해봤다. 어차피 봐도 뭐가뭔지 몰라 암거나 찍어서 주문했는데 설탕같은걸 섞지 않아도 완전 달고 맛있었다. 가격도 20페소 우리돈으로 700원정도로 정말 아침저녁으로 사먹고 싶었다.
11월 20일 시장에오면 꼭 빼먹지 말아야 할 곳. 소시지 골목이다. 지나가니 곤니찌와~하면서 부르고 난리가 났다. 안녕하세요 라는 소리가 들렸으면 바로 그 집가는건데 당신들 장사 그렇게 하는거 아니야.
여기선 고기를 보고 집어서 주문을 하고 테이블에 앉아 일종의 상차림비로 또띠아 값을 주고 앉으면 고기를 가져다 주는 곳이다.. 온 사방에서 연기가 자글자글 했다. 우리나라 회센터의 고기버전이었다.
근데 나처럼 연기가 지글지글한데 앉아있기 싫으면 그냥 안쪽에서 사먹어도 된다. 가격도 저렴하고 메뉴도 똑같다.
그냥 안쪽 식당가가 넓고 상대적으로 깨끗해서 여기서 먹기로 했다.
가격도 저렴한 편.그래도 고기가 유명한지라 여러가지 고기가 한접시에 있는 80페소짜리 platillo mixto de carnes를 주문했다.
다 맛있네 다 맛있어. 고기가 짭짤한 것이 또띠아에 싸먹으면 딱이었다. 그동안 음식이 안맞아 제대로 못먹은 걸 여기서 다 푸는구나 했다.
그런데 나같이 양이 작은 사람은 또띠아보다는 그냥 고기를 집중 공략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띠아 두개 싸먹고 나니 배가 불러 더이상 먹을 수가 없어 고기를 남겨야 했다.
또 와서 사먹어야지 했는데 그러지 못한게 넘넘 아쉬웠다. 지금도 가끔 생각이 나는 맛이다.
배 터지게 먹었으니 이제 몬테알반 유적지로 가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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