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2008·10-터키&그리스지중해,에게해

3일-마르마리스로 고고~~ 나를 잠시도 가만 안놔두는 터키 할머니

이치핏 2008. 10. 30. 14:30

드디어 마르마리스로 출발하는날 이젠 몸상태가 많이 좋아지고 불안한 맘도 안정이 되어서 기분좋게 떠날수 있을거 같다.

 

체크아웃하기 전에 아침을 먹는데 아침밥을 가져다 준 남자애에게 규나이든~하고 아침인사를 하자. 내가 터키어를 할줄 아는줄 알고 막 머라고 떠든다. 나 터키어 할줄 모른다고 하자..뜬금없이 결혼했냐고 물어본다.(나이도 어린 넘이..-_-;;)

 

 이럴때 써먹으려고 외워둔 터키어 "벤 에브리임"(나 결혼했다) 자신있게 한마디 날려주었다. 

 

 

역시 길치인나..구시가지를 한참 또 헤메다가 물어물어 파묵칼레 사무실을 찾아갔다. 어떻게 엊그제 온 길을 또 까먹냐.

동네가 골목골목 좀 복잡하긴 하다.

 

 

파묵칼레 사무실에서 기다리다가 세르비스 버스를 타고 오토갈에 도착..어제 같이 보트투어를 했던 리카르도 할아버지를 여기서 또 만났다. 그할아버지와 와이프..그리고 친구부부 두쌍의 노부부가 여행중인데 페티예로 간다고 한다. 마침 내가 타는 버스가 페티예를 경유해서 가기 땜에 같은 버스를 타고 가게 되었다.

 

 

10시쯤 넘은 시간인데 벌써 더워지기 시작한다. 버스라도 좀 태워주지 이렇게 땡볕에 사람을 기다리게 해놓고선 운전사도 손님들도 담배만 주구장창 피워댄다. 이동네 사람들 여자 남자 할것없이 왜이리 담배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저번여행에선 국내선으로 이동을 하는지라 장거리 버스를 못타봤는데 이번에 첨으로 터키의 장거리 버스를 타봤다.

 

보통 안탈야-마르마리스 구간은 7시간이 걸리므로 야간이동으로 많이 이용하는데 나는그냥 낮에 이동(왜냐 난 저질체력의 소유자니까 게다가 실제로 6시간 걸리더라)했다. 짐은 번호표를 붙여놓고 짐칸에 넣고 나에게도 번호표를 주면 내릴때 차장이 대조해보고 돌려주기땜에 오히려 안전하다..그리고 일행이 아니면 절대 남자여자를 나란히 앉히지 않는다. 여러가지로 맘에 드는구만..

 

 

 게다가 이렇게 물수건이랑 빵이랑 과자 차나 커피 물도 준다. 더달라하면 더 준다. 국내도입이 시급해보인다.

 

 

 

 

지도상으로 보면 별로 멀어보이지 않는데도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건 큰 산을 몇개나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영동 고속도로 저리가라다. 구불 구불 산길을 몇개나 넘는지 모른다. 산도 꽤 높다.

 

 

 

 

 

 

 

 

 

 

 

열심히 차창밖에 풍경을 사진찍는걸 보던 내 옆자리 터키 할머니..막 터키말로 머라머라 말을 시킨다. 나름 외국인에게 뭔가를 소개해줘야겠다는 사명감때문인지. 터키사람 특유의 오지랖인지..휴게소에 들릴떄 자기가 샌드위치를 싸왔다면서 같이 먹자는거였다. 도시락이래봤자 1인분일텐데 그걸 어떻게 뺏어먹나 싶어서. 그냥 화장실갔다가 샐러드 두접시를 사서 식탁에 혼자 앉아 빵을 먹고 있는 할머니에게 슬그머니 내밀었다.

 

할머니는 테세퀘르~를 연방 외치면서 테세퀘르 에디림이라는 말을 가르쳐 주었다. 고맙습니다 라는 뜻이다. 이말을 이후로도 아주 유용하게 써먹었다. 별로 할말도 없고 해서. 마르마리스의 예약한 숙소 약도를 보여주면서 여기를 아냐고 물어보았다.

 

한참을 들여다 보던 할머니 주위 다른 사람들과 머라머라 이야기 하기도 하고나중에 버스타고 가면서 이사람 저사람에게 물어보더니 세르비스 버스가 데려다 줄테니 너무 걱정말라고 한다. 그때부터 이할머니와 갑자기 친해지는 분위기..버스를 타고 가면서 할머니가 차장을 부르더니 신문을 두장 달라고 하더니 나보고 읽으라고 내미는거였다.

 

"으아 저 읽을줄 몰라요"

 

이러면서 사양했지만 손짓으로 괜찮다고..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으면 된단다. 켁!!!!!!

 

스포츠 신문 같은거라 연예인 사진만 들여다 보다가 두둥...충격적인 사진을 발견했다. 일한 만시즈의 사진이었다. 2002월드컵때 우리나라와 3.4위전할때 골을 넣었던..그때 꽃미남이라고 팬클럽도 생기고 난리였었는데 지금은 완전 얼굴도  넙데데에다 머리도 기르고 수염도 길러 무슨 히피족같이 망가진 모습이었다. 그래도 여자친구로 보이는 늘씬한 여자와 같이 사진찍은걸 보니 아직은 유명인사인가 보다. 기념으로 신문을 가져오려 했는데 잠깐내가 자는 사이에 할머니가 신문을 가져가 버렸다.

 

할머니가 어디를 가냐고 묻는다..

 

"마르마리스요"

 

"마르마리스 오~규젤~"그럼서 주위에 섬들도 꼭 가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고 보드룸도.. "

 

"보드룸..규제엘~~~"

 

"파묵칼레랑 셀축도.."

 

"오 파묵칼레 셀축 규제엘~~~"

 

(규젤은 아름답다 뭐 이런뜻)

 

그러면서 셀축..하더니 자꾸 메리아마나..메리아마나 이러는거였다. 거기 꼭 가봐야 한다면서..

종이에 셀축 적더니 메리아마나라고 영어로 적어주기까지 했다. 나중에야 알고보니 메리아마나는 성모마리아의 집을 터키어로 말한거였다.

 

가다가 첨이자 마지막으로 터널을 만났다. 이할머니 터널이 대단한것인양 막 자랑을 하는거였다. 이 터널을 지나려면 돈을 내야 한다면서 (터키 사람들은 돈을 말한때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비빈다.) 이터널이 아니었으면 저산을 빙 둘러 왔을거라면서...음 이할머니가 우리나라 고속도로를 타보면 뭐라고 할까..

 

그리고 사과랑 커다란 석류도 꺼내서 주면서 나중에 먹으라고 비닐봉지에 담아주었다. 사과는 엘마..석류는..음 모르겠다.

 

좀있다가 할머니는 자기는 먼저 내린다면서 귤레귤레라는 말을 가르쳐 주었다.터키어로 작별인사를 할때 귤레귤레..이렇게 말한단다. 내가 서운하다는 표정을 짓자..할머니는 내릴때까지  몇번이나 뺨을 맞추고..내손을 잡고 손등에 뽀뽀를 하고 그러면서 내렸다. 처음엔 자꾸 알아듣지도 못하는 터키어로 말시켜서 좀 짜증냈는데 막상 헤어질때 되니 무쟈게 서운했다.

 

이 이후로도 길을 찾던가 뭘 물어볼때 버스탈때 터키할머니들과 종종 만나게 되는데 정말 이동네 할머니들 짱이다라는 말밖엔....

 

 

 

4시반쯤 마르마리스 도착 진짜 뻘짓하다가 겨우 찾아오게 된 숙소.클럽술탄 마리스라는 콘도인데 .부킹닷컴에서 예약할때 지도상으로는 부두에서 가까워보였다. 다음날 로도스로 넘어가기 위해서 일부로 최대한 부두와 가까운 숙소를 잡아야겠다고 해서 일부로 잡은 숙소인데..완전 사기다.

 

처음에 세르비스 버스를 탈때 이름을 보여주면서 앞에다 데려다달라고 했는데 엉뚱하게 로얄마리스라는 바닷가 4성호텔앞에 떨궈주곤 가버렸다. 바닷가를 한참 헤메다가..시내중심가인 탄사쉬(대형마트임)앞에서 택시를 타고 들어왓는데 약도와는 전혀 상관도 없고. 바닷가와는 완전 멀리떨어진 한참 동네로 들어와야하는 위치였다.

 

일단 숙소에다 짐 풀고 바닷가로 나와 사진 좀 찍으려고 했는데  여기서 나가려면 버스를 타고 나가야해서 걍 귀찮아서 안나가는 바람에 사진이 없다. 야자수가 늘어진 멋진 바닷가였는데....쩝...

 

콘도라서 부엌도 있고..가격이 싼게 장점이다.1박에 17유로인데 4명이 정원이라..4명이서 빌리면 완전 저렴한 셈이다. 나혼자 쓰니 비싼편이지만....

 

 

 

 

마르마리스 동네 모습...영국인들이 주로 찾는 휴양지다. 그래서인지 주위에 틀어놓은 음악들도 터키식 노래가 아니라 흔히 들을수 있는 팝송..눈꺼풀 두꺼워보이고 유난히 창백해 보이는 영국인들이 웃통벗고 우 몰려다닌다. 햄버거 집도 종종 눈에 띈다. 터키 현지인보다 허여멀건 백인들이 더 많은거 같다. 내가 묵은곳도 가족단위의 영국인들이 대부분이었다.

 

 오자마자 북어국 끓이고 햇반 데워서 김치랑 저녁식사를...아 좋다...

 

정산: 안탈야에서 방값(3박)-60유로

        물 1.5리라

        샐러드2개 5리라

        마르마리스에서 택시 11.5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