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악몽을 꾸었지만 그래도 잠을 좀 자서인지 일어나 보니 상태가 어제보단 많이 좋아졌다. 터키항공으로 가서 일정변경해야겠다는 생각은 사라졌다. 그래 좀만 더 버텨보자.라는 생각에 일어나서 밥을 먹으로 내려갔다. 근데 식당에 차말고는 먹을게 아무것도 없다. 여태껏 여행다니면서 항상 호텔식 부페에 익숙해져있었던나는 식당에 앉아있는 남자애에게 아침밥 어딨냐고 그랬더니..앉아있으란다.
좀있으니 밥을 가져다 주었다. 뭐 접시에 토마토.오이,멜론, 치즈, 햄, 삶은 달걀 올리브 그리고 빵한바구니와 쨈 버터 이런식이었다. 이게 모야 이랬지만 나중에 그리스 가서야 이게 얼마나 푸짐한 식사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하지 않은가..밥을 먹고 있으니 웬 개한마리가 얼쩡거린다. 양쪽눈의 색깔이 다르다. 빵은 던져줘도 쳐다도 안보고 햄은 잘 먹는다..아침을 먹고 아스펜도스,시데,페르게로 가는 투어가 생각나서 숙소 바로앞 여행사에 물어보러갔다.
그때 시간이 아침 8시 40분 ..이미 투어는 10분전에 출발했단다. 혹시 쫒아가면 안되냐니까. 알짤없다.
다시 숙소에 들어와 세간다 책을 뒤적거리다가. 그냥 쿠르순루 폭포라도 보러갈까 아님 좀 멀어도 아스펜도스를 보러갈까 하다가 찾아가기는 힘들어도 돌무쉬 몇번 갈아타고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가면 아스펜도스정도는 갈수 있겠지 라고 다시 준비를 해서 나섰다.
마침 주인장 일마즈가 호들갑 떨면서 인사를 하길래..아스펜도스에 가는 길을 물어보았더니..택시로 밖에 갈수 없단다. 것도 편도에 50YTL(환율이 올라 한 오만원돈이다)..그때였다. 뒤에서 아침을 먹고 있던 한처자가 나를 부른다.
"한국분이시죠?"
"아..네"
"어머 반가워요. 혼자 오셨어요?"
"네.."
"저도 혼자 왔는데 잠깐 앉으시겠어요. 차라도 한잔.."
이러면서 말을 트기 시작했는데 이처자가 이야기하길... 자기는 보트투어를 신청했는데 일마즈가 성수기 지났다고 장사할 맘이 없는건지 투어인원이 모자란데 될지 안될지 모른다면서 물어는 보겠다고 하면서 영 반응이 시원찮단다. 그러면서 나보고 보트투어 할생각 없냐고..같이 보트투어 하자고 권했다.
점심포함 50리라라면서..뭐 보트투어를 하면 바다쪽에서 폭포도 본다는 이야길 들은거 같아 흔쾌히 수락했다.
편도로 택시비 50리라는 넘 아깝기도 하고...
그 아가씬 계속 일마즈를 닥달해서 옆에서 밥을 먹고 있는 벨기에에서 온 아줌마까지 추가해서 어떻게 보트투어 인원을 채웠다.
"진짜 저사람 장사할 생각이 없는거 같아요. 전 오늘 밤에 야간버스로 이스탄불로 가는데 버스고 투어고 당장 알아볼거 처럼 큰소리 치더니 나중에는 아무말도 없더라구요. 계속 졸라대고 닥달해야 겨우 알아보더라구요"
나도 동감이다 엊그제 픽업 안나온거 생각하면 정말 장사할 맘이 없긴 없는거 같다. 픽업비가 20유로인데 지네한테 작은돈도 아닐텐데 그게 귀찮아서 아침 11시반에 나갔다는 말도 안되는 헛소리나 해대다니..
일행이 있어서 좋은점은 이렇게 나를 사진으로 찍을수 있다는 거다. 나의 광우병 수입반대의지를 온세계에 알리겠다고 광우병 티셔츠를 입고 갔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음.. 사실 만만해서 들고온거임..
그런데 옷차림이 영...우리둘빼고는 죄다 수영복 차림이다. 난 보트투어를 생각지도 않다가 얼떨결에 가게되어 그렇고 한국처자인 은미씨는 수영복을 가지고는 왔지만 오늘밤에 떠나는 데다가 옷갈아 입기도 마땅찮아 그냥 앉아가게 됨..앞에 아줌마 아저씨.벨기에에서 온 아줌마..노부부 두쌍..아가씨 세명 이렇게 팀을 짜서 출발..암데나 자리잡고 드러누워 갔다.
칼레이치 항구를 출발!!!
이아줌마를 보니 나도 비키니를 입을수 있을거 같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배는 쿠르순루 폭포는 가지 않았다. 그냥 여기서 물이나 맞아라고 잠깐 배를 댐..전형적인
니나노~스타일의 뱃놀이였다.
이렇게 경치도 구경하고..
일광욕도 하다가..
물 좋은데 있으면 배를 멈추고 그냥 풍덩 뛰어들어서 수영을 즐기는거다. 서양사람들은 참 신기한게 이런 수심깊은 바다를 아무 꺼리낌없이 뛰어들어 헤엄을 치는거다. 별다르게 움직이지 않아도 아주 자연스럽게 떠있다.
우리야 수영복이 없으니 못뛰어들었지만(뛰어들려면 구명조끼는 얼마든지 빌릴수 있다) 리카르도 라는 이 할아버지는 뱃머리에서 벌벌 떨다가 그냥 다시 들어옴..아주 귀여운 할아버지다. 나중에도 사람들에게 떠밀려서
벌벌 떨다가 하도 힘내라 고 옆에서들 부추기니까 결국 잠깐 뛰어들어 수영하다가 올라와선 점심먹고 내내 뻗어버리는거였다. 자기가 못뛰어드니 괜히 우리보고 뛰어들라고 부추겼지만 수영복이 없으니뭐..배타는 내내
싸바? 싸바? 이러고 다님 (ca va?= o.k?)
우리는 수영도 할수도 없고 딱히 할것도 없어 배타는 내내 사진찍고 수다만 떨었다. 걸프항공의 여승무원이고 바레인에서 살고 있는 은미씨는 휴가를 내서 혼자 이스탄불 카파도키아를 거쳐 안탈야로 넘어왔다고 한다. 어제 혼자 심심해 미치는줄 알았다고..하루종일 라라 해변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고..음 하루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좋았을것을..
나름 중동생활의 여러가지 이야기랑 이스탄불에서 우리나라 남자애랑 터키여자애가 서로 좋아하게 되었는데 여자애 아버지가 격분해서 총들고 설치고 있다고 그래서 남자애는 여자앨 데리고 호주로 도망가려고 하고 그러면 안된다고 터키의 한인들이 중재에 나섰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터키가 의외로 보수적이라 여자애가 연애를 좀 하거나 한 경력이 있으면 시집을 가기가 힘들다고 한다. 순결지상주의인가...
한시간 정도 수영을 하고나니 점심준비 완료..스파게티랑 샐러드랑 빵이랑 튀긴 생선 한마리..음료수는 별도로 돈을 내야한다. 그런데 가만히 서있는 배에서 먹다보면 멀미가 난다..차라리 움직이는 배가 났지 가만히 서서 흔들흔들 거리는 배위가 더 멀미가 심하게 난다.
이보트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저 바위틈에 동굴로 헤엄쳐서 들어가는 것..뛰어들때는 수심이 깊은데 막상 저 동굴까지 헤엄쳐 들어가면 무릎정도 밖에 물이 안온다. 그래도 위험한지 배선장이 직접 뛰어들어 같이 수영해서 들어갔다온다. 아아..수영복 안가져간게 이때 후회가 되었다.
더이상 별다른 코스없이 오후가 되어서 다시 칼레이치 항구로 돌아왔다.
칼레이치 항구..나름 아기자기하게 예쁜 항구다.배들도 나름 예쁘게 생겼다.
어제 혼자 다닐땐 별로 몰랐는데 둘이다녀서 그런가 이상하게 불러대고 껄떡거리는 넘들이 많아진거 같다.
길가는데 양아치 같은넘 하나가 옆에 따라다니면서 귀찮게 하길래 ..인상팍쓰면서 한국말로 한마디 해줬다.
"짜증나게 껄떡대고 지랄이야!!!!!!"
"언니 우리 그냥 저쪽으로 가요."
이럼서 끝까지 상대안하고 다른쪽으로 걸어갔더니 겨우 떨어져나갔다.
그럭저럭 편안하게 보낸 하루였다. 맥도날드에서 빅맥하나로 둘이 나눠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은미씨는 내방에서 샤워를 하고 티비를 보다가 세르비스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로 이동해서 아쉽지만 헤어져야했다. 것도 내가 샤워를 하고 있는 도중에 버스가 와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지만 그래도 그녀는..
"언니 끝까지 여행 하실수 있을꺼에요. 힘내시고~ 포기하지 마세요."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웬지 힘이 났다.
정산:
보트투어:50리라
환타:3.5리라
맥도날드:6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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