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간이 짧아 울란바토르는 마지막날 하루만 돌아보기로 하고 우리는 바로 홉스골로 넘어갔다. 몽골인들도 즐겨찾는 몽골 최고의 휴양지 홉스골은 북쪽지방 러시아 접경지대에 있는 호수이다.
울란바토르에서 가려면 차를 대절해 가거나 국내선 또는 버스로도 갈 수 있다고 한다. 차를 타고가면 거의 20시간은 가야하므로 짧은 일정엔 맞지 않으므로 패스. 돈지랄로 시간을 커버하기로 해서 일찌감치 국내선을 예약했다.
떠나기 전에 자야 호스텔에서 제공하는 아침을 먹었다. 호스텔 조식이라 여기서 일하는 여자애가 준비해주는 계란후라이에 빵쪼가리에 커피가 다였지만 난 원래 아침을 잘 안먹으므로 이정도가 딱 맞았다.
떠나기전에 주인장인 아난드에게 테를지 투어 예약을 하면서 우리가 돌아오는 날 공항으로 픽업오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한눈에 봐도 나 똘똘해요 라고 써있는 친구라 그닥 걱정은 되지 않았다. 특별히 우릴 위해서 한국어가 되는 가이드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홉스골과 테를지를 다녀와서 마지막날 하루 더 숙박하기로 하고 자야 호스텔을 떠났다. 안녕 또보자구~
10시간만에 다시 돌아온 칭기스칸 공항. 국내선과 국제선이 한 청사안에 있다. 한나라의 수도공항치곤 참 작은 공항이었다.
여기서 유심칩을 사려고 했건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가게문을 열지 않았다. 하지만 안사길 잘 한거 같았다. 어차피 우리가 가는 지역은 관광객들이 많이 가는 하트갈이나 장하이쪽이 아니기 때문에 유심칩을 사봤자 인터넷이 되지도 않았다.
얼핏듣기론 장하이쪽은 데이터통신을 하면 인터넷이 잡힌다고 했다.
홉스골의 관문인 므릉으로 가는 항공편은 에어로 몽골리아와 훈누에어 딱 두개 뿐이다. 그나마 훈누에어가 매일 운항하는데다 시간대도 아침 10시 20분 출발이라 좋은 편이었다.
공항에 걸려있는 역대 칸들의 초상화. 국제선 청사 쪽 칭기스칸부터 시작해 쫙 걸려있다. 여기가 몽골이구나를 새삼 보여 준다. 그런데 초상화 얼굴이 다 비슷비슷해서 구분이 안간다는...
출발시간이 훨씬 지났건만 비행기 타라는 말은 없고..연착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30~40분 연착은 연착도 아닌듯 했다. 그새 남편은 한국인 여행자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항공권을 그사람보다 싸게 구매했다는 사실에 신이나서 열나게 떠들고 있었다. 으그..
11시가 넘어서야 드디어 탑승! 비행기..작다.그냥 프로펠러 비행기다. 그래서 타고 갈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지.
프로펠러 비행기라고 무시하지 말지어다! 음료수도 주고 땅콩도 주는데 대한항공에서 주는것보다 양이 세배는 더 많았다.. 들고가서 술안주로 두고두고 먹을 수 있다.
늦게출발해도 과속을 했는지 거의 정시에 므릉에 도착했다. 므릉 시라고 들었는데 그냥 시골마을 같아 보였다.
시골버스 터미널 같은 므릉공항. 여기서 홉스골 국립공원 초입에 있는 하트갈 솜 까지 차로 두시간을 더 가야 한다. 우리는 더 안쪽이라 세시간을 잡아야 했다.
무슨노무 공항이 이렇게 허허벌판에 덩그러니 있냐.그래도 경치는 끝내줬다.
그런데 공항에 도착해 문제가 생겼으니 우리가 예약한 알락챠르 투어캠프에서 픽업을 나오기로 했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비행기가 작아 승객들은 금방 다 빠져나가고 우리만 남았는데 픽업기사로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공항 직원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자꾸 우리한테 와서 어디로 가냐고 물어봤다. 알고보니 여기 공항은 하루에 비행기가 한대 아니면 두대가 드나드는 곳이라 근처 므릉시내 주민들이 와서 공항업무를 보고 호객행위도 했다. 공항직원이 택시기사고 게스트하우스 주인이고 뭐 그런식이었다.
우리가 픽업기사도 못만나고 그러고 있으니 택시를 이용해라고 자꾸 권했다. 정말 난감했다. 이사람들은 다 퇴근하는 분위기인데 이사람들마져 다 가고 나면 그야말로 공항에 우리만 남을거 같아서였다. 급한마음에 호스백 몽골리아 사무실에 전화를 해봤지만 일요일이라 그런지 아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떻게든 게르는 찾아가야 할거 같아서 결국 영어 좀 되는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을 통해 흥정을 했다. 처음엔 알락챠르 캠프가 가는길이 비포장이고 험난해서 갈려는 택시기사가 없었는데 딱 한명이 가겠다고 나섰다. 100달러를 불렀지만 80달러로 깎아서 가기로 했다. 이부분에 대해선 나중에 게르캠프에서 깎기로 하곤 일단 출발을 했다.
게르로 들어가면 수퍼같은게 아무것도 없으므로 택시기사가 우릴 므릉 시내에 있는 수퍼마켓에 데려다 주었다. 여기서 필히 장을 봐가야 했다. 간식거리랑 음료수 특히 술이랑 소시지종류는 필수 아이템이었다.
일본인 아줌마들을 데리고 있는 몽골 가이드가 칭기스 보드카를 권하는걸 보고 우리도 보드카 한병을 집어들고 소시지도 샀다. 나중에 더 사올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시지랑 술은 맛있었다. 그리고 과일이 귀한곳이라 병조림 과일을 꼭 사가는게 좋다. 식사때마다 디저트가 죄다 초콜릿이나 쿠키 종류고 달기만했다.
장을보고 출발을 막 하는데 전화가 왔다. 호스백 몽골리아에서 나한테 전화를 한 것이다. 안되는 영어로 픽업기사가 나오지 않아 택시를 타고 간다고 했더니 그럴리가 없다고 픽업기사가 공항에 와있다는거였다. 그럼 어쩌란 말인가.
됐다고 이미 출발했으니 그냥 택시를 타고 가겠다고 했더니 지금 므릉을 벗어났냐고 물었다. 아직 시내에 있다고 하니 그럼 어느 지점에서 내려달라고 해서 거기서 기다리면 픽업기사가 찾아가겠다는 거였다.
여기가 어디가 어딘지 알고 접선장소를 정하라는 말인지. 할수 없이 그냥 택시기사한테 전화기를 주고 통화를 하게 했다. 한참 통화를 하는듯 하더니 나를 어떤 집에 델려다 주었다. 아 진짜 안되는 영어로 말하려니 진땀 빠졌다. 남편보고 니가 좀 통화 해보라고 전화기를 넘겨주려니 이 웬수는 딴데만 쳐다보면서 나몰라라 했다.
택시기사한테 미안해서 10달러를 주고 돌려보냈다. 알고보니 택시기사가 내려준 집은 아까 나랑 흥정했던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이자 공항직원의 집이었다.
아마 기사가 영어가 안되니 이사람하고 이야기하라고 내려놓은 듯했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은 그냥 들어와서 기다리면 알락챠르 기사가 이쪽으로 올거라고 했다.
별 도리가 없으니 그냥 안에 들어와서 걔기는 수 밖에. 여기는 게르로 된 숙박업소인데 한국인 아가씨들이 막 체크아웃을 하고 나가는 중이었다.
마침 우리가 타고온 택시를 타고 어디론가로 떠났다. 왜 므릉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을 하지?게르안에 서양인 투숙객도 제법 있던데 도대체 여기 뭐 볼거리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마음이 조급해서 그냥 앉아 있지도 못하고 이땡볕에 나와서 지나가는 차들을 보면서 혹시 우리 칙업 차인가 하고 매의 눈으로 지켜봤다. 지나가던 차를 몰던 사람들도 나를 쳐다봤는데 그냥 신기해서 본거 같다.
눈이 마주칠때마다 알락챠르?? 를 외쳤지만 다들 뭔 말을 하는지 못알아듣고 지나갈 뿐이었다.ㅜ.ㅜ 한참만에 도요타 SUV차가 한대 서더니 젊은 남자가 내려서 나를 쳐다봤다.
내가 알락챠르? 하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반가움과 짜증이 동시에 밀려와서 아 어떻게 된거야? 왜이리 늦었어? 하면서 소릴 질렀지만 그남자는 sorry. no english.라고 할 뿐이고. 어쨌거나 왔으니 됐다는 심정으로 얼른 남편을 불러 짐을 실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한번 넣더니 바로 출발!!
우와 경치 끝내준다하고 감탄하는 것도 잠시. 날은 덥고 돌발상황에 긴장을 한 탓인지 나는 금새 골아떨어졌다.
정신없이 기절해 있다가 차가 갑자기 덜컹거리는 바람에 깰 수 밖에 없었다. 알고보니 홉스골 국립공원에 들어와 비포장길로 접어든 거였다. 아무리 비포장길이지만 어떻게 이런데를 차로 다닐 수 있을까 할 정도였다.
차가 많이다녀서 난 흙길도 아니고 그냥 풀밭이랑 개울을 지나다녔다. 한시간 넘게 그렇게 가는가 싶더니 드디어 출발한지 약 3시간만에 알락챠르 게르에 도착했다.
보아하니 여기는 대가족이 운영하는 숙소였다. 사모님이랑 딸들로 보이는 애들이 나와서 짐을 픽업해갔다. 남편이 괜찮다고 사양했지만 못알아 듣는지 그냥 짐을 들고 날랐다. 며칠보다 보니 여자들도 힘이 장사였다.
도착하자마자 날이 흐러져서인지 더위가 싹 가셨다. 드디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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