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7 산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 돌아다니기 - 마야인들의 마을 차물라(San Juan Chamula)&시나칸탄(San loenzo zinacantan)
과나후아토 처럼 짧게 산크리스토발도 겨우 2박 3일 일정이라 실제로 이날 하루동안 다 둘러봐야 했다. 과나후아토는 딱 적당한 일정이었지만 산크리스토발은 아니었다.칸쿤을 줄이고 여길 늘릴걸 하고 나중에 후회했다.
혼자 온 여행자가 있기엔 칸쿤보다는 산크리스토발이 백배 더 나았다. 아무튼 아루를 알차게 보내기 위해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였다.
Nuik B&B 의 아침식사. 정말 식탁도 예쁘고 가정식처럼 주는 아침도 마음에 들었다. 기본 빵이나 과일은 물론이요. 생과일 주스랑 커피 치즈 이런것도 아낌없이 줬다.
그리고 계란 요리를 즉석에서 해줬는데 나는 멕시칸 오믈렛을 주문했다. 달걀에다 풋고추와 토마토 양파등 야채를 넣고 만든것에다 칠리소스를 쳐서 먹으니 이것만 먹어도 든든했다.곁에 앉은 멕시코인 가족이 멕시칸 오믈렛 맛있냐고 자꾸 물었다.
그럼요. 집에 돌아가면 나도 이렇게 해먹을거에요.
하루만 더 있었으면 수미데로 협곡 투어를 했을텐데 시간상 너무 빠듯해 그냥 오전에 마야 원주민의 후손인 초칠(Tzotzil)인의 마을인 차물라(San Juan Chamula)&시나칸탄(San loenzo zinacantan)을 다녀오기로 했다.
투어로도 많이 가는데 콜렉티보로도 금방 갈 수 있어 그냥 혼자 가보기로 했다. 차물라와 시나칸탄에 사는 원주민들은 사실 관광객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을 해야 한다나? 또 오후 4시 이후에도 이방인이 그 마을에 머물러 있으면 목을 친다는 무시무시한 소문이 있다. 고로 가려면 오전에 미리 다녀 오는게 좋다.
내가 아무렇게나 만들어본 산크리스토발 동네지도. 소깔로 광장에서 윗쪽으로 여행자 거리를 따라 쭉 올라가면 산토도밍고 성당과 로컬 마켓이 나오고 거기를 지나 왼쪽으로 꺾으면 차물라 마을로 가는 콜렉티보 정류장이다.
하지만 굳이 거기까지 안가더라도 콜렉티보가 길에 지나다니면서 차물라~차물라~하고 외쳤다.그럼 그냥 타면 된다.
음 죄다 차물라 마을 사람들만..어색하게 웃으면서 올라~하고 인사를 했지만 다들 쉬크하게 생까주셨다. 게다가 이사람들은 스페인어를 쓰지 않고 그들의 고유어인 초칠(Tzotzil)어를 써서인지 정말 무슨말을 하는지 하나도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중간중간에 내려줄 사람은 내려주고 30분정도 지나 콜렉티보는 차물라 마을에 도착했다. 요금은 18페소.관광객이라고 바가지를 씌우진 않았다. 큰 광장에 북적북적한 시장 있는곳이 차물라 마을이다.
앗 그런데 아침에 커피랑 주스를 주는대로 신나게 마셨더니 급 화장실이..여기가 마을회관이렷다 하고 건물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하지만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아무나 붙잡고 돈데 에스떼 바뇨스! 를 외쳤지만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고 또 뭐라고 가르쳐는 주는데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알아 들을 수가 없었다.
화장실은 여기 산 후안 성당(Iglesia de San Juan Chamula) 바로 뒷편에 있었으니..5페소를 내고 겨우 볼일을 보았다.
차물라 마을에 온 여행자들은 이 성당을 반드시 보러 가는데 카톨릭과 마야인들의 전통신앙이 합쳐져서 토착신앙화 된 카톨릭 성당이 되었다. 내부는 촬영금지다. 사진을 찍으면 영혼이 빠져나간대나?
그리고 마을사람들이 이게 장사가 된다는걸 알았는지 칼같이 입장료 20페소를 받았다. 참고로 이 성당은 로마 카톨릭으로부터 정식으로 인정을 받지 못했다. 하긴 그게 무슨 상관이랴. 이 동네 사람들의 신앙심은 순수하기만 할텐데.
내부 사진은 촬영 금지 이므로 거기서 산 엽서로 대체해 보았다. 내부에 의자는 없고 바닥에 솔잎같은걸 잔뜩 깔아놨는데 신자들은 거기에 꿇어안고 촛불을 밝히면서 뭐라뭐라 중얼거리며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처음에 듣기로는 연기를 잔뜩 피우고 원주민들이 탄산음료를 마시면서 꺽꺽 트름을 하는 엽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고 했는데 내 생각과는 좀 달랐다. 바닥에 쫙 깔린 촛불의 바다에 깔아놓은 솔잎의 은은한 향기가 생각보다 아름답고 경건한 느낌이었다.
탄산음료를 마시는 사람도 두세명 있었지만 일부러 트름을 내뱉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특이한건 바닥에 물을 뿌리면서 주문을 외듯이 기도하는 사람들이었다. 어딘가 몽환적인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나도 모르게 뒷쪽에 서서 제단앞의 성모님꼐 기도를 올렸다.
그랬더니 왠 동네 할아버지가 나한테 와서 웃으면서 뭐라뭐라 말을 거는 거였다. 뭐 왠 거지 같은 동양여자가 와서 자기네들 성당에서 기도를 하는게 신기했나보다. 하지만 내가 알아들을 리가 있나. 그냥 어색하게 웃으면서 자리를 피했다.
제단에는 성모상이 있었고 성당 벽을 따라서 마네킹 같은 성인들의 상이 쫙 늘어서 있었다. 이 성인들의 상은 유리관안에 있었고 유리관 위에 이들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또 성당 중간에는 예수님이 누워계신 유리관 같은게 있었는데 그앞에도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어떤 아저씨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향때문일까?오래 있으니까 머리가 띵한 느낌이라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교회는 참 이쁘네 하면서 열심히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한무리의 마을사람들이 의식같은 걸 하는게 눈에 띄었다.
가족들이 뭔가 기념을 하는 의식일까? 차를 타고 가버리길래 다시 주변을 어슬렁 거려보았다.
아무 생각없이 시장 모습과 광장을 찍었을 뿐인데 저쪽에서 왠 청년이 뛰어왔다. 나보고 이쪽 사진은 찍으면 안된다고 찍으려면 성당쪽 방향만 찍으라고 했다.
저기 모인 사람들 총을 들고 하늘을 향해 쏘기도 하고 해서 나는 잔뜩 쫄아 미안하다고 하고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총때문인지 분위기가 살벌했다.
그래도 상인 여러분은 저를 미워하지 않겠지요. 시장구경이나 하기로 했다.
차물라 마을 사람임을 한눈에 알아 볼수 있는것.바로 저 털로된 옷들이다. 여자는 털로된 치마를 남자는 커다란 조끼 같은걸 입고 있었다. 옆마을인 시나칸탄 사람들은 보라색천에 꽃을 화려하게 수놓은 그런 옷을 입고 있었다. 도대체 저건 무슨 털일까?
아무리 폐쇄적인 마을이라지만 결국 이동네 사람들은 관광수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 시장이 꽤 크게 형성 되어있었다. 더군다나 이마을 사람들은 산크리스토발로 나와 노천시장을 형성해 물건을 팔거나 돌아다니면서 기념품을 팔기도 했다.
근데 딱히 이거다 하고 살만한건 없었다. 저기 시꺼먼 사파티스타 인형이나 하나 살까하다 그만뒀다. 밤에보면 무서울거 같아서.ㅎㅎㅎㅎ
그냥 수놓은 천을 식탁위에 하나씩 놓아볼까하고 몇개 사왔지만 그냥 장농에 쳐박혀 있는 상태다. 그래도 멕시코 여행을 해보면 알겠지만 산크리스토발이 가장 물가가 싸므로 기념품은 여기서 사는게 낫다.
괜히 주택가 까지 돌아다닐 용기는 안나 시나칸탄 마을로 넘어갔다. 시장 광장에 콜렉티보 내린 장소로 가면 택시 아저씨들이 시나칸탄~하면서 다가온다. 나혼자라 속이 좀 쓰렸지만 60페소로 흥정을 하고 넘어갔다.
그런데 하필 잔돈이 없었다. 500페소를 내니까 자기 거스름돈 없다는 거였다. 할수없이 옆에 수퍼로 뛰어가 음료수를 몇개 샀다. 기사아저씨도 하나 주고 기분좋게 돌려보냈다. 북적부적한 차물라 마을과는 달리 시나칸탄 마을은 조용했다.
꽃의 마을 시나칸탄(San loenzo zinacantan). 진짜 마을 사람들이 꽃을 좋아하는건지 성당내부도 온통 꽃장식이었다. 옷도 꽃을 수놓은 화려한 숄을 두르고 있었는데 옆마을인 차물라에 비해 멋쟁이란 느낌이었다. 참고로 이 성당도 내부 촬영 금지다.
이동네 여인들은 자수가 주 특기인가 보다. 사진에 담으니 예뻐서 찍으면서 다가갔더니 사진찍으려면 50페소를 내라고 했다. 아 네 죄송합니다 하고 물러날 수 밖에.오늘은 어쩐지 자꾸 비굴모드다.
딱히 볼것도 없어서 그냥 산크리스토발로 돌아가기로 했다. 산크리스토발 행 콜렉티보는 성당정문을 바라보고 왼쪽을 따라 조금만 가면 나온다. 여기 가게 교황님 사진 앞이다.
2월달에 교황님이 치아파스 주를 방문한 기념으로 걸어놓았나보다. 틀림없이 치아파스주가 멕시코에서 가장 가난한 주라 방문하셨을 것이다.
버스가 보이지 않는다고 당황하지 마시라. 시나칸탄쪽은 사람이 많지 않아서인지 택시콜렉티보가 더 많았다. 택시랑 미니버스가 줄을 서 있었는데 맨 앞에 있는 차에 사람이 다 차면 출발하는 식이었다.
모르는 사람끼리 택시에 낑겨서 산크리스토발로 돌아왔는데 가격은 18페소로 차물라로 오는 콜렉티보랑 가격이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