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이에르베 엘 아구아(hierve el agua) 투어
원래 이날 야간버스로 산크리스토발로 넘어가려했지만 다음날 아침 비행기로 바꾸는 바람에 맘편하게 투어를 하기로 했다.
이름하야 이에르베 엘 아구아 투어(hierve el agua). 멕시코 와서 아직 자연경관 같은걸 제대로 본적이 없는데다 숙소에서도 적극 추천하는 투어라 가기로 했다.
이에르베 엘 아구아라는 특이한 지형을 보는게 주인데 그전에 툴레(tule)라는 오래된 나무와 미틀라라는 유적지 구경, 마야식 전통 천짜기로 만든 제품과 와하까 특산품인 메즈깔 시식이 끼워져 있다. 숙소 여사장이 굳이 점심을 사먹을 필요가 없다 해서 근처 샌드위치집에서 샌드위치를 사왔다.
어차피 시간약속 잘 안지키는 멕시코 사람들 기다리느라 새로 인수 받는 여사장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원래 남미여행을 하려고 미국을 통해 들어왔다가 멕시코로 넘어왔는데 어쩌다보니 디씨엠브레에 눌러앉게 되었다. 그후 사람들과 정이들어 스탭으로 일하다 사장님이 한국으로 들어가면서 이 민박집을 인수받게 되었다고 했다.
비자나 그런건 어떻게 되는건지 궁금했지만 남의일에 너무 세세하게 물어보는것도 아닌것 같아 더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그저 좋은경험을 쌓고 돈을 많이벌어 원하던 남미여행을 할수 있게 되기를 바랄뿐...
9시반에 오기로한 투어버스는 10시 10분이 지나서야 왔다. 그런데 멕시코 현지인들로만 구성된 그룹이라 가이드가 스페인어로만 안내를 하는 거였다.어찌 끼워도 이런 그룹에 나를 끼워넣었는지..그래도 가이드가 나를 배려해서 스페인어로 설명한후 다시 영어로 설명을 해주는게 고마웠다.
첫번째 코스인 툴레(Tule) 나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나무인데 기원후 AD가 시작될때 심어진 나무래나? 2000년이 된 나무라는 말이다. 장정 서른명이 둘러싸야 나무를 감쌀 수 있다고 한다. 이 나무가 있는 곳이 산타마리아 엘 툴레 라고 해서 툴레나무 이다.
나무가 성당건물을 잡아 먹을것만 같다. 옆에가서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으면 10페소 입장료를 내야한다. 꼭 나무뿐만 아니라 예쁜 성당건물과 아기자기한 정원을 구경하기위해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와하까 시내에서 멀지 않아 그냥 산책나오기에도 좋은 곳이다.
두번째 간 곳은 도로변에 있는 직물 공방. 원주민이 옛날 방식으로 직물을 짜는 그런 공방이었다.
하필 내가 제일 앞자리에 앉은데다 유일한 동양인이라 딴짓도 할 수 없었다. 거기다 나때문에 스페인어 한번,영어로 한번 설명을 해주니 완전 부담백배였다.
요지는 여기에 나와있는 실과 천의 색상은 모두 꽃이나 석류,과일같은 천연재료에서 추출을 하며 같은 재료라도 끓이는 시간이나 온도에 따라 다양한 색상으로 염색을 할 수 있다는 거였다.
설명을 들으면서 완전 신기해서 고개를 연신 끄덕였지만 막상 살만한건 없었다. 열심히 설명해준 공방 주인장에게 괜히 미안했다.
정말로 사고 싶은건 따로 있었으니. 바로 와하까에서만 살 수 있는 특산품 메즈깔(mezcal)이었다. 데킬라와 뭐가 다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원료인 용설란의 종류가 좀 다른 듯 했다.
데킬라와 또 다른점은 데킬라는 기계식으로 다 현대화 된 공정으로 만드는 반면 메즈깔은 아직도 전통 증류주를 만드는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들고 있다고 한다.
다 필요없고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시음 타임. 워낙에 종류도 많아 계속 권하는 대로 마시다보면 정말 훅 가는 수가 있다. 날씨가 더우니 더더욱 취기가 빨리 올랐다.
신기한건 술안에 애벌레가 들어있는데 그걸 꺼내서 안주로 먹었다. 옆에서 사람들이 장난치면서 막 먹어보라길래 먹어 봤는데 벌레안에서 술이 톡 하고 나오는 느낌? 벌레들어 있는 술을 사고 싶었지만 혹시나 우리나라에서 반입이 안될까봐 포기했다.
메즈깔은 처음에 만들때는 투명한 색이였다가 세월이 지나 숙성 될 수록 색깔이 점점 짙어 진다. 고로 비싼건 색깔이 진한 술이었다. 아무래도 도수가 좀 있는 술인데 그게 부담스러우면 여자들을 위한 12도 정도되는 것들도 있다. 과일맛이 나 달달해서 칵테일처럼 먹기도 좋다.
술안주로 준 것들.
사람들이 오렌지 조각을 저기 고춧가루에 찍어 먹었다. 오렌지를 다 먹고 나니 술한잔 먹고 고춧가루 한번 찍어 먹고..맛을 보니 라면스프 처럼 짭짤한게 맛있었다. 마약옥수수를 만들때 마요네즈를 바르고 그위에 저 페퍼파우더를 뿌리면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짭짤한것이 완전 맛있었다.
술을 몇잔 먹고 나니 알딸딸 해져서 4병 질렀다. 옆에 있던 멕시코 인들이 자꾸 나보고 괜찮냐고 웃기만했다. 아마 눈이 풀렸나 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음 코스인 미틀라 유적지를 둘러봐야 했다. 여기서는 영어가이드 팀에 나를 붙여줬다. 나는 생뚱맞은 백인들 그룹에 섞여서 여길 둘러봐야만 했다.
미틀라 유적지는 몬테알반과 마찬가지로 사포텍인들의 유적지인데 주로 종교적인 행사를 했고 사제들의 거주지가 있던 곳이었다. 그리고 건물들이 크레타에 있는 양식과 많이 비슷하다고도 했다. 어떻게 영향을 받은건지가 신기했다.
가이드가 워낙에 말을 천천히 해서 그나마 쉽게 알아 들었는데 일행중 혼자온 할아버지가 나보고 너 저사람말 이해하겠냐고 묻는거였다. 할아버지 저 걱정되서 물어보는거 맞죠? ㅠ.ㅠ
열주의 방이라는 사제들의 방인데 원래 위에 지붕도 있었다. 이방에서 문을 내다보면...
이런 광장이 나오는데 장례식을 했던 장소이다. 아마 저기 단상에 시신을 올려 놓았겠지. 사제는 여기서 내려다보면서 장례식을 집전했을 것이다.
사제들이 거주하던 방이었는데 그당시에는 벽의 문양에 금칠을 해놓았대나? 왜이렇게 길쭉하게 방을 만들어 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법 넓었다.
마지막으로 죽은자들의 세계라면서 한번 구경해 보라고 가이드가 권했다. 들어가봤자 별거 없었지만 그놈의 호기심이 뭔지 잔뜩 웅크리면서 들어가 보았다. 안에는 그냥 시신을 모셔놓은 무덤이다.
유적지 구경을 다하고 나오면 이런 기념품 상점들이 쫙 늘어서 있는데 와하까 시내보다 저렴하다고 숙소 사장이 추천해줬다. 여기서 흥정해서 조카들 옷을 샀다. 애기옷들 귀여운게 넘넘 많았다.
근처에서 점심을 먹은 후 메인 코스인 이에르베 엘 아구아(hierve el agua)로 출발했다. 점심은 부페식이지만 굳이 그걸 먹지 않아도 된다. 나는 미리 싸온 샌드위치에 음료수나 하나 주문해서 먹었다.
이에르베 엘 아구아는 산꼭대기에 있는데다 한참을 들어가는 곳이라 대중교통으로는 가기 힘든 곳이다. 여기온 사람은 거의다 투어로 온 사람들이었다.
산꼭대기에 이런 천연 수영장이라니..석회암 온천이라고 했다.
내가 터키 파묵칼레 같다고 하니 가이드가 맞다고 동의했다. 하지만 파묵칼레와 다른 점은 지하에서 올라오는 온천수가 차갑다는 거라고 했다. 그럼 그게 무슨 온천수냐니깐 그래도 신경통이나 그런데 잘 듣는 효과는 온천수와 똑같다고.
가이드가 여기서 알아서 놀라고 우리를 풀어놨다. 수영복 가지고 올껄..젊은 애들 몇몇은 수영복을 입고 놀고 있는데 우리 팀은 아무도 수영복을 가지고 오지 않았다.
발이나 담그고 앉아있어야 하나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가이드가 여자한명을 데리고 어디론가 올라가는게 눈에 띄었다. 어디 좋은데 가나 싶어서 나도 따라 가 보았다. 내가 따라가니 우리팀 중 커플도 따라왔다. ㅎㅎ
가다 보니 신기한게 보였다. 얼음도 아닌것이 물이 내리다 그대로 굳어버린 듯한 모습이었다. 가이드를 따라가는데 가는길이 너무 험했다.
우리가 따라가는걸 알자 가이드가 중간중간 우릴 기다려 줬는데 중간에 길도 아예 끊어지고 해서 그냥 가지말까 했는데 마침 또 커플중 남자애가 잡아 주는 덕택에 그냥 따라갔다.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면서 정신없이 가다보니 아까 있던 곳이 보였다. 진짜 짝퉁 파묵칼레 같다. 산위에 어떻게 저기만 하얀 석회 연못이 생겼을까?
드디어 목적지 도착.
가이드는 여길 보여주려고 저 여자분을 데리고 간 거였다.
멀리서 볼때는 하얗게 보였는데 가까이서 보니 아니었다. 여기는 아직도 물이 떨어지면서 절벽 모양을 만들고 있었다. 오가는게 너무 힘들었지만 아까 연못만 보고 왔으면 후회할뻔했다.
이 절벽을 보려면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와야 하는데 돌아가는 길이 넘넘 힘들었다. 길을 알면 혼자 쉬엄쉬엄 가겠건만 가이드와 다른 사람 보조를 맞추려다 보니 그럴 수가 없었다. 가이드가 나보고 운동좀 하라고 한소리를 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저 여자분은 가이드 여친인데 가이드가 데이트 삼아서 여친한테만 여길 보여주려고 데리고 온걸 내가 눈치없이 따라온 거였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그나마 커플은 올라오다 중간에 빠지기라도 했지 나는 진짜 눈치없이 끝까지 가이드와 여친을 따라와 버렸다. 올라오다보니 저기 호수가 아니라 주차장이었던 것이다.
가이드가 어이없이 웃으면서 음료수나 한잔 하겠냐고 했다. 민망해서 괜찮다고 화장실 가는척 자리를 피해줬다.
여기도 마야인지 사포텍인지 잘 모르겠지만 옛 원주민들이 나와 장사를 하고 있었다.
장사를 잘 되게 해달라고 세워놓은건지 원주민 마을에서만 볼 수 있는 사당같은 성당도 있었다.
나중에 갈때 되어서야 말도 트고 친해진 사람들.
스페인어도 가르쳐 주고 했는데 시간이 짧아 아쉬웠다.
현지인들만 구성된 그룹은 처음이었는데 가족적이고 정감있는 사람들이었다.